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핵발전 안전신화, 주민 삶은 '월성'에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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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핵발전 안전신화, 주민 삶은 '월성'에 빼앗겼다
‘뉴스타파’ 기획‧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월성’ 12일 개봉 
주민 건강과 맞바꾼 최대 핵도시의 이면 조명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9.12.06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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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성' 스틸컷.
영화 '월성' 스틸컷.

[PD저널=박수선 기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탈핵’ ‘찬핵’으로 양분된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정작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삶을 일궈가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의결을 연거푸 미루고 있는 가운데 월성 1호기 인근 주민들은 오늘도 정부의 이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타파>가 기획‧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월성>은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근처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로 핵발전 문제를 우리 삶의 문제로 끌어다 놓는다. 

원전 6기와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가동되고 있고,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절반이 보관되고 있는 경주는 원자력과 뗄 수 없는 지역이다. 월성원전을 비롯해 핵시설이 모여있는 양북면, 양남면, 김포읍은 예전엔 월성군으로 불렸지만 1989년 경주군으로 개칭되면서 사라졌다. 
 
월성 1호기에서 1㎞ 떨어진 곳에서 사는 황분희 할머니는 갑상선암 환자다. 1983년 월성 1호기가 운전을 개시한 지 4년 뒤에 경주 양남면으로 이사온 황분희 할머니는 “처음에는 원자력이 누구 하나 위험하다는 사람이 없어서 의심을 안했다”고 한다. 

원전에 대한 믿음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산산이 부서졌다. 2016년 조사에선 네 살배기 손자의 몸 속에서 어른의 2~3배가 넘는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황분희 할머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1호기 914m(거주제한구역) 밖은 안전하다고 했지만, 사택은 멀리 지었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황분희 할머니뿐만 아니라 원전 주변 갑상선암 환자 618명이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원전 인근 주민들의 갑상선압 발병률이 높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인과관계는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고리 원전 인근에 사는 주민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8월 항소심은 ‘방사능 피폭선량과 주민의 암 발병에 상관관계를 입증한 연구가 부족하다’며 원심을 뒤집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화 '월성' 스틸컷.
영화 '월성' 스틸컷.

‘핵직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월성>은 핵발전소에 가까이 살수록 주민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사실적이면서도 서늘하게 전한다.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 을씨년스러운 읍내의 풍경과 단란한 황분희 할머니 가족의 모습을 비추면서 원전 정책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묻는다.  

<월성>을 연출한 남태제 감독은 “국책사업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발전소에 예속되고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실감하면서도 지역 주민이 혜택을 받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이 촬영을 하면서 깨졌다”며 “‘탈핵’‘찬핵’ 이분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데 누군가의 인생을 담보로 해도 되는지 정의의 문제로 바라봐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공동연출한 김성환 감독은 “월성은 그분들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데, 원전으로 이름을 뺏긴 것”이라며 “원전 주민의 삶이 안전하면 우리도 안전한 것인데, 그분들이 불안해하는데 우리만 안전해도 되는 것인지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월성>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자백>에 이어 <공범자들> <김복동> 등을 만든 <뉴스타파>가 네 번째로 내놓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오는 1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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