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와 이국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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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와 이국종
SBS ‘낭만닥터 김사부2’ 고공행진...이국종 교수 사임 사태와 맞물려 메시지 전달력 커져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2.0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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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 비하인드 포토. ⓒSBS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 비하인드 포토. ⓒSBS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방영됐던 SBS <낭만닥터 김사부>시즌1은 독특한 의학드라마였다. 그간 의학드라마라고 하면 의사들의 고충과 환자들의 갖가지 사연들이 더해지는 휴먼드라마이거나, 의국 내 권력 다툼을 그린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의학드라마가 워낙 많아 또 새로울 것이 있나 싶었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색다른 의학드라마의 맛을 보여줬다. 

핵심은 제목에 담긴 ‘낭만’과 ‘사부’에 있다. 이 드라마가 굳이 ‘낭만’이라는 표현을 ‘닥터’ 앞에 덧붙인 건 현실적으로 돌아가는 병원을 비판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거대 자본화되어가는 병원들이 생명을 다룬다기보다는 수익에 더 집중하는 현실 속에서 어느 산골에 위치한 ‘돌담병원’과 그 곳에서 인술을 펼치는 김사부(한석규)라는 인물은 그 자체로 세태를 꼬집는다.

김사부는 올드 팝을 들으며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삶을 추구하고, 시시각각 돈이 안 된다며 돌담병원을 압박하는 본원 거대병원에 맞선다. 그의 선택은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사의 본분을 지키는 것이었지만, 냉장한 세상이 그의 선택을 ‘배울만한 행위’로 보이게 한다. 병원의 이야기를 통해 병원 밖 자본화된 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이 통쾌함 때문에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은 색다른 의학드라마로 큰 성공을 거뒀다.

3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낭만닥터 김사부2>는 현실이 전혀 달라지 않았다고 말한다. 시즌1에서 김사부를 돕던 강동주(유연석), 윤서정(서현진) 대신 서우진(안효섭), 차은재(이성경)가 들어갔을 뿐 시즌1의 구조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시즌2는 첫 회에 14.9%(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지난달 28일 방송은 최고 시청률 20.7%를 찍었다.

시즌1이 보여줬던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 구도는 시즌2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시즌1에서 김사부와 각을 세웠던 도윤완(최진호)이 거대병원 이사장으로 오고, 그의 측근인 박민국(김주헌) 교수가 여운영(김홍파) 돌담병원장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는다. 그들은 돌담병원을 폐업시키고 대신 그 자리에 돈이 되는 럭셔리 요양병원을 세우려 한다. 물론 이야기 소재들이나 디테일은 다르지만 이야기 구조가 거의 같다는 건 3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보여준다. 

최근 외상센터장직 사임원을 제출한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2019년 10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최근 외상센터장직 사임원을 제출한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2019년 10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여기에 시즌2는 최근 ‘이국종 교수 사임 사태’로 폭발력을 얻었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이국종 아주대 외상센터장은 아주대병원과 마찰을 겪다 최근 사임원을 제출했다. 이국종 교수의 토로를 들어보면 외상센터의 현실이 <낭만닥터 김사부2>의 돌담병원이 처한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환자를 받으면 받을수록 손해가 난다는 외상센터  현실 속에 병원은 환자만 바라보고 헌신해온 이국종 교수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지역 거점의 외상센터들이 경영상의 문제로 사라지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피해는 화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국종 교수 사임 사태로 <낭만닥터 김사부2>의 판타지는 더더욱 커지게 됐다. 낭만을 이야기하고 시대의 사부임을 자처하는 김사부 같은 인물이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대리충족 하고싶은 욕구가 생겨난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가 승승장구하는 상황은 이런 씁쓸한 현실을 상기시킨다. 소신을 지키는 이들이 밀려나는 현실, 어렵사리 자리를 지켜던 ‘돌담병원들’이 사라지는 세태를 <낭만닥터 김사부2>는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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