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예인 따라붙는 '노출' '외모' 연관검색어 정화 나선 네티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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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예인 따라붙는 '노출' '외모' 연관검색어 정화 나선 네티즌들
명예훼손 우려 연관검색어, 응원 문구로 바꾸는 '정화운동'
"여성 연예인 외모 정보 알권리 아니라는 의견 많아"..."포털 사업자 연관검색어 관리 정책 투명성 높여야"
  • 박예람 기자
  • 승인 2019.11.08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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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연예인 연검 정화봇'에 올라온 트윗.
'여자 연예인 연검 정화봇' 계정에 올라온 트윗 갈무리

[PD저널=박예람 기자] 포털 사이트 카카오가 명예훼손 등 부작용을 이유로 연예뉴스 댓글과 인물 연관검색어를 없애겠다고 밝힌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여성연예인 연관검색어를 정화하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네티즌이 중심이 된 검색어 정화운동은 여성연예인들에게 긍정적인 연관검색어가 노출될 수 있도록 연예인의 이름과 응원 문구를 집중적으로 검색하는 운동이다.  

포털 사이트에 인물을 검색하면 노출되는 연관검색어는 이용자의 검색 효율성을 돕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권리 침해 우려도 안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1월 29일부터 3월 28일까지 두달간 신고를 받고 제외한 연관검색어 중에 가장 많은 제외 사유는 ‘유명인‧단체 명예훼손’(44.11%)이었다. 특히 여성 연예인의 경우 '노출'과 '몸매'에 주목한 연관검색어가 빠지지 않는다. 

故설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네티즌들이 연관검색어 정화 운동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인의 연관검색어가 선정적이라는 비판이 “떠난 사람의 흔적이라도 아름다답게 바꿔보자”는 검색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故 설리의 사망 이틀 뒤인 지난달 16일 개설된 트위터 계정 ‘여자 연예인 연검 정화봇(이하 연검 정화봇)’은 설리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 연예인의 연관검색어도 바꿔나가고 있다. 

제보와 투표를 통해 연관검색어 정화가 필요한 여성 연예인을 지정하면, 여기에 공감한 이들이 여성 연예인의 이름과 '사랑해' '팬사랑' 등의 응원 문구를 집중적으로 검색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성희롱 소지가 있는 연관검색어를 신고하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연검 정화봇’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곽은혜 씨는 “여성 연예인의 연관검색어 중 폭력적이고 성적인 키워드를 다른 단어로 대체해 연예인이 상처 받지 않을 만한 연관검색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적극적인 참여로 실제 연관검색어가 바뀌고 참여자들이 ‘끝까지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이 벌이는 '연관검색어 정화운동'만으로 연관검색어 문제에 대응하는 건 역부족이다. 

곽은혜 씨는 “지금도 부적절한 단어를 문제의식 없이 검색하는 사람이 많아 일주일간의 ‘총공(총공격)’으로 연관검색어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며 “포털 차원의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연관검색어 삭제 심의나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는 “여성 연예인 연관검색어 정화운동은 인물 연관검색어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당한 의사 표현”이라며 “지나치게 자극적인 연관검색어를 자체적으로 정화하는 포털 사이트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포털 사이트가 연관검색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지만, 연관검색어 삭제는 포털의 '검색어 조작' '검색 중립성'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해법이 간단치만은 않다.     

손 변호사는 “포털이 그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연관검색어를 전부 삭제하지 못한 이유는 양이 방대한 탓도 있지만 ‘검색어 조작’ 논란을 의식한 영향도 있었다”며 “포털이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연관검색어 삭제 기준과 사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2012년 검색어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검색어 제외 검증을 맡기고 있지만, 이후에도 검색어 삭제를 둘러싼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KISO 검증위원회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네이버가 최순실 관련 검색어를 다수 삭제했다고 밝혀 또 다시 '검색어 조작'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KISO 정책팀 관계자는 “지난해엔 검색어 자체만으로 사실관계를 현저히 오인시키는 경우 연관검색어를 삭제할 수 있다는 기준을 추가하기도 했다"며 "신청인의 명예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는 설리 사망 사건 이후 연예뉴스 댓글과 함께 연내 연관검색어도 폐지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애초 취지와 달리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진 않았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검색어와 관련해 어디까지 관여하는 게 옳은지를 놓고 포털 사업자들이 이중적인 잣대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연관검색어 유지나 폐지는 사업자의 서비스 정책과 관련한 결정으로, 연관검색어를 폐지하겠다는 카카오의 실험이 앞으로 어떻게 추진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KISO 검증위 조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연예인 이름 옆에 붙는 신체 정보 검색어는 국민들이 굳이 알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많았다”며 “연관검색어를 유지하더라도 국민이 알권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면 정책에 적절하게 반영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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