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광 추진 못마땅한 보수언론, 北 사이트에 '생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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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광 추진 못마땅한 보수언론, 北 사이트에 '생트집'
정부 '북한 개별관광 추진' 발표하자 '北 사이트 접속된다' 보도 줄이어
정권 코드 맞추기 지적에 방심위,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 심의기준 변화 없어"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1.22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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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TV조선 '7뉴스' 보도 화면 갈무리.
지난 19일 TV조선 '뉴스7' 보도 화면 갈무리.

[PD저널=이미나 기자]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일부 보수언론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북한 웹사이트 접속을 정부가 갑자기 허용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연일 내놓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따르면 북한 웹사이트 차단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에는 변화가 없는데도, 북한 관광 추진을 못마땅하게 본 보수언론이 트집 잡기식 보도로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정부가 북한 개별 관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조선일보>와 <뉴데일리>는 지난 19일에 각각 북한이 운영하는 관광 사이트와 쇼핑몰 사이트가 국내에서도 문제없이 접속이 가능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이를 시작으로 22일까지 '北 관광총국이 직접 운영 사이트, 국내서도 자유롭게 접속 가능…왜?(<동아일보>), '北 운영 조선관광 사이트 국내서도 한때 접속…논란'(TV조선), 정부, 대북 개별관광 본격화 하나…북한 사이트 국내서 접속 가능'(<아시아투데이>) 등 보수언론 중심으로 비슷한 기사가 줄을 이었다. 

북한 개별관광까지 추진하고 있는 '친북' 정부가 '북한 사이트'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조선일보>는 20일자 <누가 훤히 열어놨나… 北 '조선관광' 사이트 국내서도 접속 가능> 기사에서 전직 국정원 간부의 입을 빌려 "'남북 협력'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기조에 맞춰 국정원·경찰청·방통위 등 관계 당국이 북한 사이트 단속과 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조선관광' 같은 사이트가 방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2일 1면 <방심위, 北사이트 차단 경찰요청 거부> 기사에서는 경찰청의 요청에도 방심위가 차단을 '거부'했다는 표현을 써 가며 "남북 협력을 우선시하는 현 정권의 코드에 맞춰 경찰이 국보법 위반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사이트까지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도 22일자 사설 <'北사이트 차단' 경찰 요청 거부한 방심위, 뭘 노리나>에서 "인터넷 사이트의 불법여부를 심의하고, 그 내용에 따라 제재도 하는 방심위가 북한 정권의 선동은 사실상 방관·방조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친북 기조에 맞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잖다면 달리 뭘 노리겠는가"라고 했다.

보수언론의 보도를 받아 자유한국당도 정부 때리기에 나섰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사이트는 국가보안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불법 사이트로 차단되어 있는데, 어떤 일인지 북한의 사이트가 국내에서도 접속이 가능하게 훤히 열려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관광을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고무되어서 이런 것 같다. 하지만 엄연히 실정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하지만 '북한 관련 사이트'가 전부 차단 대상이 아니라서 실정법 위반 주장에는 무리가 있고, 방심위의 정권 코드 맞추기라는 지적도 근거가 빈약하다.  

방심위는 논란이 일자 설명 자료를 내고 "내용심의를 통해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불법정보로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삭제·차단 조치한다"고 밝혔다.

실제 북한이 개설했지만, 불법정보로 판단되지 않아 차단되지 않은 사이트는 접속이 가능했다. 2018년 5월 <동아일보>도 "북한이 해외에 개설한 사이트 전부가 차단 대상은 아니다"라며 "북한 항공사 '고려항공'이나 북한 소개 사이트 '서광'은 차단 대상이 아니어서 국내에서도 접속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방심위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보고 접속을 차단한 사이트라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처분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방심위는 지난 2016년 국가정보원의 신고에 따라 영국인 기자 마틴 윌리엄스가 운영하는 북한 정보통신 기술 관련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를 차단했다가, 적법하지 않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차단조치를 해제했다.

또 <조선일보>가 '국보법 위반 사유'가 있다고 지적한 '김책공업전문대학' 사이트는 자유한국당 추천 방심위 위원까지 전원이 '문제 없음'이라고 결정을 내렸다.     

2019년 3월 김책공업전문대학 사이트 차단 여부를 논의한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방심위 사무처는 해당 사이트를 검토한 후 "대학 및 해상안전 그리고 과학기술 등에 대한 내용으로 정치 선전용 홈페이지로 보기 힘들"다며 '해당 없음' 의견을 달아 심의 안건으로 올렸다. 당시 통신소위 위원들 중 누구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해당 안건은 사무처의 의견대로 통과됐는데, 위원들 가운데에는 자유한국당 추천인 전광삼·이상로 위원도 포함돼 있었다.

방심위는 정부의 개별 정책과 심의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방심위 관계자는 22일 "위원회 출범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 심의기준과 관련한 기조 변화는 없으며,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북한 개별 관광 추진 사안과는 무관하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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