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방송 PD 사망' 들끓는 여론...노사 진상조사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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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방송 PD 사망' 들끓는 여론...노사 진상조사 합의
방송계 안팎 "'비정규직 현실'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건... 비극 막아야"
뒤늦게 방송사 노동 분쟁 현황 파악 나선 방통위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2.10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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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청주의료원에 차려진 故 이재학 PD의 빈소 ⓒ PD저널
지난 5일 청주의료원에 차려진 故 이재학 PD의 빈소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청주방송과 부당해고 여부를 놓고 다투다 숨진 故 이재학 PD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PD의 사망 사건이 그동안 제기되어 온 방송계의 노동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뿌리 깊은 관행 개선에 방송계는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4일 세상을 떠난 이재학 PD는 최근 청주방송을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패한 뒤 항소한 상태였다. 2004년부터 청주방송에서 일해오던 그는 2018년 자신과 스태프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해고된 뒤, 1년 6개월여 간의 법적 투쟁을 진행해 왔다.

이재학 PD의 사망 사건은 그동안 방송계에서 지적되어 왔던 문제들을 모두 압축해 보여준다. 2004년 프리랜서로 청주방송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서면계약서 한 장 쓰지 못했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이 PD가 제작했던 청주방송 <아름다운 충북>(주 1회 방송)의 회당 인건비는 PD 40만 원, 작가 30만 원이었다. 한 달 120~160만 원의 임금을 인상해달라는 요구에 청주방송의 답은 ‘연출자 교체’ 명목의 해고였다.

반복되는 비극에는 뿌리 깊은 방송계의 노동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스태프가 모였다 흩어지는 방송산업의 특성을 전제로, 소수의 정규직 인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파견·용역·계약직·프리랜서 등 이름만 다를 뿐 비정규직 스태프다. 노동 집약적인 제작 시스템에선 '초장시간 노동'이 손쉽게 이루어진다.

2016년 故 이한빛 CJ ENM PD의 사망 이후 방송계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부처 합동 대책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현장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이들(45.1%)이 서면계약 없이 일하고, 장시간 노동과 낮은 보수·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다. 

10일까지 나온 정치권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한국PD연합회·언론개혁시민연대·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 등 10여개 언론시민단체의 성명도 이 변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다. 추혜선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사회 정의'를 말하는 많은 언론사가 정작 내부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방치한 것이 이런 비극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이 PD의 사망 이후 비정규직 스태프에게 합리적인 노동조건을 제공하고 부당한 피해를 구제할 방법을 제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다시 한 번 힘이 실리고 있다.

언론노조와 한빛센터 등 관련 단체들은 오는 12일 오후 이 PD의 유족과 만나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통화에서 "지난주 청주방송 사측과 만나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고, 유족과의 면담을 통해서도 고인의 명예회복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언론노조는 관련단체들과 공조해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와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며, 나아가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도 함께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적극적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PD의 사망 소식을 들은 방통위는 10일 청주방송 사측과의 면담에 나서는 등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3일엔 한상혁 위원장과 대전·충청지역 방송사 사장 간 '방송통신 최신기술 동향 점검 및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관련 간담회'도 예정된 가운데, 사안과 별개로 한 위원장이 직접 청주방송 사례를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청주방송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을 때 협조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빠른 대응을 위해 각 방송사에 노동 관련 분쟁 현황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청주방송은 지난 7일 "머리 숙여 이재학 PD의 명복을 빈다"며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방송사의 역할에 부응하지 못했다. 유족과 협의해 이재학 PD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사과문을 냈다. 언론노조 등에 따르면 청주방송은 노사 동수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대표인 이재학 PD의 동생은 10일 통화에서 "'선례를 만들기 위해 책임지고 싸우겠다'던 형의 말대로 말 뿐만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구체적인 결과물을 (사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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