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오가는 국민 소통 방식...후반기 동력 확보 의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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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청와대·MBC선 "합격점"...언론계선 '준비 미흡했다' '살아있는 민의 보여줬다' 의견 분분

19일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의 질문지를 받고 있다. ⓒ 뉴시스
19일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의 질문지를 받고 있다.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 '국민과의 대화'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672만 명이 시청(TNNS 전국가구기준)한 것으로 집계된 이날 방송을 두고 '작은 대한민국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진솔하게 소통에 나섰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산만한 분위기였다' '대통령 팬 미팅 같았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19일 MBC에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이하 <국민과의 대화>)는 예정 시간을 초과한 117분 동안 진행됐다. 현장에 자리한 300명의 국민들이 손을 들고 직접 질문하거나 보조 진행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된 질문을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은 모두 23개의 질문과 의견에 답변했다.

청와대와 MBC는 민의를 전달하기 위한 새로운 형식으로서,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국민 300명이 무작위로 대통령에 각자의 현안을 묻는 이번 <국민과의 대화>를 기획했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5월 방송된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 대통령은 KBS 기자와 1:1 대담에 나섰으나,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포맷에 거부감을 보이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은 대담 이후 "오히려 공격적인 공방이 오갔어도 괜찮았겠다"고 말했지만, 기자의 질문을 '무례'로 평가한 일부 시청자들로 인해 내용에 대한 평가보다는 대담에 나선 기자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는 한계도 명확했다.  

과거의 사례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는 MBC 입장에선 국민에게 마이크를 넘겨 직접 질문하게 하고, 주 진행자 역할에도 MBC 소속의 기자나 아나운서보단 세대를 아울러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가수 겸 DJ 배철수를 기용해 위험 부담을 줄이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기자들이 손을 들고 대통령이 지목해 질문을 받는 신년 기자회견, KBS 기자와의 1:1 대담을 진행했던 청와대에서도 '타운홀 미팅 '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소통에 강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대통령과 국민이 직접 만난 자리에서 취임 전반기를 돌아보고 후반기 국정운영 방침을 설명하는 것이 대국민 '메시지 전달' 측면에서도 효과적이었으리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배경에서 MBC <국민과의 대화>가 추진됐으나, 정작 방송 이후엔 산만한 분위기가 아쉬운 요소로 떠올랐다. 현안에 대한 질문보단 ‘청원’에 가까운 질문자들의 사연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인 김어준은 2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도떼기시장이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시청을 멈췄다"고 말하기도 했다.

짜인 각본이 없다는 점에만 치중하다 보니 대통령이 현장에 '밀어 넣어진' 셈이 됐다는 아쉬움은 여기에서 나온다. 참모진이 MBC에 모든 것을 맡기고 2선으로 물러나 있기보단, 대통령이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있도록 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언론학자는 "큰 틀에서 흐름을 기획했어야 하는데 '생방송' '타운홀 미팅'이라는 형식의 새로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실제 준비과정에서 미흡함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며 "대통령 참모진이나 제작진이 사전에 좀 더 대비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논란도 상당 부분 없었을 것이고 (대화에 참여한) 국민들의 발언 취지도 더 잘 전달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현장에서 통제할 수 없는 돌발 변수가 많았던 것도 '산만한 분위기'를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제작진에 따르면 방송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출연자들이 긴장한 탓에 실제 제출한 질문지대로 질문하지 않거나, 자신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만 MBC 보도제작1부장은 "예측불허한 상황이 많았지만 제작진은 되도록 개입하지 않는다는 콘셉트였다"며 "개인적으론 더 많은 질문이 나오지 못하고, 날카로운 질문이 적어 프로그램의 밀도가 떨어져 보인 부분은 아쉽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떼기시장'과 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이날 방송의 긍정적 의미라는 의견도 있다. 각자가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이것을 '레거시 미디어'가 꾸미지 않고 드러낸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언론학자는 "지난 5월 KBS에서 방송된 대담에 비하면,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절박한 목소리들이 대통령에게 전달되기에는 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고 본다"며 "어수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동적으로 보였다. '도떼기시장' 같다는 평가는 오히려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선입견, 혹은 엘리트 중심주의적 생각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눈높이 소통'을 한 것 자체로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19일 시청률이 20%를 넘는 등 지난 5월 KBS에서 진행된 취임 2주년 맞이 대담에 비해 2배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고무적이라는 자평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어제는 진짜 맨바닥에서 시작했다"며 "민감한 질문이 나올 때면 참모들이 긴장도 했지만 잘 넘기고 나서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끝났을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이 정도는 정말 괜찮다’ 하며 손뼉을 쳤다"고 말했다.

MBC에서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한 MBC 관계자는 "어떻게 해도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는 일각에선 비판받을 수밖에 없었던 기획"이라며 "이만하면 큰 탈 없이, 취지에 맞게 해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과의 대화> 제작진도 각자 간절한 문제를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더 중점을 두었다는 설명이다.

김주만 MBC 보도제작1부장은 통화에서 "(다른 사람들에겐)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것도 각자에겐 중요한 일이라 여기고 이야기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기자회견이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과의 소통 자체가 콘셉트였던 만큼 질문이 길었다거나 지루했다고 해서 (출연자를) 비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 언론학과 교수는 "역설적으로 국가가 정확히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고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었다"며 "공론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같은 기획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각자가 따로 자신의 주장만을 내놓는 난장판과 같은 현실을 보여주고 말았다"는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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