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 취재력 집중한 언론, '지역감정' '불안감' 조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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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에 취재력 집중한 언론, '지역감정' '불안감' 조장만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유령도시" "사재기 현실화" 과장 보도 이어져...지역선 "무책임한 보도, 지역민 의지 꺾여" 비판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2.26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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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23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임시휴업을 한 상가연합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23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임시휴업을 한 상가연합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다루는 언론 보도가 '대구·경북 고립'을 부추기고 지역감정을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염병 확산'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사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 오히려 특정 지역에 대한 낙인 효과를 일으킨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게 25일 발생한 '대구·경북 봉쇄' 발언 관련 보도다. 보건의료 영역에서 '봉쇄'는 방역망을 촘촘히 해 확산을 막는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이나, 처음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여당의 브리핑 때문에 '지역민과 물자의 이동을 막는다'는 의미로 와전돼 논란을 불렀다.

언론은 해프닝에 가까웠던 여당의 실책을 틈타 '정부 때리기'에 나선 정치권의 반응을 그대로 옮겼다. 이 가운데 <차명진 "대구 봉쇄는 사실상 계엄…정치 반대세력 근거지 고립시키려">(26일, <아시아경제>)와 같은 기사처럼 '계엄'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상정한 정치인의 발언도 여과 없이 보도됐다.

언론도 승객수가 급격히 감소해 일시적으로 대구·경북행 교통편이 줄어든 것을 '봉쇄'와 연결 짓는 보도를 생산했다. 본문에서는 '승객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덧붙이기는 했으나, 제목에서는 '봉쇄' 발언과 교통편 급감을 연결하는 부정적 틀짓기가 강조됐다.

<중앙일보>는 25일자 <'대구 봉쇄'에 민심 들끓는데···대구행 버스도 줄줄이 끊겼다> 기사에서 전북 전주에서 대구·경북으로 가는 버스가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고 전하며 "'이런 분위기가 확산해 사실상 대구가 봉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채널A의 25일자 <비행기도 버스도 끊겼다…도시 고립될까 '불안'> 기사 역시 "봉쇄 논란과는 무관"하다면서도 제목에서는 대구·경북 지역의 불안감이 도드라졌다.

이러한 보도는 지역사회의 불안감과 공포를 부각하고 대구·경북 지역 바깥의 시민들에게 지역에 대한 그릇된 인상을 남길 우려가 있다. "언론의 재난보도에는 방재와 복구 기능도 있음을 유념해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는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 준칙과도 맞지 않는다.

중앙일보 26일자 1면 사진 ⓒ 중앙일보
중앙일보 26일자 1면 사진 ⓒ 중앙일보

앞서 25일 <한겨레 라이브>에 출연한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언론이 '상품화된 뉴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은 상황을 해석해주고 차분하게 되새기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제목을 통해 나타나는 ‘프레이밍’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정부 대응'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지역의 부정 평가 비율을 강조해 제목을 다는 것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보도다. 

<한국경제> 23일자 <대구·경북 "코로나 대응 못한다" 절반 육박> 보도는 전국적으로는 정부의 대응에 신뢰를 보내는 응답자가 64.4%였음에도 대구·경북 지역의 부정적 여론을 부각한 제목을 달았다. <뉴스1>의 26일자 <대구·경북 72% '정부 코로나19 대응 잘못'…89% '감염 걱정돼'> 기사를 두고도 비슷한 지적이 이어졌다.

소셜 미디어에서 대구·경북 지역을 응원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고, 전국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부족한 물자 지원이 이어지는 등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거꾸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셈이다.

대구·경북지역의 상황을 묘사하면서 '유령도시' '패닉' 등의 표현을 쓰거나 '사재기' 현상을 과장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SBS가 운영하는 뉴미디어 매체 '비디오머그'는 21일 <"완전 고담시 같아요…" 대구시민이 직접 말하는 코로나19 이후의 대구>에서 대구광역시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고담시'(영화 <배트맨>의 배경이 되는 범죄도시)를 제목으로 달았다가, 시청자들의 항의에 수정하기도 했다.

21일 SBS의 뉴미디어 매체 '비디오머그'의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산 관련 콘텐츠의 한 장면 ⓒ 비디오머그
21일 SBS의 뉴미디어 매체 '비디오머그'의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산 관련 콘텐츠의 한 장면 ⓒ 비디오머그

대구·경북지역 언론은 이런 보도 행태를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비디오머그'의 콘텐츠에 대해 대구MBC는 공식 SNS에서 "저런 제목 뽑기는 조회 수가 오르는 만큼 시민들의 불안감도 따라 높아진다"고 꼬집었다. <경북일보>는 23일자 <'코로나19' 덮친 경북·대구지역 대형마트 직접 가보니> 기사를 통해 '사재기'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음을 지적했다. 

윤성아 전 대구시의원은 <대구신문> 25일자 <언론, 509만 대구경북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 칼럼에서 언론의 책임을 강조했다. 윤성아 전 시의원은 "같은 상황을 보도하더라도 '두려움에 떨며 생필품 및 식자재 사재기'가 아니라 '감염확산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자 주말 외출을 줄이기 위해 평소보다 다소 많은 장보기'를 하는 것으로 보도했다면 어땠을까"라며 "기자들은 조회 수를 위해 더욱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려 하는 단순한 심리겠지만 그 무책임한 한 글자에 509만 대구경북 지역민은 일어서려는 의지마저 강제로 꺾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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