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연합회 "'PD수첩-검찰기자단' 무리한 주장 없어...생산적 결론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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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연합회 "'PD수첩-검찰기자단' 무리한 주장 없어...생산적 결론내야"
한국PD연합회, 대검찰청·법조기자들 '검찰기자단'편 공개 비판에 반박 성명
"검찰, '언론 신뢰 회복' 기획의도 읽어야...'PD수첩'이 던진 화두에서 실천 이끌어낼 떄"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12.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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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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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대검찰청과 법조기자들이 악의적인 보도라고 반발한 MBC <PD수첩>'검찰 기자단'편에 대해 한국PD연합회(이하 PD연합회)는 "상식과 합리의 테두리를 벗어난 무리한 주장은 없었다"며 검찰과 기자들의 성명 내용과 관련해 "감정적이고 비생산적인 갈등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서 깊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앞서 <PD수첩>은 전‧현직 검찰 출입기자 및 검사들의 인터뷰와 녹취 자료 등을 바탕으로 검찰과 기자단이 서로 필요에 의해 정보를 주고받는 등 유착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PD수첩>은 특히 폐쇄적인 검찰 출입기자단 운영 방식이 이 같은 유착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방송 다음날인 4일 대검찰청은 대변인실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발언 여부에 대한 진위 확인도 곤란한, 음성을 변조한 복수의 익명 취재원을 내세워 일방적인 추측성 내용을 방송한 것은 검찰 및 출입기자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인 보도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방송이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수사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명백한 것으로 보여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5일 대법원 기자단 소속 기자 30명 중 22명은 성명을 통해 "출처와 진위 여부도 의심스러운 일부 인터뷰 내용으로 전체 법조기자단을 브로커 등 범죄 집단처럼 묘사해 특정 직업군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했다"며 <PD수첩>을 대상으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및 민사소송 제기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PD연합회는 "(검찰과 일부 법조기자들의 반발은) 오랜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했으니 당사자들이 충격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며 "<PD수첩>의 합리적인 문제제기에 대해 부디 열린 마음으로 응답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특히 PD연합회는 이번 방송이 출입처 제도와 '검찰발' 보도의 부작용이라는 한국 언론의 오래된 문제점을 화두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PD연합회는 "<PD수첩>의 오프닝 멘트처럼,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집단으로 언론이 등장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누군가 입을 열어야 할 일을 <PD수첩>이 한발 앞서서 얘기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PD수첩>은 언론의 관행을 조목조목 설명한 뒤 '자유로운 취재를 전제로 공개 브리핑 제도를 도입하는 게 대안'이라고 결론지었다"며 "이 프로그램에서 상식과 합리의 테두리를 벗어난 무리한 주장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PD연합회는 '익명의 취재원을 내세워 일방적인 추측성 내용을 방송했다'는 대검찰청의 주장에 대해 "이는 '취재원 보호'라는 저널리즘의 상식을 외면한 발언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다. 탐사저널리즘에서 취재원의 신원과 정보 입수경위를 일일이 밝혀야 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주장인가"라며 "검찰은 제발 '언론의 신뢰 회복'이라는 <PD수첩>의 기획의도를 글자 그대로 읽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법조기자들의 성명에 대해서도 "곤혹스런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PD수첩>의 어느 대목이 왜곡이고 오류인지 전혀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PD수첩>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까지 매도한 게 아니며, 검찰이 제공하는 '선택된 정보'에 검찰 기자단이 갇혀 있는 구조적 현실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PD연합회는 "우리 언론의 신뢰 회복은 기자든 PD든, 우리 모두의 과제"라며 "<PD수첩>이 던진 화두에서 생산적인 결론과 실천을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 언론의 취재 관행을 합리적으로 바꾸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PD연합회의 성명 전문이다.

