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 결국 상식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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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결국 상식이 이긴다
소신대로 인생 개척하는 박새로이의 창업 신화에 젊은 세대 호응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2.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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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사진. ⓒJTBC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사진. ⓒJTBC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반에서 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상식적일까. 나서서 막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박새로이(박서준)가 전학 간 학교는 전혀 상식적이지 않았다.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데도 나서는 친구 하나 없고, 심지어 선생님도 모르는 척을 했다. 이유는 그 가해자가 장대희 회장(유재명)의 아들 장근원(안보현)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아버지를 뒀다는 이유만으로 상식을 넘어서는 행동조차 받아들여지는 현실.

하지만 박새로이는 상식대로 행동한다. 그리고 그 행동 때문에 퇴학당하고 장가의 직원이던 아버지도 퇴사하게 된다. 비상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장근원의 뺑소니로 아버지는 사망하지만 그 범죄사실 역시 장회장의 힘으로 가려지고, 이에 격분한 박새로이는 감옥까지 들어가게 된다. 상식 하나 지키려 했을 뿐인데, 결과는 참혹하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그리는 세계는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다. 패기와 소신으로 살아가려는 박새로이와 그런 패기와 소신은 고집과 객기라며 ‘약육강식’을 지표로 살아가는 장대희가 대립 구도를 형성한다. 또 정직한 노력의 대가를 얻고픈 청춘들의 희망과 자본과 권력의 힘으로 작은 희망조차 짓밟는 기성세대의 탐욕이 맞붙는다.

박새로이와 장대희의 대결 속에 조이서(김다미)와 오수아(권나라) 같은 인물들이 들어온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게 없는 소시오패스 인플루언서인 조이서는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그럴수록 삶이 공허하다. 탐욕과 위선이 가득한 현실에서 자신의 입지를 키워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나, 커지는 혐오 속에 삶은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자신의 불이익조차 소신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감수하는 박새로이가 그의 눈에 들어온 이유다. 조이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박새로이의 삶을 지지하고 싶어진다. 그 비현실적인 꿈을 이루게 하고 싶어진다. 

반면 어려서부터 가진 것 하나 없이 보육원에서 자란 오수아는 자신의 생존과 성공만을 최우선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래서 장대희가 하는 일들이 올바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장가에 들어와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박새로이라는 청춘 앞에서 자꾸만 흔들린다. 그를 밀어내려 나쁜 말과 행동을 하지만 그것조차 받아내는 그에게 점점 빠져든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JTBC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JTBC

<이태원 클라쓰>의 이야기 구조가 흥미로운 건 사회의 적폐를 표징하는 장대회를 세워두고, 다양한 청춘들의 선택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박새로이는 힘들어도 정직하게 성공해 장대희의 삶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보이려는 선택을 한다. 조이서는 그런 그에게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지극히 이기적인 삶을 살아온 오수아는 그를 통해 타인의 삶을 조금씩 들여다보게 된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박새로이가 운영하는 단밤 포차에서 일하는 장근수(김동희)는 장대희의 둘째 아들이지만 서자라는 이유로 핍박받다 독립적인 삶을 선택하고, 전직 조폭이던 최승권(류경수)은 그를 받아준 박새로이와 어떤 성취를 얻고 싶어 한다. 또 트랜스젠더인 마현이(이주영) 역시 단밤에서 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장대희로 대변되는 사회는 비상식과 편견으로 가득하지만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그대로다.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지려 하고, 실제 더 많은 걸 가져간다. 심지어 부정을 저질러도 그들은 처벌받지 않고 승승장구한다. 그런데 그들의 그런 승승장구 뒤안길에는 단밤 식구들 같은 청춘들의 보이지 않는 피, 땀, 눈물이 존재한다.

<이태원 클라쓰>가 다소 극적으로 그려낸 대결구도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뜨거운 이유는 그 풍경이 낯설지가 않아서다. 그 처절한 현실의 풍경을 마주해본 이라면 누구나 이 소신과 패기 넘치는 청춘들의 도전을 응원하게 된다. 이들이 원하는 건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그저 지극히 상식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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