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인터뷰 -‘SBS를 듣는다’ 최상재 SBS PD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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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인터뷰 -‘SBS를 듣는다’ 최상재 SBS PD협회장
“SBS 문제에서 노사 책임은 구분해야”
  • 양문석 /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
  • 승인 2004.10.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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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재허가 1차 심사탈락 윤 회장 책임 크나 참모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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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경쟁 등 sbs만 문제 아닌데도 책임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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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가 화제다. 노사가 14개 개혁과제를 합의하고 윤세영 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경영위원이 사퇴를 했다. 이에 앞서 지상파 재허가 1차 심사 탈락을 계기로 정쟁의 한복판에 서기도 했다. 이런 sbs의 최근 상황과 관련해 sbs 구성원들은 어떤 생각일까? 그동안 언론개혁진영에게서 사실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이들의 얘기가 궁금해 최상재 sbs pd협회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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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최근 sbs 14대 개혁과제의 완전 합의와 더불어 윤세영 회장의 아들 윤석민 씨의 ‘아웃’에 대해서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웃으면서 “그게 말인데요”하며 인사를 받는다. “외부에서 sbs 구성원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아 좀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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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예사롭지 않다. “황제경영의 치하에서 얼마나 고생 많으십니까?”하며 sbs 구성원들을 위로하는 말을 자주 들었단다. 이런 시각은 sbs 구성원들이 아무런 자율성도 없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숨죽여 사는 집단쯤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불쾌하단다. 내부의 자율성이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높다고 ‘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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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sbs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사주나 경영진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한 pd나 기자가 90%에 이른다는 결과도 있는데” 하고 초반부터 난타전을 각오하고 몰아붙였다. 최상재 왈 “14대 개혁과제를 설정하기 위한 노조 설문을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읽은 것’이 아닐까”라며 변명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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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치하에서 얼마나 고생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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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14대 개혁과제의 노사합의에 대한 의의를 물었다.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어그러진 자존심을 곧추세웠고 내외에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일차적인 의의가 있단다. 외부적으로는 본부장 중간평가제나 시청자위원 노사추천 합의제, 중간간부 상향평가와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는 등의 제도는 다른 방송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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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노조가 사실상 경영권의 핵심인 인사에 어느 정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리고 간부 상향평가와 인사에 그 결과를 반영한다는 점도 그 동안 보이지 않게 심했던 ‘줄서기’ 문화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위원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선임하고 있는 현재 방송계 관행을 sbs가 선도적으로 개선해 전체 구성원을 대표하는 노조가 회사와 함께 추천 구성하는 것은 이후 다른 방송사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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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편성의 분리’를 역으로 ‘내부구성원의 경영 참여’로 이해하는 최상재의 시각은 확실히 독특하지만 그 타당성에 동의한다. 그리고 다음 말을 잊지 않는다. “현재의 합의수준은 깃발만 있다. 내용을 어떻게 채워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금부터 sbs 내부개혁은 시작이다.” 그러면서 하나를 더 추가하는데, “민영방송이 공영방송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라고 이번 노사합의에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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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개혁과제는 그간 공영방송이 이룬 성과를 일부 계승 발전시킨 것과 더불어 공영방송마저도 성취하지 못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획기적이고, 더 이상 공영방송으로부터 sbs가 ‘사영방송’이라는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공영방송과 다른 민영방송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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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 존립이유 부정에 위기의식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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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를 향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집중적인 비판을 통해 sbs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는데, 그 위기의 본질이 ‘재허가 탈락’이 아니라 그 동안 sbs가 쌓아온 공과(功過)를 구분하지 않고 ‘온통 잘못’으로 매도당했다는 점, 민영방송의 존립 이유가 부정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내부적으로 팽배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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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에 분명히 문제는 있다. 