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예능 속 진부한 외국인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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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예능 속 진부한 외국인 활용법 
JTBC '77억의 사랑', tvN '노랫말싸미' 등 외국인 예능 범람
한국문화 강요하는 '동화주의' 경계 필요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20.02.12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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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방송을 시작한 JTBC '77억의 사랑' 예고화면.
지난 10일 방송을 시작한 JTBC '77억의 사랑' 예고화면.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출연자’ 모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방송 초창기에는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 혹은 ‘타지 생활하는 외국인’ 등 전형적인 방식으로 소비했다면, 관찰 예능이 각광받으면서 외국인의 방송 출연이 더 늘어났다.

지난 2017년 MBC에브리원<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이른바 ‘외국인 예능’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당시 한국을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최근 새로 시작한 예능에서도 외국인 출연자들은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TV 속에서 국내 연예인만큼이나 외국인 출연자를 만나는 데 친숙해졌지만, ‘롱런’하는 외국인 예능은 손꼽을 정도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많은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들이 길게 가지 못했다. SBS<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 tvN <친절한 기사단>, <국경없는 포차>, JTBC <나의 외사친>, MBN<헬로우 방 있어요?>등은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종영됐다. 종영하긴 했지만, 사회적 이슈를 외국인의 시선으로 풀어낸 JTBC <비정상회담>과 스타 호스트와 외국인의 홈셰어를 그려낸 tvN<서울 메이트>의 성적표는 좋은 편이었다. 

화제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지만 방송사들은 외국인 출연자를 섭외해 프로그램을 차별화하려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에서는 퀴즈 대결에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같은 외국인의 활약을 엿볼 수 있고, 지난달 새로 시작한 MBN<친한 예능>에서는 아예 한국인팀과 외국인팀 연예인이 대결을 펼치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JTBC <77억의 사랑>에서는 세계 각국의 청춘 남녀가 국제커플의 고민이나 사례를 통해 요즘 세대의 연애와 결혼, 문화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비정상회담>이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면, <77억의 사랑>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연애 토크로 시작해 국내 방송에서 쉽사리 풀기 어려운 비혼 동거, 동성 결혼 등으로 토크의 폭을 넓혀나갔다. 

‘외국인’이라는 정체성에 국한된 경우도 있다. 오는 2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SBS플러스<맨땅에 한국말>은 해외 미인대회 출신 4인방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네덜란드, 이집트, 코스타리카, 헝가리의 미인대회 출신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한글, 문화,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다룰 예정이라고 하지만, <미녀들의 수다>의 잔상을 지우기 쉽지 않다. 외모 지상주의를 덧댔다는 지적도 면하기 어렵다. 

최근 방송된 SBS<불타는 청춘 외전- 외불러>에서는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했다. 멕시코, 미국, 터키 국적의 외국인 출연자들은 K-POP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출연했다. 그간 <불타는 청춘>의 콘셉트에서 벗어나 외국인 출연자를 활용해 관심을 모으려 한다는 시청자의 비판이 뒤따랐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이라는 정체성만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아쉬운 대목이다. ‘외국인’이라는 정체성에만 머물수록 프로그램은 자칫 지나친 동화주의로 흐를 수 있다. ‘외국인 예능’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을 '이방인'으로 바라보고, 다양성이 아닌 흡수주의를 내세운다면 시청자들은 진부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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