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2’, 금빛 배지가 뭐라고
상태바
‘보좌관 2’, 금빛 배지가 뭐라고
JTBC '보좌관 2', 복마전 속에 장태준 최후의 일격은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9.12.10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JTBC '보좌관2' 스틸컷.
10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JTBC '보좌관2' 스틸컷.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정치를 떠올리면 인상부터 찌푸려지는 이들이 적지 않은 건, 정치인들의 부정적인 모습이 우리의 뇌리에 강력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드는 정치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한 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던 정치인도 어느 순간 폭로의 대상이 되면 부정적 이미지로 바뀐다. 신뢰가 컸던 인물이라면 폭로로 인한 실망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이러니 정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울 밖에.

JTBC <보좌관2>는 소신을 가진 정치인의 성공을 그린 판타지가 아니다. 시즌1을 통해 보좌관에서 국회의원이 된 장태준(이정재)이라는 인물 자체가 그렇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추종했던 이성민(정진영) 의원을 자살하게 만들고 법무부장관이 된 송희섭(김갑수)를 묵인하고 대가로 의원직에 오른다. 물론 그건 진짜 배신이 아니다.

제 아무리 뜻을 갖고 있어도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장태준은 일단 의원이 된 뒤 송희섭 장관을 밀어내려 한다. 그러니 장태준의 선택은 스스로의 도덕성에도 흠집을 내는 일이다. 심지어 한 때 연인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강선영(신민아) 의원이 그를 의심할 정도로.

하지만 금세 장태준이 숨겨둔 이빨은 송희섭 장관에게 발각되고, 정치적 난타전이 벌어진다. 송희섭 장관은 최경철(정만식) 검사를 지검장을 세워 장태준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게 만든다. 장태준은 송희섭의 비자금이 연루된 주진화학의 비리들을 추적하며 맞불을 놓지만 검거된 주진화학 대표 이창진(유성주)이 자살로 위장된 채 죽음을 맞이하면서 사건은 덮어질 위기에 놓인다.

장태준은 이제 송희섭의 보좌관인 오원식(정웅인)이 관리하는 비자금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연결고리가 송희섭으로까지 이어져 있다는 걸 밝혀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비자금 계좌가 밝혀지려는 순간, 송희섭은 그 계좌를 개설한 은행의 대표가 강선영 의원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강선영이 국회의원이 된 것에도 뒷거래가 있었다는 걸 암시한다. 비자금 계좌가 밝혀지면 강선영 의원 역시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보좌관2>는 이처럼 상당히 복잡한 정치의 복마전을 그려내고 있다. 마치 권투 경기를 하듯 한쪽에서 한 방을 때리면 다른 쪽에서 반격을 하는 식이다. 최후에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는 마지막회를 앞둔 순간까지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되는 건 그 공격과 반격이 대부분 관계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장태준의 도덕성을 깎아내리기 위해 그 아버지를 공격하고, 송희섭의 비리를 캐기 위해 이창진 대표와의 검은 거래 관계를 추적한다. 

여기서 장태준과 뚜렷이 구분되는 인물은 강선영이다. 장태준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손에도 피를 묻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강선영은 늘 소신대로 정치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강선영조차 아버지가 송희섭과 한 거래 때문에 위기에 처한다. 본인은 바르게 소신 있게 정치를 하려 해도 얽힌 관계들은 그걸 가로막는다. 물론 강선영은 여기서도 소신 있는 선택을 한다. 자신이 의원직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송희섭 보좌관 오원식의 비자금 계좌 사실을 공개한다.

이런 이상적인 인물에 대한 기대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시청자들은 대부분 생각한다. 저렇게 이상적으로 소신만을 추구해서 과연 송희섭 같은 노회한 정치인을 밀어내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대신 결코 깨끗하다 할 수 없는 장태준 같은 인물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보좌관2>는 어째서 정치가 어려운가를 그 복마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정치가 바른 이상만으로 실현될 수 없는 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 사람은 관계로 얽혀 있어서다. 정치판은 얽힌 사람들의 저마다의 욕망이 부딪치고 때론 부러지고 때론 타협하는 곳이다. 그러니 너무 정치가 이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상부터 찌푸리거나 나아가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건 정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보좌관2>는 복잡한 관계와 이해의 충돌을 통해 우리가 왜 정치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