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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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방송-유족 간 입장 차이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난항
故 이재학 PD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 19일 출범..."대책위 중심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제안"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故 이재학 PD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 PD저널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故 이재학 PD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청주방송에서 14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다 해고된 故 이재학 PD 사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시작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청주방송은 "진상규명을 위해 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족 측의 요구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청주방송과 싸우다가 지난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학 PD의 유족은 청주방송 쪽에 △2017년 노무컨설팅 자료 제출 △가해자로 지목된 국장 2명 대기발령 △진상조사위원회 4(유족):3(노조):2(사측) 구성 등을 요구했다.

청주방송은 유족 측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학 PD를 포함한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화 내용이 담긴 컨설팅 자료 요구에는 "자료가 회사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선 청주방송은 3:3:3 안을 고수했다.

유족 측은 청주방송이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주방송은 유족 측에 요구 수용 불가 입장을 통보한 뒤에 17일 "진상 규명을 위해 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 청주방송은 앞으로 더 고치고 쇄신하겠다.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방송으로 거듭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 씨는 "지난 2주일 간 청주방송은 입장문만 냈을 뿐, 실제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며 "17일에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입장문을 냈는데, 청주방송에 과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총 56개 언론‧시민사회 단체가 모인 '故 이재학 PD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청주방송이 진상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보고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19일 출범선언문에서 "지금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생각으로 유족과 방송 노동자를 기만한다면, 청주방송은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이재학 PD의 유족과 방송 노동자, 시민들 앞에서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또 대책위원회는 청주방송에 △ 이두영 청주방송 회장의 공식 사과 △ 가해자들 자택 대기발령, 직장 내 괴롭힘 중단 △ 2017년 청주방송 노무컨설팅 자료 즉각 제출 등을 촉구했다.

이날 유족 측의 법률대리인인 이용우 변호사는 "(가해자들의) 자택 대기발령을 요구한 취지는 사업장에서 그들이 이 사태를 주도하는 상황이 진상규명과 완전히 모순되기 때문인데, '무늬만 보직사퇴'로 여전히 그들의 주도 하에 이번 국면을 모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과 다름없다"며 "노무컨설팅 자료 역시 관련법상 3년의 보관기간이 있으므로 회사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위원장도 "언론노조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해 이재학 PD를 죽음으로 내몬 데 대해 유가족과 언론계 비정규직 노동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며 "대책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고인과 유족의 뜻을 오롯이 담아 반드시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D저널>은 유족과 대책위원회의 주장에 대한 청주방송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청주방송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에 따르면 대책위 출범식 이후 청주방송은 19일자로 국장 5명의 보직을 면하고, 결재 등 부서 업무에서도 배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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