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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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는 어떻게 허위정보에 속았는가' 발간
2016년 美 대선 기간 백인우월주의자과 언론의 관계 분석..."보도 여부 공익성 따져야"

휘트니 필립스 미국 시러큐스대 조교수가 집필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미디어는 어떻게 허위정보에 속았는가' 책 표지.
휘트니 필립스 미국 시러큐스대 조교수가 집필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미디어는 어떻게 허위정보에 속았는가' 책 표지.

[PD저널=박상연 기자] '조선족이 여론조작을 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차이나 게이트' 의혹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만들고 보수언론이 키운 '가짜뉴스'였다.  

지난달 26일 일베 게시판에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말하고 싶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은 중국 동포를 주축으로 친정부 성향의 댓글 조작이 이뤄진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인터넷 매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도 기사화했다.

언론은 다른 커뮤니티로 전파된 상황과 실시간 검색어 순위,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수, 누리꾼의 반응 등을 전하면서 음모론에 힘을 실었다. 

'차이나 게이트'는 온라인에서 떠다니는 '가짜뉴스'를 언론이 어떻게 확대·재생산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휘트니 필립스 미국 시러큐스대 조교수가 쓴 <미디어는 어떻게 허위정보에 속았는가>(The Oxygen of Amplification)를 보면 비판없이 '허위정보'를 받아쓰는 행태는 한국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번역 발간한 이 책은 2016년 미국 대선을 돌아보며 악의적 선동 정보나 가짜 정보가 언론 보도를 통해 어떻게 영향력을 확대했는지를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에는 트럼프를 지지한 극우 세력의 온라인 트롤링(trolling, 특정 대상에 대한 도발, 극단적 공격)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 책이다. 

저자는 “(여론 조작 세력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대한 소셜 미디어에서의 반응이 인터넷 곳곳으로 전이, 확산되면서 애초 트롤링에 불과헀던 내용이 심각하게 보도”되고, 이를 접한 미디어 수용자들도 심각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한다. '일베' 게시글이 ‘차이나게이트’로 증폭된 과정과 여러모로 겹쳐보인다. 

저자는 “극단주의자나 여론 조작 세력을 보도하는 것 자체가 그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수준의 홍보와 정당성을 가져다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차이나 게이트' 논란도 언론 보도가 중국동포 혐오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 공간에서 제기된 의혹을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이런 보도는 대중이 ‘차이나 게이트’에 더 주목하게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저자 역시 “모든 정보가 보도할 만한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언론이 허위조작정보를 많이 보도할수록 여론의 언론 불신은 커진다. 저자는 “허위정보와 적대적 공격, 조작이 장악한 미디어 생태계는 정말로 중요한 진실을 보도할 때 대중에게 신뢰를 줄 가능성이 적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허위정보'를 무시하는 게 정답일까. 저자는 "보도하지 않는 게 해답은 아니"라며  보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공익성’을 제안한다.

<미디어는 어떻게 허위정보에 속았는가>에서 저자가 인터뷰한 한 미국 테크전문기자는 “보도가 사회적으로 긍정적 이익을 가져올 것인지,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 것인지, 혹은 이미 존재하는 대화에 새로운 무게와 모범을 더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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