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간절한 심정으로 면접 본 취업준비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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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간절한 심정으로 면접 본 취업준비생들에게
MBC 신입 PD 채용 면접관으로 참여해보니 
짧은 면접 시간 지원자 당락 결정 잔인하지만, 기준도 불분명해 '난감'
  • 허항 MBC PD
  • 승인 2019.11.21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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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2019 강남구 스타트업 채용 페스티벌'에서 현장면접을 보고 있다.(사진=강남구 제공) ⓒ뉴시스
취업준비생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2019 강남구 스타트업 채용 페스티벌'에서 현장면접을 보고 있다.(사진=강남구 제공) ⓒ뉴시스

[PD저널=허항 MBC PD] MBC는 새로운 PD를 뽑는 공개채용을 진행 중이다. 채용과정 중 한 단계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평가와 별개로 요즘 PD지망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어떤 콘텐츠들을 즐겨보는지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막상 평가 점수를 기록해야 할 순간에는 선뜻 손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내 앞에서 살아온 이야기와 PD로서의 포부를 펼친 사람의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그 점수들이 합산되어 누군가는 다음 단계에 진입하고, 누군가는 고배를 마시게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니 마음이 괴롭기까지 했다. 

안 그래도 요즘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좋아하던 연예인의 죽음이 그 생각에 더 큰 불을 지폈다. 그를 괴롭힌 주범은 인터넷 악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악플은 근본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다. ‘저 사람 이상해’, ‘관종이야’, ‘고로 저 사람은 욕먹어도 괜찮은 사람이야’ 등의 근거 없는 ‘판단’ 속에 그는 얼마나 큰 억울함을 느꼈을까. 극단적인 선택으로 ‘난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를 외친 것은 아니었을까. 

나 역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너무나 쉽게 판단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사소한 행동 하나, 근거 없이 떠도는 소문으로 누군가의 인성을 규정하고 재단했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오해하는 것은 그렇게 억울해하면서, 타인에 규정하는 일은 너무나도 쉬웠다. 그런 내 마음이 악플러의 그것과 다른 게 무엇이었을까.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이란 어느 한 가지 면만 보고 재단할 수 없다. 소문으로는 그런 사람이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그렇지 않았던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진국이었던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았나. 내가 가졌던 어리석은 선입견이 얼마나 많은 관계들을 막아왔을까. 

10분도 채 안 되는 대화 끝에 그 사람이 이 회사에 적합할지 아닐지를 판단하는 작업은 참 잔인하다. 첫인상의 느낌에 사로잡힌 5분을 빼면, 그 사람을 진솔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은 더 짧아진다. 면접이라는 상황 특성상 유려한 말솜씨나 눈에 띄는 제스처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나와 면접위원들은 되도록 선입견 없이 그들의 진심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면접자들 모두 다 간절히, 열심히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한명 한명의 알알한 인생궤적은 면접위원이, 아니 이 회사가 감히 판단해댈 수 없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살아온 길에 그 누가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PD가 되고 싶다는 포부에 대해 그 누가 우열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채용’이라는 프로세스상 어떻게든 점수는 매겨졌다. 정답 오답이 분명한 수능 같은 것도 아닌지라, 사실 기준도 정확치 않다. 그것이 누군가의 인생에 작든 크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직까지 마음 한 편이 무겁다. 12년 전 MBC 최종면접에서 낙방하고 나서 '차라리 세상에 종말이 오는 게 덜 절망스럽겠다' 싶었던 감정이 떠올라 더욱 괴롭다. 

면접을 본 지원자들이 이 글을 읽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면접의 합격 불합격이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한 합격 불합격은 절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10분의 면접 후 평가한다’는 것만큼 섣부른 판단이 어디 있을까. 만약 나에게 ‘10분 동안 나를 어필하시오’라는 과제가 주어졌다면, 나는 내 진심의 100분의 1이라도 표현해낼 수 있었을까.  

인연 혹은 운에 대해 논하는 것은 지원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완벽치 않은 면접관들이 10분 안에 판단하기에, 당신들은 충분히 넓고 깊었다. 누구보다 소중히 자신의 인생을 가꿔가는 사람들이었다. 그 기세만 간직한다면, 어디서든 넓고 깊은 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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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하오 2019-11-25 00:49:05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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