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오는 30일 방송 중단"....정파 사태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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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최종 확정한 경기방송, 방통위에 폐업신고서 제출
주주총회 직후 '50일 뒤 일괄 해고' 통보...청와대 국민 청원엔 "경기방송 '먹튀' 막아달라"
방통위, 법적 근거 미비로 폐업 보류 못해...새 사업자 공모 시작

ⓒ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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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주주총회를 통해 폐업을 확정한 경기방송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30일 0시를 기해 방송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새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나 최소 수 개월의 방송 공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방송은 지난 16일 주주총회를 통해 부동산 임대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앞서 "정파 시점에 대해서는 방통위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대한 잘 조정해 줄 것"을 당부했던 경기방송 주주들의 입장과는 달리, 경기방송은 지난 17일 방통위에 '오는 30일자로 페업하겠다'는 취지의 폐업신고서를 제출한 알려졌다.

경기방송 폐업으로 직원 90여명(비정규직 포함)의 무더기 실직 사태도 현실화하고 있다. 경기방송은 주주총회 직후 전 직원들에게 '50일 이후 일괄 해고하겠다'고 통보하고, 오는 31일까지 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도 냈다. 

초유의 '자진 폐업' 사태에 방통위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마땅치 않다.  

현행법상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사업권을 반납하고 폐업할 땐 '폐업신고서 제출' 외에는 별다른 절차가 없는 데다 이를 방통위가 거부하거나 보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아 이대로라면 오는 30일로 경기방송은 정파를 맞게 된다.

앞서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방송시설 매각 금지나 다른 사업자에게 이전을 강제할 수 있는지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 또한 어렵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다음 주 상임위원 간 간담회를 시작으로 경기방송의 주파수를 이어받을 새 사업자 공모 등 후속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새 사업자를 공모해 선정하는 과정에는 최소 3개월가량이 걸리므로, 그 기간 동안 경기방송이 사용하던 주파수(99.9㎒)는 정파될 가능성이 크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경기도민의 청취권 보호도 중요한 문제지만 (방통위가) 특별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정파 상황에서 사업자를 공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송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경기방송 구성원들은 무임금으로라도 방송을 이어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장주영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장은 "정파를 막으려면 최소한 현 경영진이 '경기방송'의 이름을 계속 쓸 수 있게 하고, 송신소를 사용하게 해 줘야 한다"며 "경영진에 이 두 가지를 제안한 뒤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폐업 후속 절차를 밟고 있는 경기방송 사옥의 모습. ⓒPD저널
폐업 후속 절차를 밟고 있는 경기방송 사옥의 모습. ⓒPD저널

언론계와 시민사회도 후속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인지역협의회(이하 경인지역협의회)는 성명에서 "경기도 1300만 청취자의 청취권을 보장하고 경기방송에 노동을 제공했던 90여명의 노동자들의 생존을 해결하기 위해 방통위는 밤낮을 가려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해 청취권 보장과 생존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도 "이제 방송 현업인, 지역 언론학자, 시민단체 등이 함께 모여 사익을 위한 방송이 아닌 경기도민의 알 권리와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방송의 공공성이 보장되는 새로운 공익적 라디오 방송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아울러 경기방송이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지상파 방송사라는 점 덕분에 2000년대 초반 사옥 이전 과정에서 싼 값에 현재의 부지를 사들였고, 2014년 신관을 건축하는 과정에서는 이 부지 일부를 상업용지로 변경해 임대업을 시작한 것을 두고도 '특혜를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부도덕한 경기방송 사주의 '먹튀'를 막아 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이사회와 주주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지상파 방송, 경기도민과 국민들의 공공재인 경기방송은 더 이상 전파를 쏘아 올리지 못 할 위기에 처했다"며 "경기방송은 2013년 방송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공공부지인 현재 사옥 부지를 상업용도로 변경하고 임대업을 시작했다. 용도변경으로 인한 막대한 시세차익과 향후 돈만 밝히는 그들이 취할 폭리를 막아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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