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조작 의혹, CJ ENM 규제 요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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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조작 의혹, CJ ENM 규제 요구 커진다
PD 두 명 구속, '생방송 문자투표 논란' 사실로
영향력 비해 책무 낮은 CJ ENM, "수익 구조 살펴봐야"...'시청자위원회 설치' 법안 발의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11.08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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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제작한 CJ ENM ⓒ 뉴시스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제작한 CJ ENM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생방송 문자투표 조작 의혹을 받던 CJ ENM 계열 채널인 Mnet 소속 PD 두 명이 지난 5일 구속됐다. 투표 조작과 유착 의혹 등과 관련해 수사가 '윗선' 으로 번지면서 CJ ENM의 공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네 번째 시즌 격인 <프로듀스X101> 마지막 생방송 직후 시청자를 중심으로 제기된 문자투표 조작 의혹은 경찰 수사로 상당 부분 사실임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 5일 법원은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스타 PD로 발돋움했던 안준영 PD와 과거 '슈퍼스타 K' 시리즈 등을 만들며 Mnet에 '오디션 왕국'이라는 명성을 안긴 김용범 CP를 구속했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을 비춰봤을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안 PD가 시즌 3에 해당하는 <프로듀스48>의 생방송 문자투표에서도 조작이 있었으며, 일련의 과정에서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친 접대를 받은 사실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최초로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자체 조사만으론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며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던 CJ ENM은 두 PD의 구속에 "앞으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며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는 이제 CJ ENM을 향하고 있다. 5일 CJ ENM을 상대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은 추가로 이번 의혹에서 윗선이 개입한 정황은 없는지, 의혹이 불거진 뒤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은 없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CJ ENM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여론이 크기 때문이다. 두 PD의 구속에 처음 투표조작 의혹 규명을 요구했던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는 "이 사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CJ ENM"이라며 "정말 제작진의 단독행동이라 하더라도 CJ ENM은 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최종 책임은 CJ ENM"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CJ ENM이 갖는 영향력은 지상파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재승인 심사도 받지 않는 채널사용사업자(PP) 지위인 CJ ENM의 공적 책무는 그리 무겁지 않다.

방송 내용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각종 제재도 CJ ENM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

현행 규정상 방심위가 방송사업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는 과징금 3000만 원이다. 7일 발표한 CJ ENM 미디어부문 3분기 실적이 매출액 4269억 원, 영업이익 161억 원임을 감안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게다가 이미 CJ ENM은 지난 2015년 Mnet <쇼미더머니4>에서 과도한 욕설과 비속어 사용, 선정적인 랩 가사를 방송했다는 이유로 각각 3000만 원과 20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방송계 충격을 던진 '순위 조작 의혹'으로 CJ ENM에 공적 책무를 부과하는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매출액이 2000억 원 이상인 방송사업자에 의무적으로 시청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 6일 발의했다. 2017년 CJ ENM에 시청자위원회 설치와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 의무를 지게 하자는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2년여 만이다.

하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각종 의혹을 확인하고 조치하는 시청자위원회를 지상파나 종편 등 큰 방송사에만 의무 설치하도록 돼 있다"며 "Mnet도 시청자위원회를 설치하면 시청자들이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이 기구를 통해 모든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또 부정을 저지른 책임자에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CJ ENM이 대중문화 영역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CJ ENM이 투자한 36개사 중 3곳이 연예기획사였고 나머지 20개 이상은 문화 콘텐츠 관련 투자조합이나 펀드였다. 또 CJ ENM이 지분을 보유한 63개 회사 중 10곳이 연예기획사였고, 나머지도 해외법인·콘텐츠 제작회사 및 유통·공연사 등이었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CJ ENM은 자본의 힘으로 확장하고 있으나 규제에서는 자유롭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살피는 것이 우리의 미디어 환경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방영된 MBC <PD수첩> 'CJ와 가짜 오디션' 편도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PD수첩>은 CJ ENM을 두고 "군소 기획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해 신인을 발굴하는 한편, 방송을 통해 자신들이 만든 아이돌그룹의 인지도를 높이고 음악을 제작하며 관리까지 해 왔다"며 "뿐만 아니라 유통과 공연까지 관여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방송사는 음반제작사나 연예기획사를 겸업할 수 없다는 선진국의 사례를 든 <PD수첩>은 "유통을 장악한 대기업이 문화 사업을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없도록 만든 제도이자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며 "이제 우리도 이 가이드라인을 제도화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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