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경기방송, "폐업은 언론탄압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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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 경기방송, "폐업은 언론탄압 때문"
방통위, 2010년부터 경기방송 경영 투명성 개선 주문...지난해 말 야당 추천 위원도 "경기방송 문제 있다"
'경기도의회 압력으로 예산 삭감' 주장하지만..."남경필 전 지사 때부터 예산 적절성 논란"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2.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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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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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경기방송의 폐업 사유는 언론 탄압'이라는 주장이 일부 보수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기방송 역시 경기도의회로부터 예산 삭감 등 불이익을 받았다며 '언론 탄압' 프레임에 합세했다. 그러나 조건부 재허가와 도의회의 예산 삭감 등은 경기방송이 안고 있는 해묵은 문제가 터진 것으로, 외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기방송은 27일 이준호 경영지원국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우리의 폐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안 중 하나를 꼽으라면 경기도의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힌 언론탄압이 '끝장판'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기도와 10년 넘게 진행해 오던 교통방송 관련 사업 예산이 삭감되면서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추락했고, 급기야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았"다며 경기도의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당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관해 질문하며 "현 기조를 바꾸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고,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고 했던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최근 사의를 표한 것을 두고도 '언론 탄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김 기자의 질문을 불편하게 받아들여 지난해 말 경기방송의 재허가 과정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일부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은 26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가 정권 외압을 받았나, 아니면 방통위 여권 추천 위원들이 위헌적 월권을 한 건가"라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그 뒤를 이어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언론 탄압이다. 방통위가 문 정권의 호위무사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27일자 신문에 <작년 文 신년회견때 질문한 경기방송 여기자 "제 질문으로 회사 재허가권에까지 영향" 사표> 기사를 실은 것을 비롯해 <중앙일보> <뉴데일리> 등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보도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일관되게 경영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방통위는 지난 2010년부터 재허가 시기 때마다 경기방송의 경영 투명성 문제를 거론하고, 이에 대한 개선도 반복적으로 주문한 바 있다.

야권 추천인 김석진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1일 열린 회의에서 "(경기방송은) 경영상의 편법과 주주 지분이 불투명한 걸로 보고 있고, 임원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전횡을 하고 있다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방송 경영진에 대한 청문회 주재 위원들은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운용하며 그에 상응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주주와 이사진 이권에나 기여하는 듯한 경기방송에 언제까지 경기도의 얼굴·기간방송이라는 이름을 방통위가 연명해 줘야 할지를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상임위원 다수는 '경기도 청취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경영 투명성 보장을 위한 강도 높은 조건을 건다는 전제 하에 재허가에는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준호 전 경기방송 전무이사의 막말 파문 이후 경기도의회가 돌연 예산을 삭감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  경기도의회 안에서 2015년부터 경기방송 관련 문제제기가 여러 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민경선 도의원은 교통정보제공 사업 세부사업비 산출내역을 두고 "70~80%가 경기방송인데, 사업효과성에 대한 검토는 없었다"며 "실제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하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2017년 11월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 당시에도 최재백 도의원은 교통정보제공 사업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예산과목이 일반운영비(사무관리비)인 것이 의문이다. 사업의 성격상 보조금, 위탁, 대행사업 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2015년 경기도의회 수석전문위원의 예산안 검토의견에도 등장했던 것이다.

경기도의회 중진인 A 의원은 통화에서 "과거 남경필 지사 때부터 (경기방송 교통정보사업 예산) 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오랜 과정이 있었는데 마치 현 의회가 보복성으로 (예산을) 삭감했다는 건 맞지도 않고, 그 밖의 '외압이 있었다'는 식의 주장도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A 의원은 "적반하장식으로 폐업의 이유를 바깥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논란이 번지자 방통위는 27일 해명자료를 내고 "경기방송은 방송법과 상법을 위반하고 있었으며, 명목상의 대표이사가 아닌 전무이사가 경영 전반을 장악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며 "2019년 11월 재허가 심사위원회 심사 과정은 물론 방통위 의결 과정에서도 김예령 기자의 질의와 관련된 사항은 전혀 검토되거나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PD저널>과 연락이 닿은 여러 상임위원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경기방송 기자의 질의는 재허가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 측은 "27일 발표된 사측의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곧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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