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쓴 대작...시청자 울고 웃긴 드라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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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못쓴 대작...시청자 울고 웃긴 드라마는
[2019년 드라마 결산] 대규모 자본 투입된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 기대 못미쳐...‘동백꽃 필 무렵’ 성공의 의미는
월화드라마 폐지 움직임 속 시즌제 드라마 안착...신인 발굴 경쟁 치열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9.12.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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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방송된 드라마 KBS '동백꽃 필 무렵', SBS '열혈사제' '배가본드', tvN '아스달 연대기'(왼쪽부터 시계방향)
올 한해 방송된 드라마 KBS '동백꽃 필 무렵', SBS '열혈사제' '배가본드', tvN '아스달 연대기'(왼쪽부터 시계방향)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2019년 드라마 업계는 자본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내외적으로 만만치 않은 해를 보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경영난 속에 ‘월화극 잠정 중단’을 택할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에 이어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OTT) 플랫폼까지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면서 ‘어떤 채널이냐’보다 ‘어떤 콘텐츠냐’가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됐다.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은 주춤한 반면 소소한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으면서 대중의 소구력을 갖춘 드라마가 무엇인지에 관한 물음이 남았다. 또 드라마 업계 안팎으로 시즌제 드라마가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치열한 콘텐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신예 작가 발굴이 두드러졌다. 

대규모 제작비 투입된 대작 ‘주춤’= 오랜 기간 기획단계를 거쳐 수백 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드라마들이 줄줄이 아쉬운 성과를 거뒀다.

tvN<아스달 연대기>는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PD, <뿌리 깊은 나무>, <선덕여왕> 등을 집필한 김영현·박상연 작가, 배우 송중기, 장동건, 김지원이 나섰음에도 시청자의 호오가 갈렸다. 국내 최초로 상고시대 문명을 다룬 <아스달 연대기>는 제작비 540억 원의 초대작이라는 언론의 집중 조명에도 어설픈 CG 처리와 소재의 신선함을 뛰어넘지 못하는 스토리가 도마에 올랐다.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가 출렁거릴 정도였다.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된 SBS<배가본드>도 완벽한 흥행을 일구진 못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드라마의 맛을 살린 작품은 입소문을 타고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방영된 JTBC<SKY 캐슬>은 첫 방송 시청률 1%대에서 시작해 상승곡선을 타고 최종회에서 20%를 넘어설 정도로 기염을 토했다.

하반기에 방영된 KBS<동백꽃 필 무렵>은 시청자를 울고 웃게 만드는 이야기를 풀어냈고, 시청률 23.8%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KBS<왜 그래 풍상씨>는 주말극을 미니시리즈로 대체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흥행했다. 반면 KBS 주말극<하나뿐인 내편>은 시청률 49.4%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총 106부작이라는 긴 방영 분량을 출생의 비밀, 거듭된 우연, 최루성 신파 등 자극적인 요소에 의존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웠다. 

지난 7월 종영한 MBC '검법남녀 시즌2' 현장포토.
지난 7월 종영한 MBC '검법남녀 시즌2' 현장포토.

지상파에도 안착한 시즌제 드라마= 장르 불문하고 확대되고 있는 시즌제 드라마를 지상파도 선을 보이며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시즌제 드라마는 주로 해외에서 방영되는 포맷이었다. 그러나 일부 케이블 채널 위주로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하다가 몇 년 새 종합편성채널은 물론 지상파에서도 볼 수 있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특히 MBC에서는 법의학과 괴짜 법의관을 내세운 <검법남녀2>를 통해 시즌제의 안착을 알렸다. 이밖에 JTBC<으라차차 와이키키2>, tvN <아스달 연대기>,JTBC <보좌관2>, OCN<보이스4> 등 시즌제 드라마가 꾸준하게 시청자 곁을 찾았다.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모았던 <SKY 캐슬>, <열혈사제> 등 시청자들의 시즌제 제작 요구가 빗발치는 등 시즌제의 흥행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 

