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경록 인터뷰’ 중징계한 방심위, ‘정치심의’ 역풍 
상태바
KBS ‘김경록 인터뷰’ 중징계한 방심위, ‘정치심의’ 역풍 
방심위, 김경록 씨 주장 받아들여 ‘객관성’ 조항 적용해 ‘관계자 징계’ 
KBS 제작진 “취사·선택·편집마저 ‘처벌’ 대상이냐” 재심 청구...방심위 정파성 또다시 도마에  
  • 박수선 박예람 기자
  • 승인 2020.02.26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제실. ⓒ방심위
방송통신위원회 관제실. ⓒ방심위

[PD저널=박수선 박예람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왜곡 논란을 빚은 KBS ‘김경록 인터뷰’에 최고 수위의 법정제재를 내렸다가 ‘정치심의’ 역풍을 맞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를 맡았던 김경록 씨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반발에 이어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조항 적용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방심위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9월 11일 방송된 KBS <뉴스9> '김경록 인터뷰'는 조국 사태 국면에서 언론의 취재윤리·관행 논란에 불을 지핀 보도였다.  

당시 KBS는 김경록 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펀드를 소개해 준 조 장관의 5촌 조카가 이 펀드의 실질적 운용자였고, 정경심 교수가 이 사실을 미리 알고 투자했다”며 사모펀드의 출자자가 펀드 운용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 이후 김경록 씨가 사모펀드 투자를 제안한 5촌 조카가 ‘사기꾼’이고 정 교수는 피해자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왜곡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KBS 측이 자체 조사를 거쳐 취재보도 시스템을 혁신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김경록 인터뷰 논란'은 방심위의 법정제재 결정으로 심의 공정성 문제로 옮겨붙었다.

이번 ’부실심의’ ‘정치심의’ 논란은 방심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방심위가 지난 25일 전체회의에서 ‘KBS 김경록 인터뷰’에 내린 ‘관계자 징계’ 제재는 김경록 씨가 제출한 의견서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앞서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출석한 KBS 관계자들은 김경록 씨의 인터뷰에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방심위원들은 김경록 씨가 이후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을 더 신뢰한 것을 보인다.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선택적 받아쓰기' 인터뷰라면서도 고의성이나 악의는 없다고 판단했던 위원들도 말을 바꿨다. 

25일 전체회의에서 김경록 씨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인 위원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내용에 따라 고의적‧악의적으로 취사선택했다. 보도 치욕사 한 페이지에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의견서를 보면 이 기사는 기획기사라는 게 선명해진다” 등 KBS보도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을 지적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보도의 어떤 부분이 객관성에 위배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9월 11일 KBS '뉴스9'에서 김경록 PB 인터뷰가 포함된 기사를 소개하는 화면 갈무리.
2019년 9월 11일 KBS '뉴스9'에서 김경록 PB 인터뷰가 포함된 기사를 소개하는 화면 갈무리.

방심위의 ‘관계자 징계’ 제재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KBS뿐만 아니라 언론계 안팎에서 ‘KBS 김경록 인터뷰’의 부실‧정치심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입장문을 낸 KBS 제작진은 김경록 씨가 주장한 ‘KBS-검찰 유착’ 의혹 등을 부인하면서 “김경록 씨 인터뷰는 협박에 의한 것도 아니고 보도에 허위의 내용이 들어있지도 않다”면서 “허위도 아니고 없는 걸 조작해서 만든 것도 아닌데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저널리즘 행위인 취사·선택·편집마저 ‘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는 언론 자유의 침해를 우려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제한된 보도시간을 감안할 때 발언의 일부를 발췌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보도 과정에서 취사선택은 언론의 재량 범위에 해당한다”며 “‘선택적 받아쓰기’라는 이유만을 들어 객관성 위반을 결정한 것은 언론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연대는 “정부여당이 추천하는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행정기관으로 6대3의 정파적 구조 하에서 수많은 보도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보도를 콕 집어 일벌백계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정파적 심의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심의’ 딱지가 줄곧 붙었던 방심위로선 이번 KBS ‘김경록 인터뷰’ 심의 논란은 뼈아픈 대목이다. 

방심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언론에 ‘표적심의’를 일삼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2018년 출범한 4기 방심위는 ‘정치심의’ 배제를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새로 구성된 방심위도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 조국 전 장관 의혹 보도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KBS측이 재심 청구 의사를 밝힘에 따라 방심위는 ‘김경록 인터뷰’에 대한 재심을 열어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을 보인다. KBS 제작진이 “저널리즘을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재고를 당부한 만큼 재심 결과에 따라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