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남북관계, 찬물 더 끼얹는 남북 축구경기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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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한 남북관계, 찬물 더 끼얹는 남북 축구경기 보도 
카타르 월드컵 '평양 원정' 경기 무관중‧무중계‧무취재 강행한 북한...선수들 "부상 없이 나온 것만도 다행"
‘도청’ ‘감시’ 발언 부각한 보도 쏟아져...일반화·단정적 보도 신중해야
  • 오기현 한국PD연합회 통일특위 고문
  • 승인 2019.10.22 12: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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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 대 북한의 경기, 한국 황의조가 볼 다툼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뉴시스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 대 북한의 경기, 한국 황의조가 볼 다툼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뉴시스

[PD저널=오기현 한국PD연합회 통일특위 고문] 지난 15일 평양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북한전’이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무관중‧무중계‧무취재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다.

경기에서 ‘북한선수들이 심한 욕설과 몸싸움으로 우리 선수들을 위협했다’고 한다. ‘스포츠가 아니라 죽기 살기 전쟁’, ‘부상당하지 않고 평양을 빠져 나온 것만도 다행’이었다는 발언도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세상인심이 참 빨리 변한다 싶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달라진 평양’이 화두였다. 한 국회의원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평양 시내를 활보했다’고 했다. 미국 영주권을 가진 남한 국적의 기자는 어떤 제재도 없이 취재하면서 열차편으로 중국 단동에서 평양까지 들어갔다.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는 퇴근길 평양 시민의 모습을 TV화면으로 보면서 많은 국민이 북한의 변화를 실감했다. 숱한 의혹과 우려에도 ‘김정은식 개혁’에 기대와 지지를 보내는 목소리가 높았다.  

딱 1년이 지났는데 분위기가 급변했다. 남북 축구 경기는 승패가 갈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치자. 경기장 주변에서 이번에 일어난 일은 우리를 정말 우울하게 한다. ‘입국 수속 과정에서 양말에 팬티 개수까지 적으라고 했다’, ‘시속 70km로 달릴 수 있는데 시속 30km로 달렸다’, ‘버스 앞뒤로 북한 요원들이 앉아서 우리 선수들이 위압감이 심했다’는 등의 경험담이 나왔다. 심지어는 우리 선수들이 ‘도청 당했다’는 기사까지 등장했다.

‘우리 선수들이 이겼으면 손흥민 선수 다리 하나가 부러졌든지 했을 것’이라는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발언에는 오싹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남북이 화해니 협력이니 하면서 만나고 얼싸안고 했지만 다 허사였나. 축구 경기 하러 온 남측 선수들한테서 뭐 얻어낼 것 있다고 도청을 한단 말인가.

작년에 달라진 평양을 보았던 사람이든, 이번 남북 축구 경기에서 불편함을 겪었던 사람이든 모두 실제 경험을 이야기한 것이다. 없는 이야기를 꾸며내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전하는 언론의 보도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아직도 엄연히 폐쇄국가이다. 누가 방문하든 코끼리 만지기 식이다. 따라서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공간만 접근할 수 있는 북한에서 개인의 체험을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북한에 호의적인 시각을 갖든, 비판적인 시각을 갖든 마찬가지다. 

 대다수 국민은 남북문제에 대개 확고한 자기 주관을 갖고 있다. 어지간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사람도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은 극복하기 힘들다. 전쟁과 70년의 분단 경험은 토론과 합리적 합의 도출을 어렵게 한다. 분단 이슈 제기는 늘 폭발 직전의 뇌관을 건드리는 것 같다.

지난 20일 TV조선 뉴스7' '공포의 평양 48시간' 리포트 화면 갈무리.
지난 20일 TV조선 뉴스7' '공포의 평양 48시간' 리포트 화면 갈무리.

그래서 언론보도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안내원’이라 해도 될 사람을 ‘요원’이라고 묘사하고, ‘안내’를 굳이 ‘감시’라고 표현해야 할까. 인터넷에만 들어가면 신상 정보를 알 수 있는데, 나이 어린 축구선수들 방까지 도청할 정도로 북한 당국이 한가할까 하는 의심은 왜 하지 않을까. 

‘무관중’ 경기를 강행한 북한 당국의 처사는 지탄 받아야 마땅하다. 정상국가로서 이미지 정립을 해오던 그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다. 사실, 북한에 대한 평가는 방북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개인의 경험은 모두 북한을 판단하는 소중한 근거가 된다. 이런 자료가 모여서 북한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섣부른 일반화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평화를 지향하는 남북 모두에게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평양 경기 이후 손흥민 선수가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인상적이었다. 가장 특이한 원정이었을 것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손흥민 선수는 이렇게 답했다.

"항상 좋은 원정만 있을 수 없잖아요?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코칭 스태프도 정말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고. 많은 선수들이 고생한 만큼 또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만큼 부상도 없이 잘 돌아왔기 때문에, 나중에 한국에서 경기할 때 좋은 경기로 승리할 수 있는 것이 저희한테 가장 큰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부산을 떨고 있지만 당사자는 의연하다. 세계적 스타이자 프로선수다움이 느껴지는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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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곰님 2019-10-22 18:07:55
기자가 참 신기하게 북한을 옹호하네
예나 제나 북한은 주적이다
북한이 미사일 쏘는건 그냥 남들다하는 무기개발이고 한미연합훈련은 위협이다?ㅋㅋ개소리네
해병대에서 북한은 적이다 라니까 연평도 포격잊었냐고 발언하는 나라인데
왜 북한같은 적을 옹호하지?
북한은 동포가아니라 다른나라 사람이야, 매년 퍼주면서 미사일쇼보면서도 모르나
정신좀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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