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 필요해?" 의문 던진 방송에 '노브라 논란' 키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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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지어 필요해?" 의문 던진 방송에 '노브라 논란' 키운 보도
임현주 아나운서 도전기 노브라 논쟁으로 다룬 언론
"MBC '시리즈M' 방송 취지 무색...악플 유도하는 것"
  • 박예람 기자
  • 승인 2020.02.18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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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M: 별의별인간연구소' '브라, 꼭 해야 할까'편 화면 갈무리. ⓒMBC
'시리즈M: 별의별인간연구소' '브라, 꼭 해야 할까'편 화면 갈무리. ⓒMBC

[PD저널=박예람 기자] 지난 13일 '브래지어, 꼭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던진 MBC <시리즈M: 별의별 인간 연구소>에 언론의 관심은 '아나운서 노브라'에만 쏠렸다. 

'노브라 챌린지‘에 참여한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생방송 오늘아침> 촬영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노브라 논란'을 조장하는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17일까지 네이버 기준으로 150건의 기사가 ’임현주 노브라‘ 키워드로 검색되는데, ‘노브라 챌린지’에 불편함과 민망함을 표하는 네티즌의 댓글을 엮어 ’노브라 논란‘으로 다룬 기사가 적지 않았다. 

<스포츠조선>의 <[종합]임현주 '노브라 방송' 논란ing…'당당하고 멋지다'vs'굳이 밝히는건 불편'>처럼 임 아나운서의 ‘노브라 챌린지’ 소식과 이를 비난하는 댓글들을 ‘갑론을박’, ‘네티즌 의견’으로 소개하는 식이다. 온라인판<중앙일보>는 <[e글중심] 아나운서 '노브라' 방송에 '관종'이라는 이들까지>를 통해 임 아나운서를 비난하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글들을 ‘네티즌 의견’으로 소개하며 원글 링크를 첨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故설리의 사망 원인이 ‘노브라 논란’을 키운 악성 기사와 댓글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보도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노브라’를 ‘선정성 논란’으로 다룬 보도는 <시리즈M>의 전체 맥락과도 배치된다.

방송은 인류가 브래지어를 착용한 역사가 길지 않은데다 가슴 쳐짐을 막아준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다는 점을 꼬집으며 “왜 꼭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방송에서 브래지어 착용 챌린지에 도전한 남성 출연자는 와이어로 인한 소화 불량을 호소하며 여성의 불편함에 공감하고, ‘노브라 챌린지’에 참여한 여성들은 노브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위축된다고 털어놨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장호기 PD는 “여성의 노브라가 선정성 측면에서만 소모되는 것이 아쉬워 역사적·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브래지어 착용의 합리성을 따지고, 여성의 불편에 공감을 이끄는 게 방송 취지였다”며 “이를 여성 아나운서의 ‘노브라 생방송 논란’으로 다룬 기사는 프로그램의 본질을 왜곡하고 악성댓글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의 가슴과 브래지어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언론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브라 챌린지’에 참여한 임현주 아나운서는 SNS에 “대다수의 여성들이 브래지어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노브라를 지향하지만 망설이는 이유는 유두 노출에 대한 엇갈린 시선 때문일 것”이라며 “‘문란하다, 예의 없다, 꼴보기 싫다’ 등 노브라를 무조건적인 비난의 대상으로 만드는 사례를 통해 (시선을) 목격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브래지어 착용은 여성의 신체 및 일상과 결부된 문제인 만큼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언론이 성적 대상화의 맥락에서 ‘논란’으로 지목하는 순간 말을 꺼내기 어려워진다”며 “언론은 성 인지적 관점을 바탕으로 여성의 ‘노브라’를 여성의 주체적 선택으로 조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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