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확인한 언론, 2020년엔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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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확인한 언론, 2020년엔 달라질 수 있을까
언론진흥재단 '2019-2020 한국 언론' 세미나, 언론개혁 위한 다양한 제언 나와
"언론사 위계적 문화 여전"..."젊은 수용자 잡을 노력 해야"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1.15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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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9-2020 한국 언론' 세미나가 열렸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1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9-2020 한국 언론' 세미나가 열렸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PD저널=이미나 기자] 2019년 이른바 '조국 대전'을 시작으로 사회의 커다란 화두로 떠오른 것 중 하나는 언론개혁이다. 13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9 언론인 조사' 결과를 봐도 지난 10년간 위축돼 왔던 언론 자유도는 뚜렷하게 회복됐지만, 언론 신뢰도의 위기는 여전했다.

이 가운데 14일 열린 '2019-2020 한국 언론' 세미나에 참석한 언론인과 학자들은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이 언론개혁을 위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진영‧광고주‧취재원 등으로부터의 종속에서 벗어나 언론인 스스로 '집합적 정체성'을 만들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1930년대 미국 언론인들이 위기 국면에서 객관주의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실천규범을 마련했던 것처럼, 갈등에 대처하기 위한 준거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교수는 "기자들이 윤리적 딜레마에 처했을 때, 함께 참조할 수 있는 '서로 조화하는 이념의 집합'을 갖고 있지 못한 현실이 문제"라며 "이런 조건에서 외부의 간섭은 타격이 되어 상처를 남기고, 그런 간섭에 어떻게 대응할지 모른 채 상호 비판과 비난을 이어가는 일은 상처를 헤집는 고통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언론이 현실을 구성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현실은 중앙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정규분포'에 가깝지만, 언론은 양 극단에서 적극적으로 뉴스를 수용하고 의견을 내는 이들만을 의식한다는 것이다. 2017년 자사 기자가 '문빠' 발언을 한 뒤 하루가 지나지 않아 공식 사과한 <한겨레>나 지난해 '김경록 PB 인터뷰 논란' 이후 자사 보도에서 한 발 물러난 입장을 보인 KBS의 사례가 대표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좌‧우의 단순한 구도는 실제 현실엔 조성돼 있지 않은데, 이 복잡다단한 현상을 언론이 직시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체로 '힘 있는 사람들'이 의견을 과장하고 이익을 보는데, 언론은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편적 관점의 기사 생산이나 '단독' 경쟁, 위계적인 내부 조직문화도 타파해야 할 언론계 관행으로 꼽혔다.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소모적인 단독 경쟁보다는 '다 아는 것을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사 품질이 좋다고 독자가 더 본다는 보장은 없다'는 말은 무엇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타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조직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전쟁터 프레임'이 존재했다"며 "2010년대 들어 언론시장은 과점시장에서 완전경쟁시장이 되었고 '전쟁터 프레임'의 물적 토대도 붕괴됐지만, 위계적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말로 관행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언론개혁의 과제를 맞닥뜨리고 있는 현직 언론인들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출입처 제도 폐지를 선언한 엄경철 KBS 보도국장은 "아직까지 정답은 모르겠지만, '과거와 다르게 해 보자는 것은 확실하다'는 말을 (KBS 내부에서) 누차 하고 있다. 방법론을 두고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런 공감대는 퍼져 있다고 본다"며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저널리즘의 가치, 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했던 관행이 잘못됐다는 게 최근 증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엄경철 국장은 "과거처럼 출입처에 나가 잘 가공된 정보를 얻어 뉴스를 제작했던 '저비용 고효율'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정보를 취득하고 가공‧생산하는 과정에 돈과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또 메인뉴스의 방송 시간이 너무 길어 출입처를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길면 (뉴스의) 집중력도 흩어지고, 그날 뉴스가 설정한 의제도 (수용자들에게)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시사 이슈를 전달하는 오디오 콘텐츠 '듣똑라'를 제작하고 있는 이지상 <중앙일보> 기자는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고, 맥락은 무엇이고, 그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잘 정리해 공유해 보자는 취지에서 '듣똑라'를 시작했다"며 "신문을 보며 자라오지 않은, 30대 이하의 미래 독자를 위한 '퀄리티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상 기자는 또 "최근의 '언론개혁' 관련 논의에서 젊은 수용자가 납작하게 다뤄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면 이들을 잡을 노력을 하지 못하고, 결국은 놓칠 수 있다"며 "레거시 미디어의 시선이 어느 쪽을 향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내 콘텐츠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는 주니어 기자의 입장에선 이런 불안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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