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이 살길’... 장르‧영역 허무는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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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자가 쓴 JTBC '이태원 클라쓰'...연상호 감독은 tvN '방법' 각본 맡아
MBC, 오는 8월 ‘영화+드라마’ 크로스오버 ‘SF8’ 방송 예정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쓴 tvN '방법' 현장 포토.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쓴 tvN '방법' 현장 포토.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방송가에 예능과 드라마 장르를 불문하고 경직된 방식에서 탈피한 콘텐츠 제작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방송사의 영역을 명료하게 구분 짓거나 타 방송사와의 협업을 피하던 방식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 따라 양질의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영화, 드라마, 웹툰 분야의 전문 인력이 콘텐츠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에 예능에서는 타 방송사 간 협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중성이 중요한 드라마에서는 웹툰과 웹소설을 드라마로 리메이크한 지 오래다. 지난해만 해도 화제성을 이끈 작품을 보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선전이 눈에 띈다. KBS 2TV<조선로코-녹두전>은 ‘시청률 가뭄’ 속에서 선전했고, MBC<어쩌다 발견한 하루>, tvN<쌉니다. 천리마 마트>도 웹툰의 독특한 개성을 그대로 영상으로 재현해 시청자의 관심을 모았다. 

리메이크 드라마는 영상 문법에 익숙한 드라마 작가들이 쓰는 게 보편적이었지만. 최근엔 원작자가 직접 대본 집필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1일 방영을 시작해 입소문이 나고 있는 JTBC <이태원 클라쓰>의 도약이 눈에 띈다. 요식업계 대기업 회장과 그 아들로 인해 아버지의 죽음 겪은 주인공이 이태원에서 가게를 차리며 벌어지는 도전기를 그려내 2017년 연재를 시작한 후 누적 조회수가 2억 2000뷰에 달한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조광진 작가는 웹툰뿐 아니라 드라마 대본 작업에도 직접 관여하고 있다. 조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웹툰을) 드라마화하면 서사를 보완할 수 있고, 소모적으로 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힌 만큼 원작자로서 캐릭터와 스토리를 풍성하게 구현해내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해 영화 <스물>,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JTBC<멜로가 체질>의 연출과 대본 집필을 도맡은 데 이어 지난 10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tvN<방법>에서는 영화<챔피언>의 김용완 감독이 연출을, 영화 <부산행>에서 ‘좀비’라는 소재를 과감하게 시도해 흥행을 거둔 연상호 감독이 첫 드라마 극본을 맡았다. <방법>은 10대 소녀와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은 거대한 악과 싸운다는 이야기로, 작년에 이미 대본을 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오는 8월 (사)한국영화감독조합(DGK)과 손잡고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 작품인 ‘SF8’(제작 DGK,수필름)을 선보인다. ‘SF8’에는 DGK 조합 소속 감독인 김의석, 노덕, 민규동, 안국진, 오기환, 이윤정, 장철수, 한가람이 참여한다. ‘SF8’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기술발전을 통해 완전한 사회를 꿈꾸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영화계 감독과 작가들이 드라마업계로 유입되고 있다. OCN에서는 지난해 ‘드라마틱 시네마’ 프로젝트를 통해 영화감독을 드라마 연출자로 기용한 것을 비롯해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OCN<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제작진 대부분을 영화 스태프로 꾸렸다.  

이러한 흐름이 예능에서는 ‘콘텐츠의 협업’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나영석 PD가 플랫폼의 다변화에 따라 ‘숏폼 콘텐츠’로 발 빠르게 움직인다면, 김태호 PD는 MBC <놀면 뭐하니?>에서 통해 콘텐츠 실험을 펼치고 있다.

유재석의 또 다른 캐릭터 트로트 가수 ‘유산슬’뿐 아니라 드러머 ‘유고스타’, 라면을 끓이는 섹시한 남자 ‘유라섹’이라는 부 캐릭터가 생겨났고, 이러한 캐릭터를 통해 지상파, 케이블 등 방송사를 막론한 협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유산슬은 KBS<아침마당>, SBS<영재발굴단>의 출연을 비롯해 EBS<자이언트 펭 TV>의 펭수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또 유라섹은 코미디 TV <맛있는 녀석들>을 만났고, 대표 메뉴인 유산슬 라면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EBS<최고의 요리비결>에 출연하기도 했다. <맛있는 녀석들>의 출연자가 등장한 방송분은 시청률 10%대를 돌파했다. 

시청자의 눈높이를 충족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방송사, 영역, 장르의 구분을 짓지 않고 TV와 스크린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칫 콘텐츠 제작의 쏠림 현상이 벌어질 수 있지만, 꽤 오랫동안 각개전투를 벌여온 방송사들이 콘텐츠의 시너지를 만드는 실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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