조국 끌어내린 언론, ‘언론개혁’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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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끌어내린 언론, ‘언론개혁’ 발등에 불
검찰언론 유착 의혹 등 무책임한 보도로 신뢰 추락...KBS‧한겨레, 내부 갈등 표출
"보도 원칙 다시 세워야" "내부 의사결정 투명성 확보 방안 논의 필요"
  • 박수선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10.15 19:4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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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PD저널=박수선 이미나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로 일단락된 ‘조국 사태’는 정치권과 검찰뿐만 아니라 언론에도 무거운 숙제를 안겼다. 언론이 두 달 동안 화력을 집중한 조국 전 장관 가족 의혹 보도는 ‘언론 개혁’이라는 미완의 과제를 다시금 불러냈다. 검찰이 흘리는 정보로 '조국 의혹'을 쏟아낸 보도가 결국 언론 개혁의 명분이 된 셈이다.  

내부에서도 “세월호 보도 참사를 능가한 보도 참사였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언론은 지난 두 달 여간 고장난 기관차처럼 폭주했다. 광장에서 모인 시민들은 ‘언론 개혁’을 외치며 언론에 대한 분노를 토해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의혹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에서도 언론에 대한 깊은 불신은 드러난다. 조사 결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59.3%)이 "신뢰한다"는 답변(36.5%)을 크게 앞섰는데, 지역과 지지 성향을 막론하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동’과 ‘광화문’ 두 개의 광장 어느 곳에서도 언론은 환영받지 못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이토록 붕괴된 원인은 무엇일까. 언론이 취재원과 정보를 주고 받는 폐쇄적인 취재방식부터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에 불거진 언론과 검찰의 유착 의혹은 이미 사회 각 분야에서 수평화‧민주화가 상당히 이뤄졌는데도 ‘엘리트 카르텔’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비판 의식에서 싹텄다.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아온 김경록 씨와 가진 인터뷰로 왜곡 논란에 휩싸인 KBS가 비판 받은 이유 중 하나도 검찰을 이해당사자로 보지 않은 기자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KBS의 A 기자는 “언론이 그동안 일종의 (출입처, 취재원과의) 카르텔 속에서 정답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있는데, (이번 조국 사태는) 이걸 통째로 흔들었다”라며 “조국 사태 초반 '왜 언론이 검찰 말만 받아쓰나'라는 문제의식에서 나아가 '왜 언론이 검찰에게 가치판단까지 맡기는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형준 방송기자연합회장은 “KBS 인터뷰 논란과 별개로 언론계 취재 관행을 보면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과 일부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 간에 페어하지 않은 취재 커넥션이 있는 건 맞다”면서 “정치권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자들을 관리해온 건 마찬가지인데, 이번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정보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고, 투명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런 보도 관행이 쌓여 레거시 미디어(전통적 언론)의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레거시 미디어'의 변곡점으로 볼 수 있다“며 ”조국 일가 수사 국면에서 레거시 미디어는 추락했던 반면, 제도권 밖에 있던 언론은 부상했다. 진리를 확인할 곳을 검찰 외에도 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 국면에서 언론은 전통 언론과 제도권 밖의 미디어가 맞붙는 구도를 줄곧 유지했다. 누구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시대에 언론이 내놓은 보도는 유튜버들의 검증 대상이 됐다.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와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의 선택을 받은 게 재야언론인 출신인 김어준 씨와 '유튜브 언론인'을 자처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다는 것도 제도권 언론에는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8일 KBS '뉴스9'에서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송 내용을 반박한 리포트 갈무리.
지난 8일 KBS '뉴스9'에서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송 내용을 반박한 리포트 갈무리.

신뢰가 추락하는 건 한순간이지만, 등 돌린 대중의 신뢰를 되찾는 건 쉽지 않다. 언론의 안과 밖, 언론사 내부에서 이견을 드러낸 보도의 원칙과 절차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A 기자는 “한국 언론의 하나의 변곡점이 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처음으로 돌아가 언론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레거시 미디어의 변화는 더디더라도 서서히 진행될 텐데, 이와 함께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고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내세우는 이들(유튜브 방송인)에 대한 고민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규찬 한예종 교수(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조국 국면에서 짚고 넘어갈 것 중에 하나는 언론계에서 보수 진보 진영을 떠나 젠더와 세대 간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라며 “윗세대들이 젊은 기자들을 제대로 훈련시켰는지, 젊은 기자들의 목소리가 ‘조국 의혹’ 보도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등을 포함해 언론사 내부에서 생산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조국 보도를 놓고 세대 갈등이 불거졌던 <한겨레>의 B 기자는 “크게 바뀌진 않겠지만, 선언적으로라도 언론 신뢰를 담보하는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내부에서도 편집회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 등의 쇄신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그 전까지는 이런 깊은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고 계기도 없었는데,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언론개혁의 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출입처 제도 폐지에 대해선 참여정부 시절 격렬하게 반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층 누그러진 분위기다. 

B 기자는 “입사하면 당연히 출입처를 받기 때문에 (출입처를) 공기처럼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참여정부 때 정부 주도로 (출입처 제도 폐지를 추진해) 반발을 샀는데, 이제는 언론사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 이후 언론의 성찰 움직임이 '언론개혁' 요구에 얼마나 화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BS는 시청자위원회가 정경심 교수 부인 자산관리인의 인터뷰 유출 왜곡·의혹 조사를 맡을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15일자 사설에서 "‘조국 사태’는 검찰개혁 못지않게 언론개혁도 시급한 과제임을 일깨워줬다"며 "언론은 깊은 자성과 성찰을 요구받고 있고, 이에는 ‘경향신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뢰받는 언론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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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slsl 2019-10-16 08:20:19
이번 사태를 보면서 언론의 중요성과 문제를 잘 알게 되엇습니다.
기자의 양심을 가지고 잘 써주길 ..개혁될 부분은 개혁되길 바랍니다.

FuckQ 2019-10-15 23:13:20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속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볼테니....
괴물이 된 기자.
진심 좋은 기자는 죽은 기자뿐이란 말인가...

반딧불이 2019-10-15 20:29:12
경향신문이 언론개혁을 말할 입장은 아닌듯~
기레기 등극 kbs와 동급이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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