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끗 차이로 달라지는 PPL 효과 
상태바
한끗 차이로 달라지는 PPL 효과 
‘신상출시 편스토랑’·'라끼남', 과감해진 '미디어 커머스' 전략
‘맛남의 광장’, 농산물 소비 촉진 순기능...눈살 찌푸리는 ‘갑툭튀’ PPL도 여전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3.09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BS '맛남의 광장' 현장포토. ⓒSBS
SBS '맛남의 광장' 현장포토. ⓒSBS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방송 프로그램 내 간접광고(PPL)가 진화하고 있다. 최근 간접광고와 제작지원을 긴밀하게 결합한 프로그램이 늘면서 PPL도 과감해지는 분위기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특정 기업의 제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는 이미 방송사 광고수익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매체 광고비 중 방송사의 간접광고 취급액은 1200억원대(2019년 광고산업조사 기준)를 돌파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지나친 광고효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는 건수도 증가 추세다. 시청자들은 간접광고에 기댈 수밖에 없는 방송사의 처지를 이해하기도, 혹은 노골적인 광고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프로그램에 간접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안을 방송사들도 찾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동안 드라마나 예능에서는 특정 기업의 협찬을 받는 대가로 해당 기업의 상품의 활용법이나 이미지를 규제 범위 내에서 일부 노출하는 게 대다수였지만, 좀 더 과감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콘텐츠와 상품의 기획 및 판매를 결합한 ‘미디어 커머스’의 영향이 크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진입하면서 방송사들은 간접광고에 그치지 않고, 방송과 연계한 유튜브 영상에서 직접적으로 제품 광고를 노출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KBS 2TV<신상출시 편스토랑>은 국내산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는 메뉴를 개발한다는 콘셉트 아래 특정 편의점의 제작지원을 받고 있다. CU가 제작지원을 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메뉴는 전국 편의점 매장에 출시되고 있다. ‘마장면’, ‘돈스파이’, ‘떡빠빠오’, ‘파래탕면’, ‘꼬꼬밥’ 등의 메뉴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도 높다. 쌀, 닭고기 등 소비를 촉진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SBS <맛남의 광장>은 제작지원 과정을 고스란히 방송으로 내보냈다. 백종원 대표가 못난이 감자 30톤 구매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제안하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이후 이마트에서는 판로를 확보해 못난이 감자, 양미리, 훈연 멸치 등을 상품화해 완판을 기록했다.

농심의 제작지원을 받아 제작한 tvN '라끼남' 영상 갈무리.
농심의 제작지원을 받아 제작한 tvN '라끼남' 영상 갈무리.

‘미디어 커머스’ 선두주자인 CJ ENM은 홈쇼핑 채널과도 합병한 만큼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미 <스페인 하숙>, <커피 프렌즈>는 물론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로맨스 별책부록>에서 자사의 PB 브랜드 제품인 그릇, 의류 등을 노출해 콘텐츠와 커머스의 위력을 보여준 바 있다. 

최근 종영한 tvN <라끼남>에서는 강호동이 자신만의 레시피로 라면을 끓여 먹는 방송을 내보냈다. <라끼남>에서는 제작지원을 맡은 농심 관련 제품만 나왔다. 방송에서는 광고 규제로 인해 제품을 노출하지 않았지만, 유튜브 채널에서는 해당 제품을 직접 홍보하면서 인터넷상에서 ‘안성굴탕면’, ‘파채라면’, ‘파삼탕면’ 등이 화제가 됐다. 

방송사는 경영난을 타개하고, 제작을 지원하는 기업은 지속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데서 간접광고를 반길 만하다. 하지만 방송을 무리하게 쪼개고,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에서 무리하게 상품을 노출하는 PPL까지 시청자들이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시청률 30%대를 기록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은 프로그램의 흐름을 끊는 광고로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화제성에 힘입어 자동차, 건강보조제품, 안마기, 의류 등 다양한 품목의 ‘갑톡튀’ 간접광고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갈수록 방송 프로그램과 간접광고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간접광고가 시청자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짚어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