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때리고 보는 코로나19 보도, '도둑 수정'·'유체이탈 반론' 속출
상태바
일단 때리고 보는 코로나19 보도, '도둑 수정'·'유체이탈 반론' 속출
의혹 제기했다 오보 판명되면 슬그머니 수정·삭제...논란 부추긴 뒤 스스로 반박하기도
'코로나19로 언론 신뢰 감소' 인식조사..."지금 같은 상황선 더 큰 문제 초래" 지적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3.17 17:2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일보'는 9일자 신문에서 두 개의 오보를 내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정정보도를 실었다. ⓒ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9일자 신문에서 두 개의 오보를 내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정정보도를 실었다. ⓒ 조선일보

[PD저널=이미나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한 일부 언론의 '도둑 수정‧삭제'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언론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고 있다'는 국민인식 조사결과에 비춰봤을 때, 이 같은 언론의 행태는 대중의 언론을 향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최근 하루걸러 하루 꼴로 코로나19 관련 정정보도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9일자 신문에서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원들이 단체 휴가를 내고 딸기 따기 체험을 갔다'고 보도했다 오보임이 밝혀지자 11일 정정보도문을 실었다. 같은 날 '70대 여성이 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병원 진료를 거부당하고, 보건소 검사도 거부당했다'는 보도도 해당 여성이 보건소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13일 정정했다. 

수정과 삭제가 간단한 온라인 판에서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15일 <조선일보>는 온라인판에 실린 <[단독] 대구 다녀온 공중보건의 얼굴에 방역가스 뿌린 섬 주민들> 기사에서 전라남도의 한 섬 주민들이 대구로 코로나19 진료를 다녀온 공중보건의의 얼굴을 향해 방역가스를 뿌리고, '대구 의사가 왜 와 있느냐' '섬사람들 다 죽일 일 있느냐' 등의 말로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16일 오후 <[단독] "대구 다녀온 공중보건의에 '방역가스' 뿌렸다" 논란>으로 제목이 바뀌었다. 내용도 상당 부분 수정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원 기사의 '전남의 한 섬 주민들이 대구로 진료 파견을 다녀온 공중보건의를 향해 방역용 소독약품을 뿌려 논란이 일고 있다'는 첫 문장은 '전남의 한 섬 주민들이 대구로 진료 파견을 다녀온 공중보건의를 향해 방역용 소독약품을 뿌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는 문장으로 수정됐다. '소란에 문을 열고 나온 공중보건의 얼굴에도 가스를 뿌렸다고 한다'는 문장은 아예 삭제됐다.

이는 전라남도가 보도 이후 기사의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고, 해당 공보의로 추정되는 인물도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와전되고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글을 올려 전라남도의 설명을 일부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사실관계 확인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문을 단정적으로 보도한 '오보'가 됐다.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나쁜 보도'라는 비판도 받았다.

<한국일보> 역시 사실 확인이 미흡한 보도로 주말 내내 도마에 올랐다. 15일 <한국일보>는 한 미국 하원 의원의 주장을 인용해 온라인 판에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라는 기사로 보도했는데, 해당 의원의 발언이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 보도로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일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브리핑을 열어 사실관계를 정정했고, 보도자료를 내 "이 기사에서 소개한 미국 의회의 논의는 항체 검사법에 대한 것으로,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검사에서 항체 검사법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어떠한 항체 검사법도 확진 검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대한진단검사의학회도 담화문을 내고 해당 의원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에 <한국일보>는 기사의 제목을 바꾸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추가해 기사를 수정했으나, 비판이 가라앉지 않자 17일 편집국장 명의의 '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해당 의원의 발언을 전후 맥락을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해 한국형 진단키트의 신뢰성 논란을 초래했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무분별하게 '정부 때리기' 식 보도를 했다 슬그머니 삭제하거나, '유체이탈' 식 반론보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경제>는 15일 온라인 판에 <BBC 출연해 '한국식 코로나 대응' 자화자찬한 강경화> 기사를 냈다 하루 뒤 삭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BBC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고 해외 반응을 소개한 뒤, '한 누리꾼'의 반응을 전하며 '국내 여론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고 단정하는 것은 별다른 근거 없는 비판이라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서울경제'가 15일과 16일 온라인 판에 보도한 '노르웨이의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 관련 기사 ⓒ 서울경제
'서울경제'가 15일과 16일 온라인에 보도한 '노르웨이의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 관련 기사 ⓒ 서울경제

노르웨이가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은 조치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노르웨이 외교 장관 간의 통화와 연결 지은 보도도 상당수였다. 이 가운데 15일 온라인 판 기사 <노르웨이, 강경화 전화 끊자마자 '한국인 아예 입국금지'>를 냈던 <서울경제>는 다음날 단독을 붙인 <노르웨이 대사 "입국금지, 강경화 장관 통화시점과 무관...급히 결정돼 못 알려"> 기사를 통해 뒷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주한 노르웨이대사관 측 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서울경제>와 비슷한(노르웨이 입국금지 조치와 양국 장관 간의 통화 내용을 연결 지은) 기사를 쓴 매체들에 '입국금지 조치와 두 장관의 통화 시점은 관계가 없다’는 내용을 담아 (주한 노르웨이 대사의 설명이 담긴)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언론계 안팎에선 이 같은 언론의 대응이 궁극적으로 저널리즘을 해치고,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가속화한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변상욱 YTN <뉴스가 있는 저녁> 앵커는 16일 '변상욱의 한 마디' 코너에서 강 장관에 대한 <한국경제>와 <서울경제> 등의 보도를 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격만 해 대는 것을 '트롤링'이라 부른다”며 "트롤링은 극단주의자나 여론 조작 세력이 벌이는 것으로, 언론은 트롤링에 휩쓸리지 말고 주의하라고 저널리즘에서는 배운다. 그런데 언론사가 자기 나라를 깎아내리며 노골적인 트롤링을 벌인다면 이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혼란스러운 요즘이다"라고 말했다.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팀장도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 '도둑 수정‧삭제'되는 기사들을 살펴보면 '대응이 허술하다'는 등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경우이거나 국민이나 의료진을 향한 비판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국민을 '편 가르기' 하거나 손가락질할 공통의 '적'을 설정하고 싶어 하는 의도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건 실수라고 보기도 어렵고, 설령 실수라 해도 책임이 크다.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현상이라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봉우 팀장은 "결국 이 같은 기사들은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사실을) 오인하게 해 사회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최소한 온라인판이나 포털에서라도 수정 이력을 남길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언론인들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무기명 2020-03-18 17:17:08
오랜만에 좋은 기사를 보네요. 가짜뉴스 때문에 언론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저렇게 쓰레기처럼 배설하고 치우지도 않는 언론은 언론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