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할리우드', 여배우 96명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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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할리우드', 여배우 96명의 목소리
메릴스트립 나탈리 포트만 산드라 오 등 그들의 블록버스트 리포트
  • 신지혜 시네마토커(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 승인 2019.10.24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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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이 시대를 대표하는 할리우드의 여배우들이 한 영화에 출연했다. 멋진 여배우들이 서너 명도 아니고 수 십 명씩 한 영화에 출연하다니 이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그런 영화가 가능한 걸까?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세기의 여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보게 되다니, 라고 생각하고 만다면 오산이다. 당신은 그들의 얼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에는 여배우뿐 아니라 감독, 작가, 제작자, 영화사 대표 등 96명의 영화인들이 등장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그리고 당신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의 머리에 그 이야기를 저장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 봐야 할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여성 캐릭터의 큰 변화를 가져온 영화는 무엇일까? <델마와 루이스>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지기 이전, 영화 속에서 여성들의 캐릭터는 천편일률적이고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남성 중심적인 사고로 쓰여진 각본과 감독의 연출로 남성 중심적인 시각으로 대상화된 여자배우, 여자 캐릭터를 넘어설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영화는 힘이 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그렇다.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그것도 꽤 큰 영향력을 미친다. 그래서 <우먼 인 할리우드>에서 인터뷰를 하는 영화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등장인물들과 그들이 나누는 대화, 그들의 가치관이 투영된 상황들과 이야기 전개는 관객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며 어떤 가치관을 심어주는가.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세상의 반을 차지하는 것은 여성이고 나머지 반을 채우고 있는 것은 남성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통계는 놀랍게도 할리우드 안에서 움직이는 영화인들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굴러왔는지 얼마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가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곧 인권과 관련된 것이고 소수집단과 관련된 것이다.)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포스터.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포스터.

벡텔 월리스 테스트라는 게 있다. 벡텔 월리스 테스트는 작품의 한 장면 속에서 여자 캐릭터가 둘 이상 나오는지, 그 여자 캐릭터가 서로 대화를 하는지, 그들의 대화 내용이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지를 기준으로 따진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예술영화관을 운영하는 엘렌 테일레를 비롯한 영화인들은 말한다. 벡텔 월리스 테스트를 이야기하면 모두가 너무 간단하다며 웃지만 실제로 이 테스트를 통과하는 영화들이 많지 않다고 말이다. 그들은 이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에 A 글자가 써있는 로고를 붙인다. 자신들이 느낀 불평등과 편견을 떨쳐내기 위해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차별적 관행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지나 데이비스는 <지나 데이비스 미디어 젠더 연구소>를 설립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세상에 내놓았다. 무엇이 문제냐고 되묻던 사람들, 그냥 불만인 것이 아니냐고 무시하던 사람들은 데이터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데이터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행동에 옮긴 사람이 있다. 미국 케이블 네트워크인 FX의 CEO는 자신의 회사가 가장 차별적 관행을 가지고 있다는 데이터에 충격을 받고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다. 여성이라는, 소수 집단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줬다. FX의 CEO는 말한다. 자신은 ‘능력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라고. 

그 결과 FX는 50개의 에미상 후보에 작품을 올렸고, 할리우드를 지배하고 있던 남성 중심적이고 백인중심적인 관행이 얼마나 큰 편견이며 차별인지 보여줬다. 

편견이 무의식 속에 있다고 지나 데이비스는 말한다. 인간의 평등함과 인권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나의 무의식 속에도 편견이라는 것이 분명히 들어 있을 것이다. <우먼 인 할리우드>는 그래서 할리우드의 여성영화인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인류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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