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KBS 사장…'독도 헬기 사고' 영상 논란 수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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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사과·원본영상 공개에도 수그러들지 않는 논란...신뢰도 치명타 위기감 팽배
"영상 보도 성급...직원 윤리 교육 강화해야"

KBS 양승동 사장이 6일 오후 독도 해역 소방헬기 추락사고의 실종자 가족을 만나기 위해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서소방서를 방문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한 채 쫓겨나고 있다.
KBS 양승동 사장이 6일 오후 독도 해역 소방헬기 추락사고의 실종자 가족을 만나기 위해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서소방서를 방문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한 채 쫓겨나고 있다.ⓒ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KBS 직원이 독도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헬기 관련 영상을 뒤늦게 제공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KBS는 단독 보도를 위해 구조 의무를 외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명에 나섰지만,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에서도 이번 논란으로 KBS의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헬기 추락사고 사흘 뒤인 지난 2일 KBS에서 이륙 직후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도하면서 시작된 파문은 점점 KBS의 신뢰성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KBS가 3일 공식 사과하고 홈페이지에 해당 직원이 촬영한 영상을 모두 공개했음에도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KBS는 호기심에 헬기 영상을 촬영한 엔지니어 A씨가 법을 어기고 국가 보안시설을 몰래 촬영한 사실이 두려워 당초 영상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후 국토교통부의 연락을 받은 A씨가 담당 부장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이 시점에 영상의 존재를 알게 된 보도국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보도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강원도 산불 사고 이후 크게 질타를 받고 재난방송 역량 강화에 힘을 쏟았던 KBS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국가 보안시설을 허가없이 촬영했다는 불법 행위가 발각될 것을 우려한 개인의 판단 착오에서 빚어진 일이라 해도, KBS 직원이 구조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KBS 직원이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이 실제 보도에 활용된 이상 KBS가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공정성 가이드라인에 위배된 것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KBS는 공정성 가이드라인 중 '재난재해 보도' 항목에서 "재난 취재는 긴급한 인명구조와 보호, 사후수습 등의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상을 공개한 KBS 보도국의 결정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 한 기자는 "그동안 공영방송에 요구하는 윤리, 저널리즘의 기본과 같은 부분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라며 "보다 엄밀한 (취재) 체계를 진작에 갖췄어야 했다"고 말했다.

참담한 분위기 속에서 KBS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당장 유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일이 급선무지만, 가족들은 '영상을 촬영한 엔지니어와 이를 보도한 취재기자를 대동하지 않으면 누구도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필모 부사장에 이어 6일 양승동 사장도 유족을 만나지 못했다. 양승동 사장은 이날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만나 "사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며 면담을 요청했지만, 가족들의 반발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KBS는 해경에 A씨가 영상을 촬영할 때 사용했던 휴대폰을 제출하고 디지털 포렌식에 협조하기로 했다. 지난 3일부터 이번 사건에 관한 감사도 벌이고 있다. KBS 관계자는 "A씨와 당시 보도 관련자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며, 감사가 끝나는 대로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의 윤리의식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한 KBS 기자는 "전 직군을 대상으로 저널리즘 윤리 등 KBS 구성원으로서의 기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4일자로 임명된 엄경철 KBS 신임 보도국장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원칙들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지점들을 점검하고, 가로막는 관행들을 개선하고 제도적 대안들을 만들겠다"며 "취득 영상 체크리스트, 단독보도 체크리스트 같은 구체적 방법들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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