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화 아닌 남북 화해 꿈꾼 ‘사랑의 불시착’     
상태바
북한 미화 아닌 남북 화해 꿈꾼 ‘사랑의 불시착’     
재벌 상속녀와 북한 장교 간의 애틋한 로맨스 그린 tvN ‘사랑의 불시착’
경색된 남북관계에 북한 미화 논란도 제기되지만, 순박한 북한 주민 통해 마음의 거리 좁혀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1.21 17:5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현장포토.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현장포토.ⓒtvN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시작 전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작품이었다. 남측의 재벌 가 상속녀와 북측의 장교가 남북의 경계를 넘는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준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재작년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벌어지며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던 시점이었다면 큰 화제를 모았겠지만, 최근 들어 한껏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과연 이 작품이 대중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항간에는 ‘북한 미화’라는 비난까지 솔솔 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의 불시착>은 이런 우려를 차츰차츰 지워나갔다. 남녀 주인공인 현빈과 손예진의 달달한 연기가 차가운 남북관계의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었고, 남측의 재벌 2세가 북한 주민들과 벌이는 코믹한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 톡톡 튀면서도 정이 가는 캐릭터들이 주목을 끈다. 변함없이 한 사람만을 위해 직진할 것 같은 순애보와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리정혁(현빈)이 그 중심을 잡아준다면, 그에게 ‘강림한’ 윤세리(손예진)는 순박한 북한 주민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여기에 리정혁의 부대원들인 표치수(양경원)를 비롯한 박광범(이신영), 김주먹(유수빈), 금은동(탕준상) 같은 인물들은 깨알 같은 웃음을 만들었고, 북한 마을의 나월숙(김선영), 마영애(김정난), 현명순(장소연), 양옥금(차청화) 같은 정감 가는 인물들이 북한 역시 사람 사는 곳이란 사실을 보여주었다.

물론 조철강(오만석) 같은 악역이 있어 드라마에 쫄깃한 긴장감을 유지해주었고, 리정혁의 약혼녀인 서단(서지혜)이나 사기꾼으로 북까지 숨어들어간 구승준(김정현) 같은 캐릭터들이 사건을 더 흥미롭게 이끈다.

같은 사안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던가. <사랑의 불시착>은 현실에서 냉기고 도는 남북관계와 달리 북한의 모습을 사뭇 다르게 그려냈다. 말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르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르지 않아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로맨스 드라마의 그릇에 담았다. 경계하던 리정혁과 윤세리가 조금씩 다가가고 결국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가는 과정이 그것이다.

6%(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계속 상승해 14%를 넘겼다는 건 애초 가졌던 우려와 달리 시청자들이 남북의 경계를 넘는 로맨틱 코미디에 점점 빠져들었다는 걸 말해준다. 현실은 차가워도(어쩌면 차갑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들은 더더욱 화해의 분위기를 희구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현장포토.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현장포토.ⓒtvN

남북관계는 영화·방송계에서도 뜨거운 소재였다.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웰컴 투 동막골>,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강철비> 등 다양한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들 영화들이 담아낸 남북관계의 양상은 당대의 현실과 연관되어 성패를 가름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공동경비구역JSA>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당시 과연 이 영화가 걸릴 수나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이뤄진 정상회담으로 인해 더 큰 흥행을 거둘 수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만큼 현실의 남북관계가 콘텐츠에도 민감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의 불시착>의 성공은 이제 남북관계 소재의 콘텐츠들이 현실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 긴장 국면이었다가 금세 화해무드로 바뀌기를 반복했던 게 남북관계이고, 무엇보다 남북이 대결보다는 화해 무드로 가기를 바라는 염원은 정세가 바뀌었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 하나의 ‘방향성’이 됐다.

<사랑의 불시착>은 그래서 현실 고증을 위한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보다는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판타지적 이야기를 담아낸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는 소통하고 가깝게 정을 나누는 그런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에 남한과 비교해 소박해 보이는 북한과 북한 주민의 모습은 토속적이고 자연적인 삶에 대한 판타지를 더해 넣는다. 결국 관계란 마음의 거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사랑의 불시착>은 경계를 넘는 멜로를 통해 남북간 마음의 경계를 넘고픈 염원을 담았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jane 2020-01-29 23:11:14
재미있어서 즐겨봄니다.
유치한듯 하면서 웃음이 나는
흐믓한 드라마, 나름 꿀잼.

ㅇㅇ 2020-01-21 21:07:02
화해를 빙자한 지나친 의식의 남용인 것 같은데 콘텐츠의 수준과 만듦새가 일단 유치 막장 로맨스에 무슨 ..평화통일의 염원과 이념을 ???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