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에 지역방송발전 분담금을 요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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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 인수합병 통해 방송 시장 영향력 증대
생존 위협 받는 지역방송...방송 생태계 보호 방안 마련해야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지역방송·SO 노동자 등이 모여 '통신재벌은 지역방송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서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PD저널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지역방송·SO 노동자 등이 모여 통신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PD저널

[PD저널=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 LG유플러스의 CJ 헬로비전 인수가 거의 마무리 되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절차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만 남겨 놓은 상태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IPTV가 우세를 보이면서 케이블 가입자들이 꾸준히 IPTV로 빠져나가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최근 통신사와 유료방송사간의 인수‧합병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를 넋 놓고 지켜보기만 하기는 어려운 것이, 방송 산업이 본질적으로 여러 층위 사업자들의 긴밀한 협력과 공존 관계로 구축된 유기체적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의 3/4을 점유하게 될 만큼 IPTV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다른 방송사 사업자들에게 드리워질 그림자도 그만큼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은 2007년 IPTV 도입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업자들이다. 지역MBC와 지역민영방송을 합한 지역방송사업자들의 방송사업매출액은 2007년 약 6200억원에서 2018년 약 48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교통망이 좋아질수록 지역 상권이 위축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가중되는 것과 같이, 전국을 사업권역으로 갖고 있는 IPTV의 시장 진입은 지역방송에 대한 일종의 패싱 현상을 가속화하고 지역방송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지역방송의 생존이 문제가 되는 건 단순히 몇몇 방송사업자만의 흥망성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역분권과 지역 다원성이라는 근원적 가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역방송은 일종의 공공재로서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역민에게 생활 정보를 제공하며,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 분권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사회의 지역 분권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논리 속에서 지역방송의 의미가 날로 퇴색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지점이다. 
 
인수합병 논의 때마다 있었던 이러한 우려를 다시 꺼내 놓는 것은 인수합병 자체를 거부하거나 규제의 필요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방송시장이 여러 사업자의 공생으로 만들어지는 유기적 생태계이기 때문에, 인수합병이 이 공존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는 시장 논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방송 생태계의 공공성을 증진할 수 있는 창의적 해법이 요구되는데, 다행히 인수합병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지역 방송의 발전에 환원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IPTV 사업자가 공동으로 ‘지역방송 발전 분담금’ 혹은 ‘지원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것이다.

분담금이든 지원금이든 방송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게 될 통신사업자가 지역방송발전 분담금 출현을 현실화해서 고사 위기에 놓인 지역 방송의 발전을 기하게 하자는 것이다. 지역방송의 발전에 통신사가 적극 나선다면 이는 콘텐츠의 품질을 높여 방송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날로 위축되고 있는 지역 공동체에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역방송 발전 분담금 논의가 의미있는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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