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 "수신료 현실화, 신뢰 회복 전에 꺼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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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 사장 "수신료 현실화, 신뢰 회복 전에 꺼낼 수 없어"
양승동 사장, '수신료 분리징수 청원' 20만 돌파에 "시청자 질책 무거워"
"취재 혁신안 내부 토론 중...내년 강도높은 경영자구책 마련할 것"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12.02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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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사장이 2일 KB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KBS
양승동 사장이 2일 KB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KBS

[PD저널=이미나 기자]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인터뷰 논란과 독도 소방헬기 사고 영상 논란 등으로 KBS 안팎의 질타를 받은 데 대해 양승동 KBS 사장이 "(국민들이) 공영방송의 존재에 의문에 들게 했다는 데 대해 KBS 사장으로서 송구하다"고 밝혔다.

2일 오전 KB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 사장은 또 "방송제작 규범을 재정비하고 교육을 강화해 KBS 모든 직원들이 공영방송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가슴 깊이 새기게 하겠다"며 "무엇보다 시청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양승동 사장은 지난 5월 취임 1주년 맞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충분히 부합하지는 못했다"며 대국민 신뢰 회복을 약속했지만, 하반기에도 KBS를 둘러싼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급기야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은 지난 11월 초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공영방송 KBS의 주인인 시청자들이 주시는 질책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는 양승동 사장은 올 하반기 불거진 논란들을 두고 "정상화 이후 (KBS 구성원들이) 높은 의지를 갖고 임하고 있지만 손발이 못 따라갔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월례 직원조회에서도 양 사장은 그간의 논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2% 부족함 때문이었다. 관행적으로 출입처 중심주의에 매몰됐거나 높아진 시청자의 감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거나, KBS가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라는 점을 피부로 인식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2%의 차이가 대세를 결정짓는 시대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사장은 먼저 김경록 PB 인터뷰 논란에 대해 "그렇게 인터뷰를 편집해 사용할 수 있다고 보지만,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대상자의 취지도 다른 보도를 통해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은 취재기자와 데스크가 상호 관계 속에서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문제를 제기한 다음날 경영진이 입장을 정리해 보도자료를 냈는데, 내부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며 "KBS가 제대로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선 내부 토론이 더 활성화되고, (사안에 대한)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독도 소방헬기 사고 영상 논란과 관해선 "명확하게 처신을 잘못한 부분이다. (촬영한 직원이)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라는 인식을 철저히 했더라면 당황한 상황에서라도 처신을 제대로 했을 텐데 매우 아쉽다"며 "사고 3일째 되는 날 (영상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급하게 방송한 점 역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BS는 2일 오후 사고 실종자 가족 및 유가족과 만나 관련자들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향후 대책을 설명할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양승동 사장은 "보도국장을 비롯해 새롭게 보도국 인사를 했고, 취재‧제작시스템 혁신방안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조만간 KBS 뉴스가 믿을 만하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양 사장은 지상파 최초로 메인뉴스에 여성 앵커를 발탁하고, 재난방송 시스템 개편과 지역총국 뉴스 내실화 등을 변화의 시작으로 꼽기도 했다.

ⓒ KBS
ⓒ KBS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재 KBS가 논의 중인 취재‧보도 혁신안 중 '출입처 폐지'가 화제로 떠올랐다.

앞서 엄경철 보도국장은 내정 이후 밝힌 보도국 운영계획에서 뉴스 차별화를 위해 출입처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했다. 엄 국장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가 '출입처 폐지'에 대한 찬반 여론을 묻는 투표로 비치는 모양새가 되면서, 반대표를 던진 비율이 그동안의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에서보다 높은 37.6%를 기록하기도 했다.

양승동 사장은 "출입처 제도의 장점까지는 버리지 않겠다"면서도 "다만 검찰 출입과 관련한 부작용이 크게 나타났고 이를 중심으로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KBS는 분명히 답을 해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김종명 보도본부장도 "주요 언론, 특히 공영방송에 요구되는 건 단순한 사실의 전달을 넘어 의미와 맥락을 해석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라며 "보도자료는 클라우드 시스템 등을 통해 데이터화하고, 주기별로 이슈를 분석해 의제를 놓치지 않겠다. 전문가 집단이나 시청자의 관여도를 높이는 시스템도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어 "검찰 관련 보도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다시 새겨야 한다는 것, 궁극적으론 선진국과 같이 공판중심 보도를 해야 한다는 정도의 큰 줄기만 있는 상태"라며 "정치부 출입 역시 정당 위주가 아니라 국회 상임위별로 방식을 바꾸고, 경제‧사회‧문화부서에서 정책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영업적자 585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655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올해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날 양승동 사장은 비용 절감에 지속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콘텐츠 경쟁력에 대해서도 올해 <동백꽃 필 무렵>과 같이 성공을 거둔 작품이 연달아 나오면서 드라마‧예능 부문 구성원의 자신감이 회복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양승동 사장은 "6월 토털리뷰를 통해 경비를 최대한 절감하고, 보유재산을 매각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 올해는 작년보다는 적자가 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수신료 현실화는 KBS의 신뢰도 향상, 영향력 강화 등의 과제가 남아 있어 본격적으로 꺼낼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임병걸 전략기획실장도 "21%까지 떨어졌던 지상파 광고점유율이 최근 25%대까지 회복됐다. 내년에는 지금 새로 편성된 콘텐츠 등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고 광고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고 본다"며 "6월 토털리뷰로 5백억 원 가량의 비용절감 계획을 세웠는데, 내년엔 상시 토털리뷰 구조로 전환해 지금보다 강도 높은 자구책과 경영합리화 방안을 실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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