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타고 날개 단 '펭수'...‘트로트’·‘스포츠’ 예능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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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타고 날개 단 '펭수'...‘트로트’·‘스포츠’ 예능 두각
[2019 예능 결산] EBS 프로그램 코너로 시작한 ‘펭수’, 유튜브 스타로...‘삼시세끼 외전’ 등 유튜브 친화력 높여
익숙한 ‘장수 예능’ 속 ‘미스트롯’·‘뭉쳐야 찬다’·‘씨름의 희열’ 등 신설 예능 인기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9.12.2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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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은 EBS '자이언트 펭 TV'의 펭수, tvN '삼시세끼 외전', TV조선 '미스트롯', KBS '씨름의 희열' 화면 갈무리.
올 한해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은 EBS '자이언트 펭TV', tvN '신서유기 외전', TV조선 '미스트롯', KBS '씨름의 희열'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2019년 예능을 한 줄로 요약하면 ‘지각 변동’이라고 부를 만하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진입한 데 이어 젊은층 중심으로 모바일 위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흐름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런 바람을 타고 유튜브는 전통 미디어인 방송과 대적할 정도로 성장했다. 방송사들도 유튜브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기존 장수 예능과 시즌제 예능으로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유튜브 최적화 예능은= 유튜브의 강세는 예능의 변화도 이끌었다. 나우앤서베이가 지난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저녁 7시 이후 가장 많이 시청하는 미디어 매체’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6.7%가 유튜브를 꼽았다. 18.8%, 9.0%로 각각 2, 3위를 기록한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을 크게 앞섰다. 방송사들도 유튜브 친화적인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이런 흐름에 발맞춰 나갔다. 

지상파에선 MBC <놀면 뭐하니?>가 대표적이다.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종영 이후 선보인 <놀면 뭐하니?>는 방송 전 유튜브 채널에 예고편 등을 먼저 공개하면서 관심을 높였다. ‘릴레이 카메라’ 이후 내놓은 유재석이 드러머에 도전하는 ‘유플래시’,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한 ‘뽕포유’ 등의 프로젝트도 유튜브를 통해 이용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tvN에서는 아예 파격적인 편성을 시도하며 온라인으로 유입을 유도했다. ‘신서유기’ 시리즈 스핀오프인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고작 5분 내외로 편성됐다. <아간세>의 20분 안팎의 풀방송은 공식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 먼저 공개하는 전략을 선보였다. 강호동을 내세운 <라끼남>도 6분짜리로 정규편성 콘텐츠이지만 3~4%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깜짝 등장해 탑스타급 인기를 얻고 있는 EBS 연습생 ‘펭수’도 유튜브에 진출하면서 빛을 봤다. ‘자이언트 펭TV’는 EBS <보니하니> 한 코너로 출발했다가 유튜브 채널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기존에 유아나 어린이 시청층을 대상으로 했던 EBS 캐릭터와 달리 펭수가 20~30대에 두터운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도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이었다. 

‘펭수’와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이 ‘방송사 대통합’을 이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방송사간 협업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방송사와 플랫폼의 경계가 옅어졌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이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유튜브 문법을 어디까지 차용해야 하는지는 고민거리다. 규제가 덜한 온라인에서 활용되는 용어나 소재를 방송사가 그대로 활용하는 데엔 부적절한 측면이 있어 적정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유튜브가 키운 ‘뉴트로’ 예능 열풍= ‘뉴트로’ 예능도 유튜브에서 태동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프로그램 하이라이트 클립이나 메이킹 영상 등을 올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SBS 인기가요>, <순풍산부인과>, <보고 또 보고>, <공포의 쿵쿵따> 등 과거의 인기 프로그램들을 고화질로 공개하는 한편 이슈에 맞춰 다양한 관련 영상들을 재조합한 매시업(mashup) 콘텐츠를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 방영된 SBS의 ‘인기가요’를 라이브 스트리밍해주는 SBS의 유튜브 채널, ‘KPOP CLASSIC’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20대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8일 방송을 시작한 KBS '1박 2일' 시즌4 화면 갈무리.
지난 8일 방송을 시작한 KBS '1박 2일' 시즌4 화면 갈무리.

‘장수 예능’‘시즌제 예능’ 굳건= 올 한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간판 예능으로 시청자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준영 파문'으로 <1박 2일> 제작을 중단한 KBS는 9개월 만에 시즌4를 내놨다. ‘국민예능’ 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프로그램답게 10%대의 시청률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일요일 9시대로 편성 시간을 이동한 지 3주 만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면서 KBS 대표 예능의 자존심을 살렸다. KBS 예능대상에서 대상을 포함해 5관왕에 오르는 영광을 누르기도 했다.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도 올해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나 혼자 산다>는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실시한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평판 빅데이터 분석 결과 1위를 차지했다.  SBS <미운 우리 새끼>는 고정 출연자인 김건모가 성폭력 혐의로 논란에 휩싸이는 위기를 맞았지만, 대표 일요 예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영석’표 시즌제 예능은 꾸준히 화제성을 유지하며 정착했다. <신서유기7>는 시청률 6%대를 유지했다. <삼시세끼> 시리즈 사상 최초 여성 멤버로만 구성해 변화를 꾀한 <삼시세끼-산촌편>도 호응을 얻었다. <강식당3>은 이전 시전 여세를 몰아 7%대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며 시즌제 명맥을 이어나갔다.

장수 예능과 시즌제 예능은 검증됐다는 이점도 있지만, 식상함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 ‘양날의 검’을 방송사가 절묘하게 활용하는 게 여전한 숙제다.      

JTBC '뭉쳐야 찬다' 클립 화면 갈무리.
JTBC '뭉쳐야 찬다' 클립 화면.

‘트로트’ ‘스포츠’ 예능 두각= ‘새로울 것 없는’ 예능 시장에서 ‘트로트’와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예능이 두각을 나타낸 해였다. 올해 첫 선을 보인 프로그램 중에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이 단연 돋보인다. 트로트 스타 ‘송가인’을 배출하면서 <미스트롯>은 음악 예능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워 트로트 부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TV조선은 트로트 스타 ‘송가인’을 배출한 <미스트롯>에 이어 내년 1월 2일 <미스터트롯>을 방송할 예정이다.  

붐이 일고 있는 스포츠 예능도 빠트릴 수 없다. JTBC <뭉쳐야 찬다>는 대한민국을 주름잡았던 스포츠 1인자들이 축구 종목에 도전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농구 대통령’ 허재는 선수 시절과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늦깎이 예능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 전설’의 여전한 기량과 의외의 모습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SBS가 오는 1월 10일 첫방송하는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는 농구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서장훈이 감독으로 이상윤, 차은우, 서지석 등이 출연한다.

KBS <씨름의 희열>은 방영 전부터 유튜브 등 각종 SNS에서 화제를 모은 황찬섭, 이승호 등 경량급 선수들에 주목해 만들어졌다. 젊은층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씨름의 부활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새해에는 유익한 즐거움도 주고, 방송의 순기능을 입증하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찾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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