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PD포럼, 역사 속 '숨겨진 의인' '이주민' 삶 조명한 작품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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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PD포럼, 역사 속 '숨겨진 의인' '이주민' 삶 조명한 작품 호평
중국 귀주성에서 열린 19회 한중일 PD포럼 1일 폐막, 지역문화 계승 방송 역할 강조
"작품 통해 각국 현실과 문화 이해...협력 가능성 커졌다"
  • 이해휘 기자
  • 승인 2019.11.0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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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중일 PD포럼에서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을 제작한 이큰별PD가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PD저널
31일 한중일 PD포럼에서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을 제작한 이큰별PD가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PD저널

[PD저널=이해휘 기자] 중국 귀주성에서 열린 19회 한중일PD 포럼이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일 막을 내렸다.

20대 PD부터 노익장을 과시한 80대의 프리랜서 PD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PD가 연출한 다채로운 작품이 출품된 이번 포럼에서 3국의 PD들은 3박 4일 동안 9편의 출품작을 감상하고 토론하며 방송의 역할을 되새겼다. 

'다채·다원:아시아 문명의 다양성'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출품작들은 연출자의 깊이 있고 진지한 시선이 드러난 게 특징이다. 

지난 6월 방송돼 호평을 받은 <SBS 스페셜-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은 한국의 민주화 역사의 현장마다 있었던 '숨겨진 의인' 용현 씨를 조명한 작품이다. 이큰별 SBS PD가 7년 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맡으면서 인연을 맺은 용현 씨의 삶을 2부작으로 제작했다.  

이큰별 SBS PD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기회가 왔을 때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않는 용현 씨의 삶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일본과 중국의 PD들도 관심을 나타내며 찬사를 보냈다. 

일본의 한 PD는 “일본도 1960년대 후반까지 많은 민주화 투사들이 있었고, 학생들이 정부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했다”며 “다른 사람을 위해 한평생 분투한 사람이 있었다는 게 놀랍고 한국 방송인이 용기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중국 한 PD는 “한 인물에 대한 견고한 다큐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다”며 “감독이 여러 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섬세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큰별 PD는 “시사 프로그램을 하면서 3년간 나쁜 사람들의 뒤를 추적하는 일을 했는데, 그 경험을 살려서 좋은 일을 한 사람을 추적하는 일을 했고 행복했다”며 “(비운의 가수 슈가맨을 찾아나선 다큐멘터리)<서칭포 슈가맨>처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누비며 한 사람의 인생을 추적하는 다큐를 제작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남미로 이주 간 일본인의 삶을 50년간 추적한 일본 NHK ETV <이주50주년의 승선명부>도 "대단한 성과"라는 반응을 얻었다.   

1968년부터 파라과이에 정착한 이주민을 촬영한 아이다 유타카 PD는 “반세기 동안 이 이주민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며 “한사람의 인생을 다큐로 찍는 건 어려웠고 중간에 여러번 포기할 뻔 했지만 끝까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했다.

중국 CCTV를 통해 방송된 '월극의 멋과 향기' 화면 갈무리.
중국 CCTV를 통해 방송된 '월극의 멋과 향기' 화면 갈무리.

사라져가는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이들을 비춘 출품작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 CCTV <월극의 멋과 향기>는 광동지역에서 내려져온 '중국식 오페라' 월극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담아냈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루천 PD는 “젊은 PD의 안목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중국의 전통문화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새로운 미학과 감각적인 영화 기법을 활용해 전통극을 보여준다면 전통 문화에 다가가려는 젊은 세대들이 더 많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테레비나가사키 채널에서 방송된 <곳코데쇼 - 헤이세이 마지막 보물선>은 나가사키 지역행사의 명물 ‘곳코데쇼’가 다음 세대로 계승되는 모습을 조명했다. 7년마다 열리는 축제로 테레비나가사키는 15년 전에 '곳코데쇼' 축제를 담은 적이 있다. 

이번엔 기자 출신인 20대 젊은 PD가 연출을 맡았다. 사토유카 PD는 한중일PD포럼에 보낸 영상을 통해 "7년에 한번 있는 큰 축제를 어떻게 취재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14년 전에 촬영을 했던 스태프와 협의를 하고 내레이션 없이 축제의 함성만으로 영상을 채웠다. 마을 사람들이 협조해줘서 가능했던 다큐멘터리였다"고 전했다. 

드라마 부문 출품작인 중국 CCTV·IQIYI(아이치이) <파빙행동>과 MBC <내 뒤에 테리우스>는 각기 다른 색깔로 참가자들로부터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에서 실제 2013년 있었던 '마약 소탕 사건'을 소재로 한 <파빙행동>은 광동성 경찰들이 다국적 마약 범죄 조직과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내용이다. 현재 영화채널 캐치온을 통해 국내에서도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로, 영화 <도둑들>에 출연하기도 한 중국 배우 임달화가 주연을 맡았다. 

<파빙행동>을 프로듀싱한 저우샤오 PD는 “2013년 마약 소탕 작전 당시 투입된 단속반 인원이 3천명에 이를 정도로 중국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며 “드라마 제작을 위해 4년에 걸쳐 광동성 당국과 긴밀한 논의를 거쳤다”고 했다.

중국에서 2013년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마약 소탕 작전'을 소재로한 CCTV 드라마 '파빙행동' 화면 갈무리.
중국에서 2013년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마약 소탕 작전'을 소재로한 CCTV 드라마 '파빙행동' 화면 갈무리.

<파빙행동>이 정통 수사극을 표방했다면 <내 뒤에 테리우스>는 베이비시터가 된 정보요원을 통해 여성의 경력단절과 육아 문제 등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손현철 KBS PD는 “KBS <아이리스>가 반영된 후 첩보물이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없는데 한국 여성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문제를 생상하게 잘 녹아냈기 때문에 시청률이 6%에서 시작해 11%로 올라간 것 같다”고 했다.

박상훈 PD는 “<내 뒤에 테리우스>의 장르를 첩보코미디로 보고 제작했다”며 “어울리지 않는 장르를 섞는다는 것에 우려도 있었지만 작가와 지금까지 선보이지 않은 장르를 시도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예능부문에 출품된 KBS <안녕하세요>는 시청자의 고민을 듣고 해결 방안을 찾는다는 콘셉트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중국 한 방송사 측으로부터 포맷 구매 문의를 받기도 했다.  

안수영 한국PD연합회장은 1일 열린 한중일 PD포럼 폐막식에서 “젊은 PD들이 많이 참여해 작품에서도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내년 20회 한중일PD 포럼은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료간 중국 TV예술가협회 부주석은 “3국이 함께하는 PD포럼은 시청자를 위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각국의 PD들이 교류하는 장”이라며 “19회 포럼을 통해 서로 이해를 높이고 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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