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절차 밟는 경기방송, '희망퇴직' 실시..."분열 조장해 노조 고립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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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절차 밟는 경기방송, '희망퇴직' 실시..."분열 조장해 노조 고립 의도"
1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 접수...'폐업 부결시 우선 재고용' 제시
경기방송 구성원들 "경기방송 주파수, 이사회 사유물 아냐...방송 계속돼야"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3.06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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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와 비조합원인 경기방송 구성원들이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방송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대응을 결의했다. ⓒ PD저널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와 비조합원인 경기방송 구성원들이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방송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대응을 결의했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지상파 방송사업자 최초로 자진 폐업을 결정한 경기방송이 폐업 여부가 최종적으로 가려질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우선 재고용' 등을 내걸며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공고했다.

사측의 내부 분열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이하 경기방송지부)와 일부 직원들은 '방송은 계속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공동 대응을 결의했다.

경기방송은 5일 오후 늦게 사내에 희망퇴직자 모집 공고를 내고 오는 12일까지 퇴직을 신청하는 경우 성과급 기준으로 300~500%의 위로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희망퇴직자들의 전직을 사측이 최대한으로 지원할 예정이며, 만약 주주총회에서 폐업이 부결될 경우 희망퇴직자들을 우선적으로 재고용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사측은 공고문에서 "주주총회에서의 최종 결정에 앞서 직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선의의 조치"라고 밝혔지만, 희망퇴직 공고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측의 폐업 통보 이후, 경기방송지부는 사측과의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기방송 구성원들을 아우른 협의체를 꾸려 대책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사측이 지난달 27일 홈페이지에 '경기도의회의 정치적 탄압과 방통위·노조의 경영개입 등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문을 내자 더 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4일 긴급총회를 열어 맞대응을 결의했다.

사측의 회망퇴직 공고는 경기방송지부와 비조합원인 일부 직원들의 공동 대응 기자회견을 열기 하루 전에 사내에 알려졌다. 특히 '폐업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면 희망퇴직 신청자를 우선적으로 재고용한다'는 내용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주주총회에서도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폐업'이 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사측이 굳이 '폐업 부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희망퇴직 실시를 통해 희망퇴직을 적극 유도하고 폐업 사유로 든 노조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경영 투명성 제고 및 편성·제작의 독립성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워 온 경기방송지부 조합원들은 전체 경기방송 정규직 직원 중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경기방송지부가 비조합원들과의 연대 움직임이 나타나자 사측이 희망퇴직을 통해 '직원 솎아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앞서 경기방송지부가 총회를 열고, 기자회견이 예견됐던 상황에서 희망퇴직 권고문이 나왔다는 건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며 "구성원들을 겁박하고 내부적으로 '갈라치기'해 경기방송지부를 고립시키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주영 경기방송지부장도 "(희망퇴직 공고가 나왔지만) 조합원들은 물론 뜻을 함께한 구성원들 간 동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조합의 문을 열어 함께 할 수 있는 구성원들을 최대한 규합할 계획"이라고 했다.

6일 경기방송지부 주최로 예정대로 열린 폐업 규탄 기자회견에는 경기방송지부 조합원들을 비롯해 비조합원과 각 직군별 대표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경기방송 이사회는 방통위의 개선 요구는 무시하고, 건강한 방송을 위해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자는 노조의 제안도 계속 거절했다"며 "경기도민, 지역 청취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파수는 계속되어야만 하며 내부 종사자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미근 경기방송 PD협회장은 "우리의 잘못이라면 열심히, 그저 묵묵히 제 자리에서 방송만 해온 것"이라며 "'오죽하면 폐업하겠느냐'는 입장문을 낸 경영진에게 방송을 돈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한 것인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기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은 (안중에) 없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오인환 경기방송 기자협회장 역시 "주인 자격이 없는 이들이 그동안 벌여 온 일탈 행위에 지쳤다. 이 자리에 있는 99%의 평범한 우리들은 더 나은 방송을 만들자는 소명 하나로 살아왔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며 "경기방송 안의 적폐는 몰아내야 한다. 우리 또한 뼈를 깎는 자세로 반성하며 '잃어버린 8년'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정훈 위원장은 이를 두고 "방통위는 모든 행정적 권한을 동원해 경기방송 구성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방송이 지속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재허가 과정에서 지적되었던 것처럼,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를 통해 (경영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빠르게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먼저 허가권을 반납하는 선례가 없었던 만큼, 주주총회에서 폐업이 완전히 결정되면 관련 절차 검토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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