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귀족노조'…기레기의 나쁜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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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서울신문' 기자 펴낸 '나쁜기자들의 위키피디아'...'우리 사회를 망치는 '뉴스 언어' 분석

강병철 '서울신문' 기자가 쓴 '나쁜기자들의 위키피디아'(들녁).
강병철 '서울신문' 기자가 쓴 '나쁜기자들의 위키피디아'(들녁).

[PD저널=박예람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 지난해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기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는 '기레기'는 더욱 자주 호명됐다. 사실 확인 부재와 출입처 제도의 폐해, 선정주의를 드러내는 보도에는 어김없이 '기레기'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최근 강병철 <서울신문> 기자가 펴낸 <나쁜기자들의 위키피디아>는 뉴스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기레기의 언어'에 주목한 책이다. 

2018년부터 <서울신문> 공정보도위원회 간사,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병철 기자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은 기사의 언어는 편 가르기를 부추기고 합리적인 논의의 장이 열릴 기회를 원천 봉쇄한다고 강조한다. 

‘나쁜 언어’를 즐겨 쓰는 기자들을 기레기로 규정한 저자는 책머리에서 “기레기라 불리는 자들이 기사에 사용하는 특정한 표현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전략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하는지 추적했다”고 밝혔다.

책은 ‘민주주의에 관한 것들’, ‘국가에 관한 것들’, ‘공동체에 관한 것들,’ ‘정치에 관한 것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뉴스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나쁜 언어' 20개를 선택해 단어의 기원과 용례, 문제점을 분석했다. 포퓰리즘, 내로남불, 시장질서, 귀족노조 등 정치·경제·사회·스포츠 전반의 보도에 사용되는 단어들이 분석 대상이다.

건전한 정책 비판을 가로막는 '표퓰리즘',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내로남불’, 노노갈등을 심화하는 '귀족노조' 등의 표현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구체적인 기사를 통해 저자는 보여준다.  

강 기자는 “포퓰리즘 비판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정책이 있냐”는 질문을 던지고, “시장질서를 앞세워 재벌 대기업을 옹호하는 기사 속에서 대기업은 시장질서를 수호하는 선량한 경제주체처럼 그려진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모든 기자들이 여론을 조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들이 기사를 읽을 때 무조건 따르거나 불신할 게 아니라 나름대로의 판단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강 기자는 “언론은 정치, 법령, 각종 제도처럼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구일 뿐”이라며 “국민이 이 도구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정치권력, 자본권력 등 힘 있는 자들이 이를 독점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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