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갈등' 보도 홍수 속 유권자에 귀 기울인 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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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에게 마이크 내준 제주MBC '나는 유권자다' 기획 시리즈
'경남신문' ·경기지역 티브로드, 시민 참여로 아젠다 ·기획 선정
"언론 취재 관행 탓에 유권자 중심 보도 어려워...정책 보도 출발선"

3월 2일 제주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나는 유권자다 ① 지역경제 자생력 확보'의 리포트 화면 갈무리.
3월 2일 제주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나는 유권자다 ① 지역경제 자생력 확보'의 리포트 화면 갈무리.

[PD저널=박상연 기자] 총선이 코앞이지만 오는 4월 15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코로나19에 밀려 선거 보도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데다 간간이 나오는 총선 보도는 '공천 갈등' '후보자 동향'에 치우쳐 있다. '경마식 보도' '정치 혐오'를 유발하는 선거 보도가 태반인 가운데 몇몇 지역언론사가 '유권자 중심' 보도를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제주MBC가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내보낸 ‘나는 유권자다’ 기획 리포트는 '유권자 중심' 보도로 꼽을 만하다. 제주지역 7대 어젠다를 선정해 주제별로 유권자 2명의 의견을 리포트에 담았는데, 5분 남짓한 영상에 기자 리포트 한마디 없이 시민들의 목소리로만 채웠다.

'나는 유권자다' 리포트에서 20년차 농부라고 소개한 한 유권자는 “제주도나 농협에서 (생산과 출하) 균형이 깨졌을 때 컨트롤 할 수 잇는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미경 4‧3 조사관은 제주 4‧3 사건 추가 진상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번 선거에서 진실된 마음으로 4‧3 특별법 공약을 내고 해결할 능력이 있는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나는 예비후보자다’ 시리즈에 이어 ‘나는 유권자다’를 내보낸 제주MBC는 후보자별 공약을 비교·분석하는 기획도 보도할 예정이다. '나는 유권자다'에 대한 지역 시청자들의 반응도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는 호평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찬년 제주MBC 기자는 “유권자가 가장 쉽게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을 판단하고 투표할 수 있게끔 돕는 것이 이번 기획의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지역 언론사는 기본적으로 인력이 부족해 품이 많이 드는 유권자 입장의 방송보다는 제작이 수월한 관행적 보도를 해온 게 사실”이라며 “유튜브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청자의 ‘보는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제작 환경이나 마인드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주MBC 기획 보도는 지역 언론사의 협업과 유권자의 참여로 이뤄졌다. 제주MBC와 제주CBS, <제주신보>,<제주의소리> 등 4개 언론사는 지난해 선거보도자문단을 꾸리고 유권자 중심 보도 방안 등을 공동 논의하고 있다. 제주지역 7개 어젠다도 99명으로 구성된 ‘도민참여단'의 의견을 한 달가량 취합해 선정했다.

<경남신문>은 지난 2월 ‘내 삶을 바꾸는 한 표-응답하라, 2020 총선’ 기획을 시작하며 약 2주간 독자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경남도내 16개 선거구 유권자들이 정당과 후보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나 제안을 받아 직접 후보에게 묻겠다는 취지에서다.

참여가 저조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총선보도자문단'가 정책질의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유권자 눈높이'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최대한 살렸다.   

10개 분야별 이슈에 대한 각 정당 입장을 한눈에 비교하는 '응답하라, 2020 총선' 기획보도는 23일 행정·사회복지까지 7개 분야를 짚었다. 지역구 현안을 분석하는 '지역 현안 돋보기' 기획을 통해 시민들의 후보자 공약 평가와 시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등도 살펴볼 예정이다. 

해당 기획을 이끄는 김희진 <경남신문> 기자는 “총선 보도를 담당하는 기자들끼리 유권자의 의견을 많이 전달하는 역할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어떻게 하면 유권자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는지 고민 끝에 나온 기획”이라고 말했다.

3월 20일 '경남신문' 기사 '[기획] 내 삶을 바꾸는 한 표… 응답하라 4·15 총선 (5) 여성 분야' 지면.
3월 20일 '경남신문' 기사 '[기획] 내 삶을 바꾸는 한 표… 응답하라 4·15 총선 (5) 여성 분야' 지면.

총선을 앞두고 선거방송기획단을 구성한 경기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티브로드는 시민 참여형 선거방송을 내걸었다.  

시민기획단은 정책과 공약에 대한 의견뿐 아니라 직접 기획 아이디어도 제안할 수 있다. 이상욱 티브로드 수원방송 PD는 “경기 남부 14개 시군에서 8명의 시민기획단 위원을 모셨고, 기획단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방송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팀장은 “정당별 출입기자를 두고 특정 후보를 전담 마크하는 취재 관행에서는 유권자 중심 보도가 나오기 어렵다”며 “유권자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한 보도는 언론이 ‘유권자 목소리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에 옮긴 사례로, 정책·의제 보도의 출발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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