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랑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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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 승인 1998.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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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최근 국내제작 영화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분야는 다르지만 영상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마음이다. 음반시장 대다수가 이미 외국에 점령당한 이 시점에서 영상산업의 전면개방을 앞두고 국내영화가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방송 소프트 개발이라는 화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항상 구호로 그쳤을 뿐, 실천적 방안이 제시된 적은 솔직히 말해 거의 없다.
|contsmark1| 그 가운데 kbs tv문학관을 통해서 방송되었던 길위의 날들이 유럽에 비싼 값으로 팔려 나갔다는 소식은 우리가 앞으로 무억을 해야 하는 지를 알려준다. 이번의 성사가 bbc나 nhk와의 가격 협상에서 좋은 전례가 될 것이란 전망도 기분좋다. 길위의 날들의 선전은 이미 이태리상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 예고되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미상과 달리 작품성을 중시하는 이태리상에서 우리의 제작역량이 인정받았다는 것은 제대로 투자만 이루어지면. 그리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것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극장가에서 혹은 비디오 시장에서 사랑받고 잇는 우리 영화들을 보면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기획과 신선한 소재. 연출기법들이 돋보인다. 은행나무 침대에서부터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여고괴담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한국영화가 가졌던 한계, 즉 뻔한 스토리, 진부한 소재, 단순한 기법에서 벗어나고 잇는 것이다. 그것이 당연히 팬들에게 호응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제작관행, 사고방식,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늘 해왔던 제작방식, 판에 박은 듯한 포맷, 현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구조 속에서는 새로운 시각과 발상이 불가능한 법이니깐. 여고괴담의 박기형 감독이 어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속편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는 그 이유를 속편제작에 들어갈 경우 자신이 상업적으로 바뀔까봐 두렵다고 밝혔다. 사실 대중문화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영화감독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자리를 마다한다는 것은 솔직히 어려운 결단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혹시 자신이 빠져들 수 있는 오류를 경계하는 자세는 참으로 부럽다. 인기라는, 돈이라는, 명성이라는 유혹을 뿌리치기란 생각이나 말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지금 우리 프로듀서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잠시 생각했다. 혹시 우리가 그처럼 시청률이라는 유혹에서 잠시 빠져 나올 수 잇다면, 그래서 잠시라도 한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면 길위의 날들의 영광이 계속될 수 있고 영상시장이나 방송시장의 개방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하는.
|contsmark2| 그러나 현실은 그런 나이브한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다. 박감독은 "하고 싶은것도, 되고 싶은것도 없는"우리 교육의 현실을 여고괴담을 통해서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꿈을 길러 주지도 못하고 뭔가 하고 싶게 해주지 못하는 학교는 지금이나 그때나 마찬가지라고 질타한다. 그 말은 곧 우리의 방송환경, 영화제작환경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방송국괴담이라도 만들어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그것이 흥행에 성공할 지 실패할 지는 전적으로 만드는 자와 보는 자에 있다.(pd연합회장 , 본보 발행인)|contsma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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