시즌제 드라마는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안정적이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드라마의 세계관이 확장되고, 독특한 캐릭터의 힘으로 에피소드를 다양한 펼쳐보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런 시즌제의 속성이 드라마 발목을 붙잡기도 한다. 시청자의 호응에 힘입어 제작되는 드라마인 만큼 후속에서 동일한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을 경우 자칫 아예 다른 작품처럼 느껴지거나 전작과 비교를 당하기 십상이다. 독특한 캐릭터로 승부를 걸 경우 충실한 에피소드가 담보돼야 한다. 올해 불화설과 하차설 등 끊임없는 잡음 속에서 방영된 KBS<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시즌1의 코믹함과 유쾌함이 사라진 전개로 시청자의 기대에 못 미쳤다. 

드라마 편수 줄이고 '선택과 집중' 전략= 올해처럼 드라마 편성이 오락가락한 경우도 없었다. 올해 지상파 방송사는 경영 악화로 인해 이례적으로 ‘월화극 잠정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기존 ‘10시대 띠 편성’을 깨고 드라마가 예능물로 대체되거나 방영시간대가 앞당겨지는 등 유연한 편성을 선보였다. 아직까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생존을 모색하는 시도만큼은 놓지 않고 있다.

MBC는 미니시리즈 방영시간을 1시간 앞당겨 ‘평일 9시대 드라마’ 블록을 단행했다. 안판석 PD의 <봄밤>으로 시작해 <검법남녀> 시즌2가 바통을 이어받아 안착했다. SBS는 첫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는 회를 거듭할 때마다 상승곡선을 그렸고, 마지막 회에서는 20%를 훌쩍 뛰어넘는 자체 최고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방송사들은 채널 바깥에서도 분투하는 해였다. 날이 갈수록 드라마의 제작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만큼 변화한 시청 패턴에 맞춰 드라마를 유통하거나 해외로 판권을 판매하는 시도가 중요해졌다. 지상파는 넷플릭스에 ‘동시방영’을 전제로 한 신작판매를 피해왔으나 올해에는 제작사의 거세지는 요구와 글로벌 OTT의 영향력을 거스를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MBC<봄밤>, SBS<배가본드>를 시작으로 국내 지상파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방영됐다. 

한편 방송사들은 글로벌 OTT와 경쟁이 가속화되자 국내 ‘콘텐츠 유목민’을 붙잡기 위한 통합 OTT를 선보이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은 올해 통합 OTT '웨이브'의 닻을 올렸고, CJ ENM과 JTBC는 더디지만 OTT 출범을 준비 중이다. 드라마 제작과 유통에서 글로벌 OTT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자본 종속의 우려도 제기되지만, 방송사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될성싶은 작가 발굴·육성에 주력= 단막극이 신예 작가, PD, 배우들의 등용문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방송사들은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를 엿볼 수 있는 단막극의 역할과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작비 부담으로 인해 단막극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간혹 단막극을 제작하더라도 심야 시간대 편성돼 시청자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웠다.

몇년 전부터 신인 발굴의 필요성에 관심을 보이던 방송사들이 올해는 단막극을 적극적으로 편성해 주목을 받았다.  KBS<드라마스페셜 2019>, JTBC<드라마 페스타>를 비롯해 tvN<드라마 스테이지> 등 20편 안팎의 신예 작가의 작품이 안방극장에서 찾았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치열한 콘텐츠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콘텐츠 핵심 인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색깔을 드러낸 작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임상춘 작가(<동백꽃 필 무렵>), 권도은 작가(<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신예 작가임에도 드라마계 ‘세대교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부상했다. 올해 노인 빈곤과 딜레마를 그린 단막극 <그렇게 살다>는 ‘이달의 PD상’을 수상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tvN은 드라마·시트콤을 가리지 않고 작가 양성에 나서고 있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적 투자에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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