'PD수첩 - 검찰기자단'의 합리적인 문제제기

12월 3일 방송된 <PD수첩 - 검찰기자단>은 한국 언론의 해묵은 문제점을 공론화했다.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 자체와 별도로, 이 과정에서 온 국민 앞에 드러난 우리 언론의 구조적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PD수첩>의 오프닝 멘트처럼,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집단으로 언론이 등장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불편한 사실을 방송하는 일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누군가 입을 열어야 할 일을 <PD수첩>이 한발 앞서서 얘기했을 뿐이다.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가 위법 행위라는 사실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으니 일단 언론에 집중해 보자. 조국 일가 수사와 관련 4개월간 50,000건, 하루 400건이 넘는 기사가 쏟아졌는데 대부분 검찰 발 보도였다. 수사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새로운 정보를 주는데 쓰지 않고 배길 기자는 없다. '단독' 경쟁에서 뒤처지면 낭패며, 데스크의 압력도 거세다. 기자들은 이러한 '단독' 경쟁이 수사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검찰의 의도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기사화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청자와 독자 눈높이에서 보면 매우 이상한 현상이었다. 수많은 기사들이 단독 타이틀을 달고 나갔지만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단독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특종은 별로 없었다. 이 와중에 오보까지 이어졌다. 검찰의 '의견'에 불과한 내용을 '사실'로 간주하여 보도했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속보 경쟁에 휩쓸려서 큰 숲을 놓친 결과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10년 전 '논두렁 시계 사건'이란 대형 오보의 기억이 생생한데, 지금대로라면 이런 비극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PD수첩>은 이러한 비정상적 언론 현상의 원인을 캐물었고, 폐쇄적인 기자단의 존재가 불합리의 뿌리라고 진단했다. △검사와 출입기자는 원만한 관계에서 서로 원하는 걸 주고받으며 공생하고 △검사들은 기자들에게 정보를 흘리며 경주마 다루듯 유리한 보도를 이끌어 내고 △폐쇄적인 기자단 운영이 이러한 관행을 제도화한다. <PD수첩>은 이러한 관행을 조목조목 설명한 뒤 "자유로운 취재를 전제로 공개 브리핑 제도를 도입하는 게 대안"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상식과 합리의 테두리를 벗어난 무리한 주장은 없었다.

검찰과 일부 법조기자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오랜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했으니 당사자들이 충격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대검찰청의 4일 입장문과 대법원 기자단 일부의 5일 성명은 감정적이고 비생산적인 갈등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서 깊이 우려된다.

대검찰청의 입장문은 <PD수첩>이 "발언 여부에 대한 진위 확인도 곤란한, 음성을 변조한 복수의 익명 취재원을 내세워 일방적인 추측성 내용을 방송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취재원 보호'라는 저널리즘의 상식을 외면한 발언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다. 탐사저널리즘에서 취재원의 신원과 정보 입수경위를 일일이 밝혀야 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주장인가. 대검찰청은 '독심술'이라도 쓰듯 "검찰 및 출입기자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인 보도"이며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수사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여차하면 <PD수첩> 관계자들을 수사라도 하겠다는 위협으로 비칠 수 있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검찰은 제발 "언론의 신뢰 회복"이라는 <PD수첩>의 기획의도를 글자 그대로 읽어주기 바란다. "부끄러운 우리 언론의 이야기며, 이 과제는 우리 언론인들의 몫"이라고 앵커도 강조하지 않았는가.

대법원 기자단 일부의 5일 성명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흘렀다. 이 성명은 <PD수첩>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왜곡과 오류 투성이"라고 매도했는데, 곤혹스런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PD수첩>의 어느 대목이 왜곡이고 오류인지 전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성명은 "얼굴을 가리고 음성을 변조하는 것도 모자라 가명에 대역 재연까지 써 가며 현직 검사와 법조기자를 자칭하고 나선 인물들의 인터뷰 내용의 허구성은 아연실색할 지경"이라고 했는데, 공익적인 취재원이 익명을 요구할 때 이를 존중하는 언론의 기본 원칙을 몰라서 하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이 성명이 <PD수첩>에게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 건 온당치 못하다. <PD수첩>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까지 매도한 게 아니며, 검찰이 제공하는 '선택된 정보'에 검찰 기자단이 갇혀 있는 구조적 현실을 지적했을 뿐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것을 어찌 현명한 태도라 할 수 있겠는가.

언론 동료로서 간곡히 부탁한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9월 발표한 세계 38개국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이 최하위라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은가. 우리 언론의 신뢰 회복은 기자든 PD든, 우리 모두의 과제 아닌가. 이제 '단독'과 '속보'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한 걸음 벗어나 더 질 높은 뉴스, 정확하고 엄밀한 보도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PD수첩>의 합리적인 문제제기에 대해 부디 열린 마음으로 응답해 주기 바란다.

우리 사회에 열정과 책임감을 가진 기자들이 많으니 언론의 신뢰 회복이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PD수첩>이 던진 화두에서 생산적인 결론과 실천을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 언론의 취재 관행을 합리적으로 바꾸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2019년 12월 9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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