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EBS 빼고 규제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통위...지상파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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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EBS 빼고 규제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통위...지상파 '시큰둥'
방통위, 28일 중장기 방송제도 개선안 처음 공개...'공민영 구분' 'OTT 활성화 위한 규제 최소화' 골자
"규제 해소 일변도...공공성 약화"우려도...방통위, 국민·전문가 등 의견 수렴 절차 밟을 예정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11.2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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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중장기 방송제도 개선 및 미래지향적 규제체계 개선 방안' 토론회 ⓒ PD저널
2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중장기 방송제도 개선 및 미래지향적 규제체계 개선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을 공·민영으로 나누고 민영방송의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내용이 담긴 중장기 방송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지난 4월부터 방송제도개선 추진반을 꾸려 공‧민영방송 차등 규제와 OTT 등 융합서비스의 중장기 규제방안을 논의해온 방통위는 28일 열린 토론회에서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발제를 맡은 이종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미디어연구실장은 "현행 방송체계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해 방송의 공적가치 실현, 융합 경쟁을 활성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소유구조와 재원조달 방식 등을 고려해 방송을 공적 영역과 민간 영역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방송 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적 영역의 방송은 다시 공영방송과 공공서비스방송으로 분리된다. KBS와 EBS를 공영방송으로 묶어 높은 수준의 공적 책무를 부여하는 대신 정부가 수신료 등으로 운영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는 협약 형태로 구체화해 이행실적과 사업계획서를 주기적으로 정부에 보고하게 하고, 이를 별도의 위원회가 평가한다.

MBC와 국방방송·아리랑국제방송 등 정부 소속 방송사는 '공공서비스방송'이라는 새로운 면허체계를 도입한다. 

반면 SBS와 종합편성채널 등의 민간 영역은 최소 규제의 원칙에 따라 금지행위 규정이나 내용심의와 같은 사후적 규제만 남겨놓고 시장진입·소유제한·광고·편성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현행 재승인(재허가) 제도나 방송평가, 방송재원 역시 이 같은 구분에 따라 차별화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KBS, MBC, EBS 사옥의 모습.
KBS, MBC, EBS 사옥의 모습.

이날 토론회에선 방송통신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의 의미를 역무 중심의 '방송서비스'로 정의하고, 상위 개념으로 '시청각미디어서비스'(가칭)를 신설해 OTT 등의 신유형 서비스를 포괄한다는 방안도 함께 나왔다.

황준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아래 실시간서비스와 주문형서비스(VOD)를 각각 두되, 실시간서비스의 세부 분류에 따라 A안과 B안을 제시했다. A안은 방송과 OTT를 동일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 범주(실시간서비스)에 두면서도 지상파와 유료방송을 묶어 현재의 시장 현실을 반영한 안이고, B안은 지상파방송만을 따로 떼어놓고 유료방송과 OTT를 하나의 범주로 묶는 수평적 규체체계 도입안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 같은 분류체계를 통해 합리적인 OTT 규제방안이 필요하다면서도 "OTT 활성화를 위해 규제 범위와 수준은 최소화한다"는 기본 방향을 밝혔다.

이용자 보호와 공정경쟁 조건 마련을 위해 OTT의 규제방안으로는 △ 방송사와 OTT 간 금지행위 규제 및 분쟁조정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 시장 경쟁상황평가를 위해 매출·가입자·이용실태 등 기초자료 제공 의무화 △ OTT 유해물 규제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이 제안됐다.

방통위가 제시한 공민영 분류에 따른 규제 차등이 결과적으로 방송서비스 전체의 공공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방송에 대한 사회의 필요성이 아닌, 산업의 편의성만을 고려했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송이 최소한으로 갖는 책무와 공영방송에 부여된 공적 책무가 구체적이지 않아 공영방송 축소, 민영방송 규제 완화라는 뜻하지 않은 결과가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안된 공·민영 분류체계에서 민간 영역으로 분류된) 종합편성채널과 같은 경우 소유겸영 규제가 사라지게 되는데, 이것이 여론다양성에 미칠 영향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정수영 MBC 연구위원도 "오랜 논의 속 절충안일 수 있겠으나 기준도 모호한 데다 편의주의적이다. 판례에서 공영방송으로 규정된 MBC를 애매하게 공공서비스방송으로 밀어낸 것이 그 예"라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축소 지향적 공적 영역 설정이 아니라, MBC를 공영방송의 파이를 늘리는 주체로 인정하고 이에 맞는 제도적 틀과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으로 분류되는 방송사에선 공적 재원의 조달의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냈다.  

김대식 KBS 대외협력부 팀장은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봐도 공사의 수신료는 방통위가 아니라 의회가 결정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라며 "공영방송과 공적 책무에 관한 협약을 맺고 이를 재원대책과 결합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공·민영 구분이 가능한가, (기준이) 모호하지 않은가 하지만 문제는 '잘못하면 (방송산업이) 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사업자의 관점에서든 시민의 관점에서든 작은 범위에서 생존이나 이익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큰 그림을 전제로 각자가 공공성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초 연말까지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었던 방통위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공개 국민 의견수렴 절차, 추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청취 등을 거쳐 좀 더 시간을 갖고 개선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토론회를 마친 뒤 허욱 방통위원은 "오늘은 (개선안의) 뼈대를 제안한 것"이라며 "내년 초까지 급하고 중요한 과제에 대해서는 먼저 대안을 제시하고, 4기 방통위 임기 내 최대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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