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재허가' 받은 경기방송, 보복성 인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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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소재 출입처 발령에 저녁 데일리 프로그램 진행 통보받은 노조 반전임자들
노조 "방통위 재허가 조건에 부합하는지 의문...진정 제기할 것"

ⓒ 경기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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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경영 투명성 문제 등으로 가까스로 재허가를 받았던 경기방송이 이번에는 노동조합 탄압 논란에 휩싸였다. 현준호 전 전무이사와 대표이사의 퇴진 등을 요구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분회(이하 경기방송분회)를 겨냥한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2일 오전 경기방송은 보도·제작국 소속 기자 5명의 인사발령을 냈다.  이 가운데 3명은 경기방송분회 사무국장과 조합원들로, 모두 기존 출입처·거주지와 거리가 먼 곳으로 발령을 받았다. 업무와 노조 활동을 병행하는 반전임자인 사무국장은 수원 본사에서 인천시로, 경기도청 북부청사를 출입하던 조합원은 세종시로 발령이 났다. 

경기방송분회는 이 같은 인사가 "사실상의 노조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보류 끝에 재허가를 받은 경기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강도 높은 쇄신 요구를 받았고, 경기방송분회는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재허가 조건 이행에 대한 조치를 노사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할 방침이었다. 오는 18일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노사 상견례가 예정된 가운데, 경기방송분회는 이번 인사발령은 조합의 활동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12일 성명을 내고 "분회가 보도·제작부장의 채용과정에 대한 인사검증을 요구하자 사무국장 이하 노조원 3명의 출입처를 사전 상의도 없이 하루 만에 변경하는 사실상 노조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장주영 경기방송분회장은 주중 오후 4시나 8시대에 생방송으로 나가는 프로그램의 연출과 진행을 맡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경기방송 PD협회는 성명을 통해 "'아나듀오 시스템' 도입이라는 명목으로 장주영 PD(경기방송분회장)에게 연출과 진행을 통보했다"며 "프로그램 진행 경력이 통틀어 6개월도 되지 않는 장 PD에게 '진행'을 맡기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업무 분장일까?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장주영 분회장을 포함한 제작팀 소속 직원들은 분회장이 받은 지시가 부당하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모았다. 

이번 논란의 배경을 두고 경기방송분회와 PD협회는 현준호 전 이사의 전횡을 지적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경기방송이 또 다시 특정 간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PD협회는 최근 현업 제작자들과의 상의 없이 무리한 개편안이 강행되고 있다며 "현준호 사태로 인한 경기방송 재허가 문제가 현준호 사퇴로 일단락되나 싶었다. 그런데 당초 3월 개편을 앞두고 다시금 '제2의 현준호' 사태가 빚어졌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경기방송분회는 "경기도의회가 주장하듯 여전히 현준호 전 이사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해명하고 막가파식 인사를 철회하라"며 현 전 이사와의 연계 가능성을 의심했다.

경기방송분회는 이번 인사발령 등 최근 사내의 상황이 쇄신을 요구했던 방통위의 재허가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며 방통위에도 진정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주영 분회장은 "순수한 목적의 '인사 발령'이라면, 현재 경기방송이 강화해야 할 출입처는 많다. 출입처 변경을 통해 (구성원들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며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함께 방통위에 진정을 넣고, 시민사회단체와도 연대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조만간 총회를 열고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방송 보도·제작국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출입처 발령은 국장의 권한으로, 출입처 변경을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PD협회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예산도 삭감되고, 추경도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여기서 프리랜서를 더 쓰는 것보다 내부 직원을 활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준호 전 이사가 다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경기방송분회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22년을 경기방송에서 일해 왔다. 간부들과 친하면 다 '최측근'이냐"며 "경기방송분회의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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