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 폐지’ 선언한 KBS 신임 보도국장 '임명 반대'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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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철 보도국장, 찬성 62.40%로 임명동의안 가결...전임 보도국장보다 투표율·찬성율 저조
'출입처 제도 폐지' 반대 여론 '경영진 평가' 반영된 듯

엄경철 새 KBS 보도국장 ⓒ KBS
엄경철 새 KBS 보도국장 ⓒ KBS

[PD저널=이미나 기자] 뉴스 차별화를 위해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엄경철 KBS 신임 보도국장이 임명동의 투표에서 37%의 반대표를 받았다. 전임 보도국장들과 비교해 반대 비율이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출입처 폐지’에 대한 보도국 내부의 반발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KBS 기자협회는 통합뉴스룸(보도국) 소속 기자들을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 62.40%의 찬성률로 엄경철 국장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에는 총 유권자 385명 중 258명이 참여해 투표율 67.01%를 기록했다. 찬성에는 161명(62.40%)이, 반대에는 97명(37.60%)이 표를 던졌다.

KBS는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보도·시사·라디오 부문 국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했는데, 과거 두 차례의 보도국장 임명동의안 투표에 비해 이번 투표에서는 투표 참여율과 찬성률 모두 하락했다.

엄경철 국장이 과거 공영방송·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는 등 KBS 안팎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낮은 지지율이다. 

지난 2018년 5월 치러진 김태선 전 국장의 임명동의안 투표 당시 투표율은 80.11%, 찬성율은 85.75%였다. 2019년 5월 열린 이재강 전 국장의 경우 투표율 68.21%, 찬성율 78.95%를 기록했다.

투표율 하락은 과거에 비해 짧은 투표 기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태선·이재강 전 국장 임명동의안 투표 당시 총 투표 기간은 8일이었다. 반면 엄경철 국장의 경우 지난 5일과 6일 이틀 간 투표가 진행됐다.

낮은 찬성률은 엄경철 국장이 지난 4일 밝힌 보도국 운영계획에 대한 기자들의 의사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이 글에서 엄 국장은 근본적인 취재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반드시 필요한 영역과 역할을 제외하고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이슈 중심의 취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KBS 기자는 "신임 보도국장이 '출입처 제도 혁파'라는 과감한 화두를 던지면서 임명동의안 투표가 마치 출입처 제도 폐지에 대한 찬반 투표로 비춰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출입처 제도 혁파의)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하기가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누적된 KBS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투표 결과로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KBS 기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이번 보도국장 임명동의안 투표 결과에 투영된 것이 아니겠나"라며 "투표 결과가 엄경철 국장 개인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경철 새 보도국장과 새로 임명된 보도국 주간(부국장)에게 주어진 과제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당장 KBS가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김경록 PB와의 인터뷰부터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보도 등으로 불거진 의혹과 혼란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출입처 제도 등 취재 관행 개선과 관련한 KBS 내부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엄 국장의 글이 올라온 것을 시작으로 현재 KBS 내부게시판에는 몇몇 기자들이 출입처 제도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글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KBS 관계자도 "당장의 체질 개선이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여러 의견을 듣고 실험에 나설 필요는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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