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라', 역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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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 배경으로 한 JTBC 액션 사극 '나의 나라', 저마다 사연 안고 나라를 위해 싸우는 민초들

오는 11월 1일 방송 예정인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 예고편.
오는 11월 1일 방송 예정인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 예고편.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JTBC <나의 나라>를 정통사극이라고 부르기엔 상상력의 틈입이 큰 드라마다. <나의 나라>에는 이성계(김영철)의 위화도회군과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때려죽이고 이성계의 적수로 등장해 훗날 왕자의 난까지 일으킨 이방원(장혁) 같은 역사 속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갔던 당대를 살았을 법한 서휘(양세종), 남선호(우도환) 그리고 한희재(김설현) 같은 가상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역사에 기록된 인물과 상상력으로 빚어진 인물들이 함께 등장하는 건 이미 SBS <육룡이 나르샤>가 시도했던 새로운 팩션의 방식이다.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이성계(천호진), 이방원(유아인), 정도전(김명민) 같은 역사의 인물과 함께 분이(신세경), 땅새(변요한), 무휼(윤균상) 같은 가상 인물이 등장해 조선 건국이 이런 이름 모를 민초들과의 공조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극에서 역사의 인물과 동시에 가상의 인물을 버무리기 시작한 건 <육룡이 나르샤>를 쓴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전작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부터였다. 세종의 한글 창제를 그린 <뿌리깊은 나무>에는 세종 이도(한석규), 정인지(박혁권), 성상문(현우) 같은 실존했던 인물과 함께 한글 창제에 일조했던 가공의 인물 강채윤(장혁), 소이(신세경), 무휼(조진웅)이 드라마를 이끌었다.  

<나의 나라>도 이 새로운 사극의 흐름 안에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정통사극이라 부르긴 어렵다. 정통사극은 <용의 눈물>이나 <정도전> 같은 말 그대로 역사적 사실을 가져와 약간의 관점과 해석을 담는 사극이다. <나의 나라>는 가상의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만큼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통사극과 거리가 있다.  

흥미로운 건 <나의 나라>가 이 가상의 인물들을 역사적 인물들과 병치해 다루는 방식이 <육룡이 나르샤>나 <뿌리깊은 나무>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사극들이 역사적 인물과 상상의 인물이 동등하게 조선 건국과 한글 창제에 기여한다는 균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면 <나의 나라>는 역사적 인물보다는 서휘, 남선호, 한희재의 서사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 

아버지가 억울하게 팽형을 당해 죽은 뒤 누이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서휘와, 아버지는 조선 건국의 공신이었지만 서얼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남선호 그리고 어머니가 살해당하고 기방에서 행수의 보살핌 아래 자라나 복수를 꿈꾸는 한희재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고려 말 조선 초의 그 혼돈기를 겪는 아픈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조선 건국이나 그 새로운 시대에 권력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들은 아니다. 서얼로 차별받는 남선호가 어떻게든 입신을 하려는 이유는 권력욕이라기보다는 아버지 남전(안내상)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함이고 그것이 유일하게 그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서휘는 볼모로 잡힌 누이동생을 구해내고 평탄한 삶을 살기 위해 칼과 피가 튀는 조선 초기 치열한 권력 투쟁 속으로 뛰어든다. 그와 남선호 그리고 한희재는 저마다 각자가 욕망하는 나라를 위해 싸우고,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이면의 동력이 된다. 이런 관점은 역사의 주인공이 과연 누구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역사는 이성계나 이방원 등 권력자들의 이름만 기억하고 있지만, 결국 서휘나 남선호 같은 온 몸을 던진 이름 모를 민초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나의 나라>는 지금 우리의 역사는 누가 쓰고 있는 것이고, 누가 주인공인가를 묻는다. 유명한 정치인들인가, 아니면 경제인들인가. 그들이 아니라면 이름 모를 무수히 많은 대중들의 저마다의 생각들이 얽히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역사인가. 나의 나라, 당신의 나라는 도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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