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교사, 야구 단장도 결국 직장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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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교사, 야구 단장도 결국 직장인이었다
SBS ‘스토브리그’·JTBC ‘검사내전’·tvN 블랙독‘,평범하지 않은 듯 평범한 오피스물
직업 편견 걷어내고 다양한 군상 밀도 있게 담아내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20.01.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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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블랙독' 현장포토. ⓒtvN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 현장포토. ⓒtvN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SBS<스토브리그>,  JTBC<검사내전>, tvN<블랙독>이 심층적으로 직업세계를 조명한 오피스 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가 아닌 구단 직원들을, 권력형 검사보다 월급형 검사를, 교단 위가 아닌 교무실의 교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치열한 일상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 중반에 다다른 <스토브리그>는 시청률 5.5%로 시작해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15.5%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검사내전>은 화려한 검사보다 현실적인 검사의 세계를 주목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흔하디흔한 로맨스 없이 오피스 드라마 그 자체로 시청자의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드라마들은 기존에 잘 몰랐던 숨은 세계를 밀착해 그려내거나 자주 다뤘던 직업이라도 이를 비틀어 비춘다는 데 포인트가 있다. <스토브리그>는 계약 갱신이나 트레이드를 하는 기간이라는 뜻을 가진 드라마 제목처럼 프로야구 프런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구단주, 단장, 운영팀, 스카우트팀, 전략분석팀, 마케팅팀, 홍보팀 등 프런트의 다양한 사람들은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갈등에 직면한다.

<검사내전>은 형사2부를 중심으로 정겹고, 인간미가 느껴지는 ‘직장인 검사’의 모습을 주요하게 다룬다. <블랙독>에서는 학생을 중심으로 한 학원물이 아닌 교무실의 풍경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진학부, 3학년부, 교무부, 창의체험부, 방과후학교부, 정보부 등 우리에게 익숙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 교내의 조직문화를 포착한다. 

숨은 세계를 그리는 세밀한 시선은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대중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린다. <블랙독> 속 고하늘은 괜찮은 교사가 되길 꿈꾸지만, ‘기간제’라는 꼬리표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정교사와 따로 밥을 먹고, 기간제끼리 경쟁하고, 설사 살아남더라도 계약기간으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자꾸만 고하늘을 딜레마에 빠뜨린다. ‘학교판 미생’이라 불리는 고하늘의 현실은 비정규직 차별이라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떠올리게끔 한다.

더불어 학생부 종합전형, 입학사정관제도 등 교육 제도도 정면으로 다룬다. 교사들이 입학 사정관을 모셔오기 위해 없는 인맥이라도 어떻게든 끌어다가 동원하고, 대학교를 직접 돌며 ‘영업’을 뛰는 모습이 낯설게 보이지만, 갈수록 벼랑 끝에 내몰린 공교육의 현실이 겹쳐진다. 

<스토브리그>의 야구단 단장 백승수의 처지도 만만치 않다. 연봉 협상을 이끄는 내내 에이전트의 훼방, 주주의 손실만 따져 묻는 구단주의 압박, 언론의 악의적 보도 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인다.

<검사내전> 속 진영지청의 검사들은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이 분초를 다투며 출근해 각양각색의 사건을 풀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임금체납, 상해, 가정폭력, 사기 등 우리가 평소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는 사건들을 주요한 소재로 내세운다. 그간 여타 드라마에서 검사를 권력을 남용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직업군으로 그려내며 현실과 유리된 지점을 강조됐다면, <검사내전>에서는 범죄 사건을 면밀하게 수사해 범죄의 의심을 받는 사람에게 법원의 심판을 구하는 본연의 역할을 정극과 코믹극 사이를 오가며 풀어내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방송 화면 갈무리.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방송 화면 갈무리.

이처럼 교사, 프론트, 검사 등 이들이 서 있는 곳이 다를지라도 생존을 위해 버텨야 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또 조직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운 개인에 주목하면서도 조직(시스템)의 균열을 만드는 이들의 선택으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예컨대 고하늘은 ‘기간제’와 ‘교사’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선 묻고, 가장 피해 보는 사람이 ‘학생’이라고 판단한 순간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교무실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고하늘은 조직(시스템)에 얽힌 익숙한 관계에 물들기 전에 조금씩 제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구단주의 무리한 예산 삭감에 백승수 단장은 자신의 연봉을 선수들을 위해 반납한다는 기사를 내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이 드라마들은 조직(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현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견디는 게 얼마나 녹록지 않은지 보여주면서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평범하지 않은 듯 평범한 드라마에 위로를 받았다는 평이 많은 이유는 오늘도 불합리한 조직과 싸우는 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이 시청자들에게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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