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 “팬미팅” “보여주기식 행사” 평가 박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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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임기 후반기 맞아 각본 없이 국민과 120분간 직접 대화
질문 기회 얻으려고 손든 국민 패널들...‘진행 산만’ '송곳 질문 없어‘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부동산 안정화 대책’ ‘조국 사태’ 등과 관련한 국민의 질문에 직접 답했다.

MC 배철수 씨의 사회로 각본 없이 진행된 이날 <국민과의 대화>는 예정된 100분을 넘어 120분 가까이 이어졌다. 스쿨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박초희 씨의 질문을 시작으로 다문화가정 부부, 탈북자, 일용직 노동자 등을 대변한 국민 패널은 정부의 미흡한 대책을 지적하면서 관심을 호소했다. 국민 패널로 선정된 300명이 서로 질문 기회를 얻으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열띤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질문을 받은 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과 최저임금 정책, 남북관계 등의 기조는 흔들림 없이 이어나가겠다고 밝히면서도 ‘조국 사태’와 관련해선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임기 2년을 맞아 KBS와 가진 대담이 기자의 질문 태도 등을 놓고 논란이 일었던 것과 달리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산만한 진행이 아쉬움으로 꼽힌다.

20일 조간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한 문 대통령 등의 발언을 주요하게 실으면서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선 “팬미팅 분위기”, “알맹이 없는 국민과의 대화”라며 다소 박한 평가를 내놨다.

<조선일보>는 3면 ‘팬미팅 같았던 120분...송곳 질문도 명쾌한 답변도 없었다’에서 “질문 중에는 '이런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읍소와 '대통령께서 늙으신 것 같아 눈물이 난다'는 팬미팅형 질문이 많았다”며 “유튜브 실시간 댓글에서는 ‘진솔한 대화였다’는 평가와 함께 ‘대통령과 지지자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끝났다’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라 문팬(문 대통령 지지자)과의 대화였다’ ‘너무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는 비판도 다수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나라 현실 엄중한데 대통령은 한가한 TV쇼’라고 제목을 붙인 사실에서 “경제·안보가 모두 엄중한데 대통령이 TV에 나와 현실과 동떨어진 한가한 얘기나 하니 국정에 신뢰가 생기겠는가”라고 힐난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정책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남북관계는 굉장히 보람을 느끼는 분야”라고 답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는 “중소기업인들을 절망시킬 발언”, “다섯 차례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이 허무한 '쇼'로 드러났고 북한이 연일 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 20일자 3면 기사.
조선일보 20일자 3면 기사.

<중앙일보>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검찰 개혁 등에 문 대통령의 답변만 듣고 추가 질문이나 반론이 이어지지 않아 심층 대화가 어려웠다”며 “다문화 가족과 탈북민은 질의응답이라기보다는 어려운 처지에 대한 관심 촉구 수준에 그쳤다. 반면에 여론의 관심이 높고 문 대통령이 난처할 수 있는 한·미 동맹 등 외교 현안은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는 사설 '왜 했는지 알 수 없는 국민과의 대화'에서 “질문은 산만하거나 개인 또는 소속 집단의 이해관계, 개인적 감상 등이 어우러져 국가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솔직한 생각이 무엇인지 알기에는 상당히 미흡했다”며 “굳이 이런 보여주기 식 행사를 가져야 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런 사전 각본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역설적으로 아무런 내용이 없게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10일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만찬으로 시작한 소통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이번 <국민과의 대화>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국정 현안에 대한 깊이 있고 밀도 있는 논의 대신 패널이 질문하면 대통령이 원론적 답변만 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쌍방향 소통보다는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메시지 전달에 치우쳤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행사를 주관한 MBC에도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이 정도면 방송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말서를 써야 한다’ 등 부정적인 시청자 의견을 부각한 <동아일보>는 ”특히 질문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300명이나 참석하다 보니 서로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소리치는 바람에 분위기가 흐려지고, 질문하지 못한 참석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에 국민 소통 확대를 주문하면서 <국민과의 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국민패널들은 어린이 안전 문제, 중증장애인 지원, 다문화가정 차별, 일용직 고용 불안 등 각자 자신들이 일상 속에서 겪고 있는 고충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면서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며 “이번 ‘국민과의 대화’처럼 대통령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펴야 한다. 1년에 한번 정도의 ‘행사’가 아니라, 가급적 자주 국민과 소통의 폭을 넓히는 데 힘을 쏟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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