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떠난 이주민 삶 50년 동안 추적한 NHK 출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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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한중일PD포럼 출품작 NHK ETV '이주 50년차의 승선명부 스페셜'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다 유타카 PD, 50년 동안 다섯차례 촬영 "이주민과의 약속 지키고 싶었다"

30일 한중일 PD포럼에서 '이주 50년차의 승선명부'의 아이다 유타카 감독과 야부키 토시히데 프로듀서가 각국 PD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D저널
30일 한중일 PD포럼에서 '이주 50년차의 승선명부'의 아이다 유타카 감독과 야부키 토시히데 프로듀서가 각국 PD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D저널

[PD저널=이해휘 기자] 지난해 일본 NHK ETV를 통해 방송된 <이주 50년차의 승선명부 스페셜판>은 아이다 유타카 PD가 남미로 떠난 이주민의 삶을 50년 동안 추적한 결과물이었다.

현재 83세의 프리랜서 PD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다 유타카 PD는 NHK 재직 시절부터 지난해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다큐멘터리 <승선명부>시리즈에 이주 가족의 모습을 켜켜이 쌓았다. 

1968년 방송된 <승선 명부 AR29>는 일본을 떠나 파라과이로 향하는 배를 탄 이주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당시 정부의 이주 정책과 함께 남미에선 평등하고 자급자족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은 사람들이 이주를 선택했다고 한다. 

1938년 한국에서 태어나 이주민의 삶을 경험한 아이다 유타카 PD도 폐쇄적인 민족주의에서 탈피한 세계주의에 빠져 있었다. 

지난 30일 중국 귀주성에서 열린 한중일PD포럼에서 아이다 유타카 PD는 “(1960년대) 처음 접한 농민운동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인식 아래 자급자족을 꿈꾸는 혁명적인 운동이었다”며 “나와 같은 이주민들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던 시절이었고, 이민을 통해 국제주의, 코스모폴리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아이다 유타카 PD는 1968년 <승선 명부 AR29>가 나간 뒤 10년, 20년, 31년 후에 다시 남미로 건너가 이주민을 만났다. 한 인물, 가족의 삶을 50년 동안 담아낸 다큐멘터리 제작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보기 드문 다큐멘터리를 감상한 한국과 중국 PD들은 다양한 질문을 아이다 유타카 PD에게 던졌다. 

유타카 PD는 50년 동안 이주민의 삶을 담은 이유에 대해선 “남미로 가는 49일간 한 배에서 같이 어울리다 보니 인터뷰한 사람들과 친해졌고 이주자들에게 10년 후에 그들의 성과를 찍으러 가겠다고 약속했다”며 “약속한 대로 10년 후에 갔지만 성과가 없어서 이주자들이 또 다시 10년 후에 찾아오라고 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갔다”고 답했다.

이주자들의 삶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냐는 질문에 유타카 PD은 “삶의 변화는 얼굴에 드러나는데 50년 동안의 변화가 담긴 얼굴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조정묵 MBN PD는 “대단한 기획이라고 생각하지만 (다큐멘터리를) 이렇게 길게 기획하진 않는데 보여주고 싶었던 방송의 가치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유타카 PD은 “반세기 동안 이 그룹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며 “여러 번의 회의를 하면서 50년간 찍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궁금해 할 것이라고 생각해 각 단계별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경용 MBC PD는 “시대가 변하면서 제작자의 관점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본다”며 “과거 제작했던 필름을 보면서 최근 작품을 제작했을 텐데 어떤 점에서 변화가 있었나"라고 질문했다. 

유타카 PD와 함께 이번 <이주 50년차의 승선 명부 스페셜판>을 제작한 야부키 토시히데 프로듀서는 “시대가 변했지만 촬영 포인트는 50년 전과 크게 변한 게 없다”며 “시청자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주자는 것이 우리의 취지였고 어떠한 변화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주민 후대의 일본에 대한 인식을 묻는 한 중국 PD의 질문에 유타카 PD은 “이주민 2세, 3세들의 일본에 대한 인상이 막연하다”며 “외국에서 생활이 어려워지면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 50년차의 승선 명부> 후속편을 제작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유타카 PD는 “10년 뒤엔 (내가) 93세가 되고 1세대 이주자도 몇 명 남지 않아 후속편 제작은 어렵다”고 했다.

<이주 50년차의 승선 명부 스페셜판> 등 9편의 작품이 출품된 한중일PD포럼은 중국 귀주성 싱이(Xingyi)시에서 오는 11월 2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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