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한 계절 드라마에 새긴 PD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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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혹한 계절 드라마에 새긴 PD의 비망록
고석만 전 MBC PD, ‘나는 드라마로 시대를 기록했다’ 출간... '수산반장' '제1공화국' 연출 뒷이야기 담아
  • 이해휘 기자
  • 승인 2019.11.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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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만 전 MBC PD가 쓴 '나는 드라마로 시대를 기록했다'
고석만 전 MBC PD가 쓴 '나는 드라마로 시대를 기록했다'

[PD저널=이해휘 기자] <수사반장> <제1공화국> 등 1980년대 정치드라마의 시대를 연 고석만 전 MBC PD가 <나는 드라마로 시대를 기록했다>를 펴냈다. 

군부독재정권이 서슬 퍼렇던 시절, 시대상을 비추는 문제작들은 소리 소문없이 조기종영을 맞는 시기였다. 사회상을 짚은 드라마를 잇따라 내놨던 저자도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엄혹한 계절을 지나온 저자는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기세를 떨치고 있는 요즘이지만 "우리 삶과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드라마가 없다”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고 전 PD의 이력을 보면 이같은 일침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1973년 MBC에 입사한 그는 60분짜리 드라마를 1천편 이상 연출했다. 

최초 정치드라마 <제1공화국>을 만들면서는 북한 정치의 시작을 다루었다는 이유로 안기부에 끌려가는 일도 있었고, 당대 재벌을 드라마에 소환한 <야망의 25시>는 정경유착의 그늘 아래 조기종영을 맛봤다. 

소설 <아리랑>의 주인공인 김산의 일대기를 드라마로 만들려던 시도는 이념 갈등의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기획 단계에서 무산되기도 했다.

또 당대의 부동산 투기 문제를 조명한 <땅>은 첫 회가 방영되자마자 청와대에서 비상대책회의가 소집되고, 5·16 쿠데타를 재현한 이후론 갑작스레 종영됐다.

저자는 “당시 MBC 사장의 연임 결정 시기가 임박한 데다 경영진과 정치권과의 유착 문제가 심각했다”며 “12회 방송 직후 정권은 MBC에 직간접 외압을 가해왔고 사장이 직접 <땅>의 방송 종료를 지시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수사반장> <제1공화국> 등을 추억의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는 시청자라면 귀를 기울일 만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뒷이야기다. 

그러면서 저자는 오늘날 드라마가 '시대의 거울'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   

그는 “이 책은 시대를 깨우는 드라마를 만들었던 이유와 마음에 새겼던 방송 매체의 본령을 잊지 않기 위한 비망록”이라며 “방송이 우리 사회를 더욱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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