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재허가 조건 지키랬더니 '폐업'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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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방송, 재허가 조건 지키랬더니 '폐업' 결정
20일 긴급 이사회서 '방송허가권 반납, 폐업' 결의 ...3월 주총서 확정
'방통위 쇄신 요구 거부' 해석...노조 측 "일방적 통보에 당황, 곧 입장 밝힐 것"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2.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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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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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우여곡절 끝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재허가를 받은 경기방송이 재허가 조건 이행 대신 폐업을 결정했다.

경기방송은 지난 20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방통위에 방송허가권을 반납하고 지상파 방송 사업을 폐업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경기방송은 오는 3월 16일 주주총회를 열어 폐업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2004년 iTV가 방통위의 전신인 방송위원회의 재허가를 받지 못해 폐국된 사례는 있었으나, 지상파 방송사업자 가운데 자진해서 폐업을 선택한 건 경기방송이 처음이다.

2017년에는 21억 원, 2018년에도 19억 원(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의 흑자를 냈던 경기방송의 갑작스러운 폐업 결정은 재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기방송 역시 폐업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방통위의 경영 개입'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방통위는 경기방송에 3년짜리 재허가를 내주면서 방통위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한 임원을 경영에서 즉시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재허가 3개월 이내 △ 대표이사 재선임 공모△ 주요주주(5%)와 특수 관계자가 아닌 독립적인 사내이사 위촉 △ 공모 절차를 거친 사외이사‧감사 선임 등도 조건으로 부과하며 사실상 이사회를 재구성할 것을 주문했다.

방통위는 경기방송의 재허가 과정에서 여러차례 경영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던 만큼, 쇄신 요구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기방송에 대한 재허가가 한 차례 보류된 뒤 열렸던 청문회의 위원들도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운용하며 그에 상응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주주와 이사진 이권에나 기여하는 듯한 경기방송에 언제까지 경기도의 얼굴·기간방송이라는 이름을 방통위가 연명해 줘야 할지를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경기방송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폐업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이하 경기방송지부)에 따르면 경기방송 사측은 지난 24일 공문을 보내 이사회가 폐업을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이를 두고 경기방송지부 측 관계자는 "지난해 재허가를 받은 이후 경기방송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려는 참인데, 일방적 폐업 통보를 받아 모두들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은 부수적인 문제일 뿐인데, 이것이 노사 갈등의 쟁점으로 비춰지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곧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경기도민을 위해 보도하겠다'던 지상파 방송사업자 경기방송이 도민을 위한 혁신 방안을 고민하기는커녕 (논의가) 번거로우니 '때려치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경기방송의 폐업신고서를 받은 뒤 후속 절차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선례가 없는 일이라 관련 절차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 재허가 조건 부과는) 과거 재허가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경기방송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 면밀히 살펴본 것일 뿐"이라며 "폐업 신고가 들어오면 절차에 따라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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