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문제는 시스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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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꼴찌 야구팀 단장 주인공으로 한 SBS '스토브리그', 야구 드라마 같은 '오피스 드라마'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현장포토.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현장포토.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드림즈’라는 최하위 만년 꼴찌팀에 새로 들어온 백승수(남궁민) 단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제일 먼저 팀에서 프랜차이즈 선수(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임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하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한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치진들, 또 운영팀까지 반대하고 나서는 가운데 백승수는 그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한다. 

임동규가 타율 성적은 높지만 팀 내 기여도는 낮다는 게 그 첫 번째 이유였다. 즉 팀에 기여가 필요한 여름 시즌에는 부진하다 사실상 꼴찌가 확정된 마무리 시즌에 반짝해 타율을 높였다는 것. 백승수는 그런 기여도 낮은 선수를 끌고 갈 이유가 없다고 설득한다. 이에 반발해 임동규는 폭력까지 행사하고 언론을 이용해 ‘그를 트레이드 하지 말자’는 여론을 만든다. 

백승수는 ‘바이킹스’에서 잘 나가는 투수 강두기(하도권)를 데려오겠다는 말로 여론을 한 순간에 잠재워버린다. 본래 ‘드림즈’에 있었지만 임동규와의 불화로 팀을 떠나게 됐던 강두기를 백승수가 설득해낸 것이다. 

<스토브리그>는 드림즈 같은 팀이 꼴찌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첫 번째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다. 잘 하는 선수처럼 보이지만 팀에 기여도가 낮거나 팀에 불화를 일으키고 자기 마음대로 팀을 움직이려는 한 선수가 물을 흐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메시지는 두 번째 에피소드인 스카웃팀의 비리를 다룬 이야기에서도 등장한다. 

스카우트팀의 팀원 양원섭(윤병희)이 고세혁 팀장(이준혁)의 뜻과 다르게 다른 선수를 지목하는 영상에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백승수는 조사에 들어간다. 어려서부터 선수들의 부모까지도 친분관계를 맺게 되는 스카우트팀의 특성상 뒷돈이 오가는 비리가 생길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조사 끝에 나온 의외의 결론은 고세혁 팀장이 선수들을 뽑아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아왔다는 사실이었다. 완강히 부인하는 고세혁 팀장에게 증거를 제시한 백승수는 그를 해고시키고 대신 그 팀장 자리에 양원섭을 앉힌다. 

프로야구라는 소재를 다룬 <스토브리그>는 시선도 꽤 깊다. 우리가 늘 봐오던 경기가 아니라 그 경기 뒤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 또한 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건 이 이야기가 보통 회사의 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들과 그리 다르지 않는 지점을 짚어내고 있어서다. 꼴찌 팀에는 꼴찌를 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스토브리그>가 제시하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일이 잘 굴러가지 않으면 그 책임은 대부분 팀원들에게 돌아간다. 팀원들이 무능해 일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스토브리그>는 팀원들이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고 말한다. 백승수라는 인물은 사적인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고 징계를 내리면서도 감정이 최대한 배제된 선택을 한다. 그는 이 문제를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가를 찾아내려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한다. 그것보다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것이야말로 팀이 잘 돌아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를 현실에 빗대 들여다보면 의외로 큰 카타르시스를 준다. 사회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많은 문제들 속에서 대부분 그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조직은 심지어 어떤 책임 소재를 전가할 인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개인의 잘못일까. 물론 개인적 실수나 무능이 만든 잘못도 존재하겠지만 그런 일들은 엇나간 시스템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백승수 같은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야구를 잘 몰라도 배워가며 시스템을 고치려는 리더가 지금의 대중들에게 주는 카타르시스는 그래서 크다. 개인들이 원하는 건 적어도 잘못된 시스템 때문에 억울한 일은 겪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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