하지만 그 책임추궁 과정에서 sbs 사측과 노측이 전혀 구분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 또 sbs만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아닌 것도 sbs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판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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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sbs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판’은 과연 뭘까. ‘시청률 경쟁의 주범’이 대표적인 억울한 비판이란다. sbs가 출범하기 전에도 시청률 경쟁이 존재했고, 또 민영방송이 시청률 경쟁을 한다고 공영방송이 맞불 대응했는데, 왜 공영방송의 맞불식 시청률 경쟁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sbs만 비판하느냐고 항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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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국의 bbc, 일본의 nhk가 민방 때문에 저질시비에 말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단다. 그들은 민방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광고 때문에 민영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공영방송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접어두고 sbs에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는 현실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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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렇다.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은 sbs에 책임이 있겠지만 이후 3사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은 ‘누가 더 나쁜지’를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공영방송의 재원구조에서 기인하는 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상재는 하나의 우려를 제기한다. “시청률 경쟁이 절대악인가요?” 이 문제제기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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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상업주의는 변명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시청률 사례에서 보듯이 일부 비판의 칼끝이 엉뚱한 곳을 찌른 면도 있다. 시청률 경쟁의 주범은 3사 모두라는 점에서 sbs의 항변에 동의한다. 그리고 최상재의 문제제기처럼, 시청률 경쟁이 절대악이 아니라면 ‘주범’보다는 ‘주역’이 올바른 표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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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한 건 sbs가 자체 인력양성을 통한 성장이라기보다는 타사에서 이미 검증된 인력을 ‘빼오기’함으로써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다는 점, 하지만 어느 정도 자본의 축적과 제작 노하우가 형성된 이후에도 여전히 동일한 ‘짓’을 반복함으로써 방송문화를 퇴행시키는데 일조했다는 점에서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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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경쟁은 절대 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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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스카우트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것은 sbs의 잘못이다. 제작인력 양성과 스타 양성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는 최상재가 ‘빼오기’가 아니라 ‘스카우트’라는 용어로 바꾼 게 귀에 거슬리지만,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또 다시 공영방송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스카우트’ 문제도 sbs만 했느냐고 항변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sbs만 옴팍 뒤집어 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 방송 사업을 통해서 올리는 이윤을 프로그램 개발비로, 인력양성 비용 등으로 재투자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바른 소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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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회장에 대한 평가를 요구했다. 이번 sbs의 방송사업 재허가 1차 탈락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윤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지만 이런 어려움을 야기한 측근 참모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것이 내부의 시각이라고 답한다. 이런 주장은 sbs노보 최근호에서도 “위기에 처했는데 구하겠다고 나서는 병사가 없어서 슬프다. 우리가 공격을 당하면 즉각 격퇴할 수 있다고 보고했을 가신들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슬프다”는 글귀들이 보인다. 이것이 sbs 구성원들의 정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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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뭘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물었다. 최상재는 전·현직 노조 간부들이 중심이 돼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sbs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주목해 달라고 한다. 비대위의 주요 활동으로, 먼저 민영방송의 바람직한 모델 자체 모색, 소유 경영 편성의 분리 이행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작업, 공정방송을 위한 사례연구와 실천적인 대안 모색에 힘을 쏟을 예정이란다. 또 sbs 창립 이후 공과를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노조의 산별 전환을 비대위의 최종목적으로 삼겠다고 결의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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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고 크게 두 가지를 느낀다. 하나는 sbs 내부 정서와 sbs 외부 평가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사영방송’이라는 규정에 ‘우리는 한 주인을 위해 노예처럼 살지 않았다. 다만 상대적으로 철저하지 못했음은 인정한다’는 sbs 구성원들의 한 서린 불만이 가슴에 다가온다. 또 다른 하나는 sbs가 반박하는 내용 중 합리적인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미신’같은 논리로 sbs를 평가했던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반성한다. 하지만 이 또한 그간 sbs가 스스로 논쟁을 회피하거나 지나치게 방어적 자세로 일관함으로써 발생한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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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sbs는 이미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곳도 있다. 조선일보가 추석 전 ‘sbs구하기’에 나섰다가 추석이후 노사합의 과정을 두고 ‘재허가 면피용’으로 폄하하는 것을 보면 분명 진정성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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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양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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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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