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DJ 맡은 박준 시인 “‘시작하는 밤’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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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라디오 DJ 맡은 박준 시인 “‘시작하는 밤’에 만나요”
24일 방송 시작하는 CBS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시작하는 밤 박준입니다’ DJ 발탁
  • 박수선 기자
  • 승인 2020.03.17 18:19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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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부터 CBS 음악FM ‘시작하는 밤 박준입니다’를 진행하는 박준 시인. ⓒCBS
오는 24일부터 CBS 음악FM ‘시작하는 밤 박준입니다’를 진행하는 박준 시인. ⓒCBS

[PD저널=박수선 기자] 시와 심야 라디오는 닮은 구석이 많다. 메마른 감성을 자극하고, 오롯이 혼자 있을 때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아이돌 시인’으로 불리는 박준 시인이 CBS 음악FM <시작하는 밤 박준입니다> DJ를 맡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한 이유다.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이었다고 평가받는 박준 시인은 문단뿐만 아니라 문학 독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첫 번째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15만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19만부 넘게 팔렸다. 

MBC <이동진의 푸른밤> 등에 시를 소개하는 게스트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DJ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젊은 시인의 감성으로 젊은 청취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겠다”고 본 민경남 PD가 박준 시인에게 러브콜을 보내면서 DJ 데뷔가 성사됐다.   
   
24일 첫 방송을 앞두고 지난 10일 CBS 사옥에서 만난 박준 시인은 “라디오가 문학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했다. 

“라디오는 책을 읽는 느낌이 있어요.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외롭지 않죠. 책을 읽고 있으면 외롭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것처럼요.”

문학적인 소양을 키우는 데도 라디오가 좋은 자양분이 됐다고 한다. 1983년생인 박준 시인은 학창시절에 <별이 빛나는 밤에> <이소라의 음악도시> 등을 듣고 자란, 라디오가 익숙한 세대다. 

“이병률 시인은 <이소라의 음악도시> 작가를 했고, 허수경 시인도 라디오 작가를 하셨어요. 라디오 작가들이 공들여 쓴 오프닝 멘트와 글은 문학에 가까워요. 무엇보다 늦은 밤에 듣는 라디오는 독특한 미감이 있는데, 라디오만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았나 싶어요.” 

오는 24일부터 CBS 심야 라디오를 진행하는 박준 시인. ⓒ박준 시인
오는 24일부터 CBS 심야 라디오를 진행하는 박준 시인. ⓒ박준 시인

<시작하는 밤 박준입니다>는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방송된다. 자정이 하루의 끝이 아니라 밤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 제목은 박준 시인이 아이디어를 냈다. '시를 짓는다'는 중의적 의미도 담겼다. 그동안 박준 시인에겐 이 시간은 “술을 마시거나, 시를 쓰거나, 술을 마시면서 시를 쓰는” 시간이었단다. 

“하루를 끝내야 하는데 끝내지 못하고, 고민의 잔상도 남아있고, 내일의 압박과 계획이 밀려드는 시간이죠. 가장 정적인,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시간 같아요. 낮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내가 있지만, 오로지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거든요.”  

각자 홀로 있는 시간이지만, ‘감수성의 연대’는 활발해진다. 그에게 심야 라디오는 ‘정보’보다는 ‘정서’가 지배하는 시공간이다. 이를테면 늦은 밤 ‘한 끼도 못 먹었다‘고 푸념하는 후배에게 “밥 사줄까”라고 대꾸하는 게 아니라 “보름달이 밝은데, 달이라도 한 입 베어먹어‘”라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낮에는 수많은 정보가 오가는데, 이런 말하기가 너무 많아지면 ‘정서의 말하기’가 위축되고, 사람의 언어생활이 피폐해지지 않을까 걱정돼요. 마음과 사람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제가 사연을 듣고 시답지 않은 조언을 할 순 없어요. 다만 문학과 시에 기대어 비슷한 환경에서 쓰인 시와 고전문학들을 소개해줄 수는 있겠죠. '나만 슬프지 않네, 이 사람도 슬프네.' 청취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요.” 

<시작하는 밤 박준입니다> 코너에는 그의 이런 감성과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시적인 노랫말을 발견하는 코너가 대표적이다. 요즘 노래보다 예전 노래 가사가 아름답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바로 고개를 저으면서 러블리즈의 ‘Ah-Choo’ 가사를 읊었다. 

“‘내 맘에 꽃가루가 떠다니나 봐’ 노랫말은 너무 시적이지 않나요. 나에게 들어오지 못하고 내뱉지도 못하는 말이 꽃가루처럼 부유한다는 의미잖아요. 문학적인 순간은 매 일상마다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별거 아닌 우리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어떻게 발견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본격 문학방송’을 표방하진 않지만 전문성을 살려 틈틈이 청취자들에게 좋은 시를 소개하고 싶다고 한다. 시를 알리는 게 “시를 쓰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시인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시집을 기획하는 창비 전문위원으로, 대중 앞에 선 강연자로, 그가 꾸준하게 해온 일이기도 하다. 

어떤 DJ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라며 한참 말을 골랐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문학의 일인데, 타인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면 일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말로 상처받은 마음은 결국 말로 치유할 수 있으니까요. 서로 보듬어주고 도닥여주는 그런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이크 앞에 서는 저는 좀 더 겸허해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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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 2020-03-18 01:10:51
더이상 김형준의 레인보우스트리트 를 못듣게된다니 벌써부터 너무 마음이 아파요

박순경 2020-03-17 22:13:26
지난5년동안 김형준의 레인보우스트리트가 하루를 힘겹게 살아온 우리들에게 쉼이되어주고 온갖시름 다 털어내고 다시 아침을시작하게해주었는데 느닷없이 박준시인이오신다는말에 많은청취자들이 멘붕이왔네여~ 어떻게프로를이끌어나가실지모르겠지만 많은자들이 그자리에있지않을것입니다ㅠㅠ

레쓰돌 2020-03-17 23:12:31
박준 시인님은 ...시를 열심히 쓰셔서 ....시집을 내어주세요. ~^^우리는 김형준의 레인보우 스트리트를 앞으로도 열심히 듣겠습니다.~^^

김시인 2020-03-17 23:36:14
술을 드시거나 시를 쓰거나 술을 마시며 시를 쓰시는건 자유인데 왜 그 시간에 하시던 일 안하시고 전무후무한 심야방송에서 DJ를 하시려는 겁니까?
그리고 저기에 하루의 끝과 시작은 김형준의 레인보우스트에서 계속 사용 하고 있는 멘트인데 방송은 한번 들어 보신거여요?? 새로 시작 하시는데 찬물 뿌리는거 같아 죄송 하지만 힘들어 하는 노년층이 많이 듣는 방송을 젊은층 흡수를 위해 오신다니 달갑지 않네요!

레스 다이아몬드 의리 2020-03-17 22:00:38
시간이 임박해 오나요??? 우리들은 아직 김형준의 레인보우스트리트 호 에서 내릴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구명조끼도 아직 안 입었는데 떠밀어내면 어떻게 되나요?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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