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영입에 "영입 철회해야" 요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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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영입에 "영입 철회해야" 요구 확산
이진숙 전 사장, "이전 이야기 끄집어내는 건 과거의 늪으로 들어가자는 것"
대전MBC노조 등 "세월호 진실 보도 막고 방송 사유화한 인물" 비판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11.01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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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사진 맨 오른쪽) ⓒ 뉴시스
지난달 31일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사진 맨 오른쪽)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에 대비해 이진숙 전 MBC 사장을 영입한 것을 두고 언론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에 이어 이 전 사장이 언론인 경력을 마감한 대전MBC와 대전 지역사회에서도 영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MBC 세월호 보도 참사와 노조 탄압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이 전 사장은 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과거 MBC에서 노동조합을 탄압했다는 비판이 있다'는 김현정 PD의 질문에 "그건 해명할 문제가 아니"라며 "저는 회사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진숙 전 사장은 또 "이전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게 되면 과거의 늪으로 같이 들어가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저는 MBC라는 회사와 건강한 언론을 위해 손가락질하지 않는 그러한 문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전MBC 노조는 이 전 사장과 과거 MBC에서의 이력을 분리해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사장은 2015년 대전 MBC 사장으로 임명된 뒤 지역과 상관없는 중동 관련 뉴스 보도를 지시하거나 부당징계·부당전보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 오다 최승호 MBC 사장 취임 이후 사임했다.

이들은 1일 낸 성명을 통해 "'한국당 인재영입 1순위 이진숙'이라는 말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인가"라며 "이진숙은 세월호 진실 보도를 막고 자신의 권력을 위해 바른 말 하는 후배들을 숙청시킨 장본인이며 대전MBC를 '중동 방송'으로 전락시키고 방송을 철저히 사익에 이용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017년 대전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이 전 사장의 취임 이후 뉴스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이 전 사장이 자신의 관심사에 맞춰 방송을 사유화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고서는 특히 이 전 사장이 △ 2015년 메르스 창궐로 요르단이 여행주의 지역으로 지정됐을 당시 취재진을 요르단으로 보내 기획취재를 하게 했고 △ 2016년 직접 이집트 대통령을 인터뷰해 대전·세종·충남지역에 4분여간 방송되도록 했으며 △ 자신이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총회에 참석해 연설한 것을 뉴스에 두 번씩이나 인터뷰로 넣은 보도 등을 대표적 방송 사유화 사례로 들었다.

지난 2017년 12월 26일 방송된 대전MBC 뉴스 '대전MBC뉴스, 거듭나겠습니다' 화면 갈무리 ⓒ 대전MBC
지난 2017년 12월 26일 방송된 대전MBC 뉴스 '대전MBC뉴스, 거듭나겠습니다' 화면 갈무리 ⓒ 대전MBC

이 전 사장이 사임한 뒤인 2017년 12월 대전MBC는 '대전MBC뉴스, 거듭나겠습니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고 "그동안 지역언론이 다뤄야 할 노동과 환경문제 등 중요한 의제는 실종되고 공영방송은 철저히 사유화됐다"며 "지역의 대표 공영방송사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시청자 여러분께 상처를 남긴 점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명에서 대전MBC 노조는 "이진숙과 자유한국당은 '망각'에 기대지 마라. 역사는 기억할 것이고, 대전MBC 구성원들은 잊지 않고 미처 하지 못 한 이야기들을 꺼낼 준비가 돼 있다"며 자유한국당에 "지금이라도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의 영입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에서 이 전 사장의 과거 이력을 들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공영방송 MBC를 망친 주범이며, 대전MBC 노조와 지역 시민사회의 투쟁으로 대전MBC 사장 자리에서 퇴출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정치개혁, 언론개혁은 외면한 채 적폐의 주역을 골라 영입하는 재주는 자유한국당 다운 모습"이라며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정치인의 탄생이 반갑지 않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 전 사장의 과거 경력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들은 "노조를 탄압했던 과거 행적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회사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2012년 파업 당시 MBC기자회에서 제명당해 동료들로부터 기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선고를 받은 이진숙은 감히 언론인 행세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진숙이 정치 무대에 등장하는 그 날, 세월호의 숨겨졌던 진실 한 토막이 인양됐다"며 "앞으로 이진숙이 무엇이 되고자 하든 무슨 일을 하든, 세월호 참사의 무거운 책임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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